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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봄을 맞이하는 축하 글 … 입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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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봄을 맞이하는 축하 글 … 입춘방!
  • 김현락 지면평가위원
  • 승인 2018.02.05 14:19
  • 호수 12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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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천재 내백복, 수여산 부여해, 요지일월 순지건곤, 입춘대길 건양다경, 기주오복 화봉삼축, 문신호령 가금불상, 상유호조상화명, 일진고명만제도….’
봄의 의미와 모습에 맞는 기원과 경계의 내용이나, 앞으로 맞이하게 될 일 년 동안 좋은 운과 경사스러운 날이 많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쓰는 입춘축‧춘축입니다. 
새해를 상징하며, 스물넷으로 나눈 계절의 첫 절기로 봄이 시작된다는 입춘일에, 묵은해의 액을 멀리 보내고 새로운 봄을 축하하는 좋은 글인 입춘축이나 춘축 등을 쓴 종이를 오려 대문이나 기둥에 붙인다하여 입춘첩‧춘첩‧춘첩자‧입춘방‧춘방‧문첩 이라 합니다. 대구의 글을 지어 붙인다 하여 춘련‧대련‧문대라고도 하지요.

문첩은 본래 흉악한 귀신을 쫒기 위해 옛날 옛적에 복숭아나무판자에 귀신의 형상을 그려 문에다 걸었다는 ‘신도울루’ 넉 자를 써 붙인 것에서 시작되었으며, 춘련은 입춘에 봄을 맞이하여 봄의 행운을 부른다는 ‘의춘(宜春)’ 두 자를 써서 문에 붙인 것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요사스러운 귀신을 물리치는 글귀와 풍년에 대한 염원, 새해에 대해 설레는 마음과 기대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글들, 춘축을 읽습니다.
 ‘비바람이 순조로우니 풍년이 들어 시절이 평화롭구나.’ ‘열린 문으로 온갖 복이 들어오고, 땅을 쓰니 황금이 나온다.’ 보고만 있어도, 소리 내 한 번씩만 읽어도 마음이 흐뭇해집니다.
입춘날 입춘시에 입춘축을 붙이면 ‘굿 한 번 하는 것보다 낫다’며 복을 부르는 목적보다도 악을 물리치는 더 큰 의미가 부여되기도 합니다. 가내 평안을 위하여 입춘시를 맞추느라 한밤중이나 새벽을 기다리기도 하지만, 그렇게 좋은 의미를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상중인 집에서는 붙이지 않는다 합니다.
예전에는 입춘이 왔음을 사당에 가서 먼저 고하고, 집의 구조와 기능에 따라 대문에는 ‘입춘대길 건양다경’, 중문에는 ‘문신호령 가금불상’, 기둥에는 ‘천증세월인증수 춘만건곤복만가’, 아버지 방에는 ‘부주평안’, 어머니 방에는 ‘모주평안’, 곳간의 두 문짝에는 ‘의이장지 절이용지’ 등 큰방 문 위의 벽과 마루의 양쪽 기둥, 부엌의 두 문짝까지 붙이는 곳에 따라 각각 기원의 내용도 다르답니다.

보통 장수를 기원하는 내용의 춘첩자는, 명절을 맞이하여 나라와 군주에게 상서로운 일이 있기를 바라는 뜻으로 벼슬아치들이 임금에게 지어 바치는 시 중 좋은 것을 뽑아 연잎과 연꽃무늬를 그린 종이에 써서 대궐 내전기둥과 난간에 붙였으며 고려시대부터 이어져왔습니다. 조선시대에 와서는 봄을 축하하는 시를 적어 이를 선물로 주고받았다고 합니다.
     
지난해 붙여 놓은 입춘방이 누렇게 바래졌습니다.
‘가게 기둥에 입춘이랴(假家柱立春)’고, 지난 한 해 동안 격에 맞지 않게 엉뚱한 일로 남에게 피해준 적은 없었는지 되돌아봅니다.
헛됨과 어리석음이 배어 뻣뻣해진 입춘방을 떼어버리고,
앞으로 만나게 될 하루하루가 행복하지는 않아도 난데없는 불행으로 가슴 졸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 자리에 다시 새로운 입춘방을 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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