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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사진첩 … 동티벳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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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사진첩 … 동티벳 ③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17.11.27 14:55
  • 호수 12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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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평화를 불러 오는 곳 … 동티벳
▲ 혜원사

환상의 당링설산
해발 3400미터에서의 밤하늘은 어떠할까, 얼마나 많은 별들이 쏟아져 내릴까  설렘으로 눈을 떴습니다. 새벽 1시, 문을 밀고 밖으로 나가 하늘을 봅니다. 어, 이게 아닌데? 사방이 온통 검기만 합니다.
별 없는 밤사이에 한 계절이 후딱 바뀌었습니다. 언제부터 내렸는지 눈이 수북하게 쌓였습니다.
안내자는 눈이 얼면 이곳에서 나가기 힘드니 빨리 당링에서 나가야한다고 서두릅니다. 트레킹 내내 숨겨진 환상의 비경을 보여준다는 당링설산의 후루하이가 눈 속에 갇혔습니다.
아직 인연이 닿지 않은 수묵화 당링설산을 올려보며,
다시 숨겨놓으며, 당링을 떠납니다.         
하룻밤 잠만 자고 고스란히 되돌아 나가는 길은, 들어올 때의 완연한 가을 풍경이 나가는 때는 한겨울 풍경입니다. 노란 나뭇잎도, 파란 잎사귀도, 룽가도 모두 하얗습니다. 
알려지지 않은 동티벳 최고의 오지급, 28개의 5천 미터 설산연봉의 웅장함과 몇 십 개의 고산호수를 품고 있다는 당링설산 트레킹을 위해 4일 동안 머리도 감지 않았지만, 어떤 모습으로 사람들을 들뜨게 하는지 전혀 짐작하지 못한 채 그냥 덤덤하게 당링마을을 떠나옵니다.
길 가 산비탈에 눈 맞은 타르쵸를 건네 보고 있는 산양 한 마리, 산 속에 그림같이 서 있습니다.   

▲ 당링마을

해가 뜨면 개가 짖는다는 마을-단빠
당링설산에 대한 미련을 툭 떨어뜨릴 만큼 아름답고 견고한 집들이 설산 사이로 드문드문 보입니다.
옥상 사각 모서리마다 오색 깃발이 꽂혀 룽다처럼 펄럭입니다.
징기스칸으로부터 도망 온 서하왕조의 후손들이 더 이상 침략당하지 않기 위해, 항상 전투태세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주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산 위쪽과 집 뒤꼍으로 커다란 망루도 보입니다. 외적이 침입할 때 봉화대로 사용했으며 지금은 창고로 사용한답니다.
오랜만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것을 봅니다. 초등학교 정문으로 학부모들이 자녀들을 데리러 왔네요.
 단빠현이 가까울수록 집들의 모양도 조금씩 바뀝니다.
집집마다 옥상의 사각 모서리는 오색 깃발 대신, 흰색의 작은 탑 모양으로 변해 마치 왕관처럼 보입니다. 이는 네 개의 방위를 담당하는 산신, 토지신, 수신, 화신을 상징하며 가족의 안녕을 기원하는 의미입니다.
이곳저곳 흩어져 있지만 대부분 남향으로 지은 집들로, 보통 3층의 구조로 되어있으며, 다양한 크기의 돌을 층층이 쌓아올리고 그 틈을 진흙으로 채워 넣는답니다.
기둥과 처마는 붉은색으로, 2층 벽은 흰색으로 칠해져 있습니다. 매년 새해를 맞이하기 전 날 흰색을 다시 칠하는 전통이 있다고 합니다.
그 지역에서 많이 나는 돌이나 나무를 사용하여, 이곳에 사는 가융장족의 전통적 건축방법으로 지은 갑거장채 가옥입니다.
갑거란 100개의 가구를 뜻하는 티베트어로 ‘가장 살기 좋은’ 이란 의미이며, 장채란 장족마을을 말합니다.
대도하가 흐르는 강가, 깊고 좁은 골짜기를 따라 양쪽에 길쭉하게 자리 잡은 도시, 예로부터 미인이 많아 ‘미인곡’으로 불려 온 단빠현입니다.
햇빛을 볼 수 없어 얼굴빛이 하얘 미인이 많다고 하지만, 옛날 징기스칸에 의해 멸망한 서하왕조가 궁녀와 후궁, 비빈들을 데리고 이 깊은 골짜기로 숨어들어 정착하면서 많은 미인들이 살게 되었기 때문이랍니다.
지금도 이 지역에는 미인들이 많아 매년 10월 26~28일 미인대회가 열립니다. 온통 화려한 색상의 옷과 각종 보석이 달린 장신구로 장족의 전통복장을 한 아름다운 여인들을 보지 못한 것이 다소 서운하였습니다. 미인 중에서도 특히 빼어난 미인들은 티베트예술단 소속으로 선발되어 전국으로 공연을 다닌답니다.
대신, 설날 같은 큰 명절에는 정말 예쁜 미인들을 많이 볼 수 있다며, 설 명절에 다시 한 번 오라고 안내자가 넌지시 운을 뗍니다.  

▲ 갑거장채가옥

빠메이에서 따오푸, 그리고 루워
야라설산의 웅장한 모습과 야크계곡, 초원을 둘러싸고 있는 나지막한 구릉, 부드러운 곡선으로 융단을 펼쳐놓은 것 같은 능선, 많은 야크와 염소들, 티베트의 정신적지도자 달라이라마 7세가 탄생한 곳, 빠메이초원입니다.
뒤편의 눈부신 설산 봉우리가 안 보인다면, 이곳이 해발 수 천 미터의 티베트 고산지대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을 것입니다. 넓은 초원 곳곳마다 티베트 전통가옥들로 이루어진 마을이 평화롭게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초원 한 가운데 노란 지붕이 보입니다.
달라이라마 7세가 전쟁을 피해 6년간 머물던 곳으로, 달라이라마와의 인연으로 티베트인들의 신앙적인 귀의처이며 불교의 성지로 여기고 있는 티벳불교의 게룩파사원 혜원사입니다. 
     
반짝이는 초원을 지나니 하늘이 온통 구름으로 덮였습니다. 루워로 가는 중에 화물트럭 시위라도 하는 냥 큰 트럭들이 길을 꽉 메꿨습니다. 여차저차 힘들게 그 구간을 빠져나오자 얼마 가지 못해 또 차가 길게 늘어서 있습니다. 이번에는 도로 공사를 한다며, 한 시간 반 정도를 기다려야 한다고 합니다.
한 방울 두 방울 비가 내립니다.
팔이 긴 전통복장을 한 장족청년이 무료한 듯 왔다 갔다 하며, 빨간 승복을 입은 스님은 얼마나 급하신지 길게 줄을 선 차 안의 사람들을 무시한 채 볼일을 봅니다.
가로수에 길게 묶인 타르쵸도 바랜 채 비를 맞고 있습니다.
타르쵸는 한 번 매어두면 헤져 없어질 때까지 그대로 두기 때문에 지저분하고 더러운 것이 많다고 합니다. 
진리가 바람을 타고 세상 곳곳으로 퍼져, 모든 중생들을 해탈에 이르게 하라는 염원의 타르쵸가 바랜다고 그 염원까지 바래질리는 없겠지만, 몇 시간째 움직일 줄 모르는 차 안에 앉아 있자니, 우리의 마음이 시나브로 바래는 듯합니다.
<김현락 지면평가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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