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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사진첩…동티벳 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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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사진첩…동티벳 ⑦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17.12.26 14:21
  • 호수 12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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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평화를 불러 오는 곳 … 동티벳

위치 좋은 산허리마다 설치미술품 같이 집채만 한 크기로 쓰여 있는 한자와 영자와 티벳글자를 보며, 돌탑 같이 쌓아놓은 야크똥탑을 보며, 은근하여 더 매력적인 신두차오를 떠납니다.
 4킬로미터에 달하는 활주로의 캉딩공항을 지나, 높고 순결한 산이라 여기는 중국내륙 최고봉 공가산(7556미터)의 한 자락인 저둬산에 올라 꼬불꼬불한 오르막‧내리막길을 봅니다.

▲ 루딩교

중국공산당 성지 - 루딩교
대도하를 낀 깊은 협곡을 따라 온 루딩입니다.
중국공산당대장정 때 공산혁명군 홍군이 승리한 루딩교전투, 쇠사슬로 만들어진 출렁다리 루딩교 밑으로 세찬 강물이 흐릅니다.
마작을 하고, 점을 보고, 과일을 파는 광장 한 편으로 옛 주막거리가 남아 있습니다. 좁은 골목에 붉은 전등불이 꽃처럼 켜 있습니다. 
‘차마고도전기’가 방마다 한 권씩 놓여있는 숙소는, 이곳이 차마고도의 시발점과 근접해 있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현관도 복도도 차를 등에 지거나 말에 얹어 나르는 사진과 장식품이 많습니다.
 
황토빛깔 강물에 아침햇살이 비칩니다.
춤인 듯 춤 아닌 듯, 춤처럼 보이지만 춤이어서는 안 되는 무예, 길가 소박한 공간에서 몸으로 나타내는 마음, 강바람과 햇살 속에서 마음을 바라보며 몸과 나누는 대화, 몸동작을 하는 어르신들의 말끔하니 표정 없는 얼굴을 봅니다. 

수 천 년에 걸쳐 마방·말·야크와 땀 발자국으로 인해 다져진 사연 많은 차마고도의 출발지, 인류 역사상 최초로 차를 인공 재배한 지역, 미인이 많은 도시 야안은 땅길과 물길과 하늘길과 협곡이 어우러져 있어, 금방이라도 차를 가득 실은 마방들이 방울소리를 내며 나올 듯합니다. 

청두가 동티벳으로 접어드는 곳이라면, 이곳은 동티벳으로부터 나오는 관문입니다. 옛티벳과 중국을 가르는 지리적 접경인 얼랑산이 저 아래쪽 위치에 있다는 소리가 설산 사이사이로 아득하게 들립니다. 
 
 

삼국지 촉나라의 중심 - 청두
동티벳 여행의 첫날밤을 보낸 곳이며 또한 마지막 장소이기도 합니다.
서울의 인사동으로 불리는 관샹즈의 골동품가게와 식당과 정육점에서는 유비와 제갈공명, 관운장과 장비의 체취가 물씬 납니다. 그들의 복장을 입은 점원들이 물건을 팔고 있어 그들을 보기 위해 관광객이 몰려있습니다.
방울이나 칼로 기예를 하는 기인들이 많은 골목에는, 헤드라이트를 켜고 귀청소를 해주는 사업장도 있습니다. 두부를 발효한 음식에서 나는 고약한 냄새를 맡으며, 화려한 야경의 청두를 스쳐보며, 보름동안 머물렀던 동티벳을 떠올립니다.

관음의 정토-티벳     
웅장한 설산연봉이 병풍처럼 쳐진 동티벳은, 사천성 서부 아바티벳자치주와 깐즈티벳자치주의 해발 3~5천 미터 고원지대의 아름다운 호수와 끝없는 초원입니다.
살아있는 부처와 보살이 있는 순례자의 성지, 세상의 끝, 인간이 살아가는 가장 놓은 곳, 오직 히말라야 그늘 아래 신을 숭배하고 종교적 믿음으로 환생을 기원하며 살아가는 곳, 예측불허의 일기와 비포장도로와 고산으로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래서 더 가슴에 오래 남을 다양한 풍경들이 있었습니다.

두루마리 경전을 넣은 원통형 법구인 마니차와 백탑과 타르초와 빨간 가사,
하늘·바람·불·물·땅을 나타내는 긴 룽다가 평화롭게 바람을 타며, 순례자들은 신들의 언덕에서 가장 낮은 자세로 오체투지를 합니다.
정밀하고 아름답게 만든 허리칼, 통치마와 선명한 색체의 앞치마, 긴 수염, 가닥가닥 땋은 머리에 올리는 복잡한 장식, 정해진 날에만 옷을 갈아입는 풍습을 지닌 티벳인들은 자신이 쓸 돈은 없어도 불전을 바치는 일에는 인색하지 않고, 자연과 더불어 살며 자연의 힘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고 있습니다.
 
비록 글은 모르지만 남을 위하여 마니차를 돌리는 장족만의 철학, 한 사람이 타르초를 세우면 다른 사람들도 하나 둘씩 동참해 타르초숲을 만듭니다. 그 숲의 가닥가닥 경전을 적은 오색천이 휘날리는 고갯마루를 만나면 향을 피우고 소망과 무사태평을 빕니다.
사원이나 사당뿐만 아니라 먹고 말하고 숨 쉬는, 티벳인들은 삶 그 자체가 종교인 채로 신께서 주신 하루하루를 선물이라 여기며 살고 있습니다.  
 
동티벳에서만 먹을 수 있다는 야크고기의 맛이 아득합니다.
눈만 뜨면 와 닿는 설산과 구름, 열반을 상징하는 티베트불탑 초르텐의 불꽃이 눈을 맞고 있을 오늘도, 그 도시를 지나는 이들에게 젊은 공안은 신분증을 보여 달라 하겠지요. 

여행이 끝난 것처럼 한 해도 끝입니다.
길 위에 나서서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버렸는가를 생각하듯이, 한 해의 끝에 서서 올 한해를 더듬어 봅니다,
<김현락 지면평가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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