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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사진첩… 동티벳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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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사진첩… 동티벳⑤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17.12.11 12:48
  • 호수 12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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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평화를 불러 오는 곳 … 동티벳
▲ 해발4500미터 우유해

바람에 날리는 선홍색 승복이 야칭스를 떠난 뒤에도 계속 잔상으로 남습니다. 
공중우물가에서 빨래를 하던 빨갛게 언 작은 손, 햇살을 받으며 걷던 고운 뒷모습, 고깔 속의 앳된 얼굴, 빨간 볼과 수줍게 배시시 웃는 비구니들의 모습은 오래오래 기억 될 것입니다.  
 
차마고도의 천장북로에서 천장남로로 내려갑니다.
구름 둥둥 뜬 파란 하늘아래 설산이 병풍처럼 둘러 쳐 있고 흐르는 야릉강가에서 말과 야크들이 풀을 뜯고 있습니다. 노랗게 물들어가는 나무들 위로 눈부신 햇살이 비치는 그림 같은 풍경을 보다가 갑자기 불 없는 터널로 들어가니 머리가 띵 해집니다.

거울과 같은 초원-리탕
해발 4,133미터에 있는 가장 높고 아름다운 초원위의 도시, 티벳의 멋과 향기가 진하게 남아있다는 리탕입니다.  
동티벳에서 규모가 가장 크며 역시 달라이라마를 두 분 배출했다는 리탕사, 하얀 백탑의 사원이 언덕위에 있습니다. 중앙 계단 위의 본전에 오르니 마치 하늘나라에 온 듯 가슴이 두근대기 시작합니다.(나중에 생각해 보니 해발이 워낙 높아 나타난 고산증세였습니다.)

토끼귀 모양이라 하여 투월산이라 이름붙인 산마루를 지나니, 1천 개가 넘는 크고 작은 호수와 다양한 모양의 바위가 어우러져 신비로운 풍광을 보여줍니다. 칭장고원 최고 빙하유적지 해자산으로, 지구가 아닌 돌 많은 혹성에 온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최후의 샹그릴라
이번 동티벳 여행의 목적지 야딩풍경구가 있는 곳, 담벼락이나 지붕 위에 돌로 아름답게 장식을 해 놓은 르와에 드디어 도착했습니다.
저녁이면 동네사람들이 나와 운동을 하는 광장에는 2개의 큰 마니차를 모신 사원이 있습니다. 마니차를 돌리는 모습을 말끄러미 보고 있으니, 들어와 같이 돌자는 손짓을 합니다.
왼손에는 염주를, 오른손으로는 마니차를 돌리다가 힘에 부치면 의자에 앉아 쉬기를 반복하는 연세 지긋하신 주민들.
염주와 마니차를 돌리는 것이 일상인 듯, 
염주를 돌리기 위해 손이 있는 것처럼, 무엇을 위한다거나 기도한다기보다, 그냥 길들여진 것, 떼려야 뗄 수 없는 그런 것, 그런 행동과 표정입니다. 

첫차를 타기 위해 야딩풍경구 입구에 도착하니 비가 내립니다.
오랫동안 티벳인들이 살았던 곳, 거대한 만년설산 아래 위치하여 일상의 근심과 고통에서 해방된 평화의 땅으로 묘사된 소설 속 가상의 장소와 일치한다하여 진정한 낙원, 샹그릴라로 불리는 땅을 밟습니다.

파란 물감을 풀어 놓은 호수
풍경구의 진주해와 천년의 역사를 지닌 충고사와 낙용목장까지는 셔틀버스와 전동차를 타고 갑니다. 앞뒤로는 설산이, 좌우 옆으로는 노랑단풍나무가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합니다.
신의 땅, 5천 미터 급의 산이 32개가 있는 만년설산 풍경구, 최후의 샹그릴라로 불리는 우유해와 오색해를 향해 가는 길에 눈보라가 몰아칩니다.

신선이 사는 땅 야딩풍경구는 자연보존이 잘 되어 원초적인 모습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고산 자연 생태계로, 초원 위에 우뚝 솟은 설산과 산정호수가 있으며, 1928년 영국의 탐험가에 의해 처음 발견됐습니다.
사시사철 설산인 세 개의 산봉우리는 하늘에서 내려 보면 ‘品’자 모양으로 배열 돼있어, 불교의 나라답게 관세음보살‧문수보살‧금강보살이라는 불명이 붙여졌다 합니다. 동‧남‧북쪽의 세 주인이 서로 믿고 의지하는 신산이란 뜻의 ‘일송공포’라 부르며, 티벳 불교인이라면 꼭 다녀가야 할 성지순례지로 여기고 있습니다.
      

4500미터에 위치한 우유해와 4600미터에 있는 오색해에 오릅니다. 눈발이 우수수 호수 속으로 몸을 던지는 듯합니다.
장족들의 신선한 산으로 추앙받고 있는 최고봉우리 6032미터 시엔나이르의 크고 높은 몸이 호수에 차고 넘쳐, 이곳이 해발 4600미터가 맞는지 의심이 됩니다. 고산 때문이 아니라, 그 큰 봉우리의 웅장함에 숨이 막힙니다.
무채색 하늘과 옅고 짙은 호수 물빛을 보며 하늘이 열리기를, 제발 구름이 흘러가기를 바라고 또 바랍니다.                 
     
끝내 햇빛 받은 옥색설산이 호수에 반영되는 아름다운 경치를 보지 못한 채, 눈 쌓인 산길만 조심조심 내려오고 말았습니다. 
<김현락 지면평가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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