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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세(過歲) 안녕하십니까? … 설날 절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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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세(過歲) 안녕하십니까? … 설날 절인사
  • 김현락 지면평가위원
  • 승인 2018.02.12 12:18
  • 호수 12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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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사진첩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곱고 고운 댕기도 내가 들이고 새로 사온 신발도 내가 신어요.’-<설날>윤극영 작사‧작곡

수백 년 전부터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고유 명절, 천지개벽과 비유하는 첫 날, 한 해의 시작인 음력 정월 초하루를 일컫는 말로 일 년 중 최초명절인 ‘설날’입니다.
‘원일’이나 ‘원단’, ‘정조’ 등 설날을 뜻하는 다른 말이 있는가 하면, 근신하고 조심하는 날이라는 뜻의 ‘신일(愼日)’, ‘달도(怛忉)’라는 말도 있습니다. 한 해를 시작하는 날인만큼 조심스럽게 첫 발을 내 딛으라는 깊은 뜻이랍니다.

연말보다 정초를 더 중요시 여긴 먼 윗대의 조상들은, 푸른 빛깔의 청명한 하늘과 밤새 내린 눈으로 겨우내 얼었던 몸과 마음을 녹이며 한 해를 잘 보내기 위해 여러 가지 준비로 바쁜 새해를 맞이하였습니다.
정월 보름까지 이어지는 설명절 동안 세배를 하러 오는 사람들을 대접하기 위한 음식을 만들었지요.

안방 아랫목에서 며칠 동안 말린 조그만 찹쌀조각을 기름에 튀겨 강정을 만들고 술을 빚었습니다. 누에고치 모양으로 부풀어 오르는 찹쌀조각의 모습이 신기해 튀김솥 앞에 쪼그리고 앉아 있다 기름에 데기라도 하면 어쩔 거냐며 꾸지람을 듣기도 하였습니다. 고물로 사용할 쌀이나 콩, 옥수수 등을 튀기기 위해, 장날이면 뻥튀기가게에는 곡식이 담긴 깡통이 길게 줄을 서곤 했습니다. 커다랗게 튀겨진 찹쌀과자에 조청을 바르고 튀겨진 고물을 묻히며 설날을 기다렸습니다. 

설빔으로 어린아이들에게는 색동 한복을 입힐 준비도 하였습니다.
나쁜 기운으로부터 아이를 지켜주어 장차 무병장수하며 살기를 바라는 부모의 염원이 설빔에게도 깃들어 있습니다. 음양오행사상을 기반으로 한 오방색의 의미도 중요하면서 한국의 아름다운 전통색상으로 오색찬란하게 복을 덧입혀 주고 싶었던 때문입니다.

나이를 한 살 더 먹는 설렘에 두근두근 설날을 하루 앞둔 날인 까치설날은 섣달 그믐날을 일컫는 말로 작은설이라고도 합니다. 옛날에는 작은설을 ‘아치설’이나 ‘아찬설’이라 하였는데, 작다는 뜻의 아치가 음이 비슷한 까치로 변했다는 설도 있습니다. 까치설은 작은설, 설날은 크다 하여 한설이라고도 불렀답니다.

설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어린아이들에게 좋은 소식을 전해준다는 까치의 이름을 붙여 그 하루 전날 설날의 기쁨을 누리게 한 어른들의 배려가 아닌가 합니다.
까치설날에 잠을 자면 눈썹이 희어 진다하여, 두려운 마음에 잠을 자지 않으려 기를 쓰고 참다 결국 잠이 들어 아침에 일어나면 언니들이 눈썹에 쌀가루를 하얗게 발라 놓았지요. 정말 눈썹이 센 줄 알고 울고불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설날아침이면 말끔한 설빔으로 갈아입고 사각대는 눈길을 걸어 큰집으로 차례를 지내러 갔습니다. 젯상에 올려있는 맛있는 음식과 세뱃돈을 받을 기대로 제를 지내는 것은 뒷전이었지만, 큰아버지가 올리는 술잔 앞에서 어른들을 따라 절을 하였습니다. 차례가 끝나기가 무섭게 사촌형제들과 조카들까지 서로 먼저 세배를 하려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떠들썩하였지요.
설날연휴에 바다가 보이는 곳으로 놀러가자는 언니의 연락을 받고는 어린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이제는 이미 받을 수 없는 세뱃돈도 생각납니다.
지금은 받을 때가 아니라 고마운 마음을 담아 전해야 할 때이지만, 받을 때도 줄 때도 다 때가 있음을 새삼 깨닫습니다.
주는 기쁨 역시 받는 것만큼이나 설레고 두근거리는 일이므로, 더 늦기 전에 소중한 이들에게 행운 가득 담아 드리는 새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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