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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사진첩… 동티벳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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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사진첩… 동티벳 ②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17.11.20 10:15
  • 호수 12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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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평화를 불러 오는 곳 … 동티벳 ②
▲ 빠랑산고개

비아그라보다 고소 적응 효과가 6배나 많다는 빨간 알약 홍경천을 꼭 먹을 것을 비롯해 몇 가지 주의사항을 듣고 청도의 밤을 가르며 졸음과 설렘이 시작됩니다. 
중국에는 신호등이 있는 터널도 있다는 안내자 마부의 소리를 들으며 5킬로미터나 되는 긴 터널을 지납니다. 
해가 잘 안 뜨는 곳, 히스테리성 환자가 많은 곳, 미인들이 많은 팬더의 도시. 창강을 비롯하여 네 개의 큰 강이 흐른다 하여 붙여진 이름 사천성에서의 첫 아침은, 거리에 나온 사람들보다 도로 곳곳에서 느리게 걷고 있는 야크와 말입니다.  

▲ 갈매나무

장평구와 드물다는 갈매나무와 험난하기로 유명한 4481미터의 빠랑산고개를 넘으며 앞뒤와 옆, 온통 설산 속으로 들어가는 길은 환성이 저절로 나옵니다. 나무라고는 한 그루도 없는 평원 아닌 평원에 하얗게 눈이 덮였습니다. 
중국의 사천성을 대표하는 산인 쓰꾸낭산은 북에서 남으로 배열되어 있는 4개의 산봉우리가 네 명의 소녀와 같다하여 이름이 붙여졌으며, 이 4명의 처자가 본인들이 좋아하는 팬더를 지키려다 봉우리가 되었다는 전설이 있는 산입니다. 쓰꾸낭산의 출발점인 르릉에 도착하여 마을을 한 바퀴 돌아봅니다. 
골목에는 대문이 굳게 닫힌 집들과 몇 몇 사람들만 지나다닐 뿐 이 곳 역시 사람보다는 말들이 길을 차지하며 걷고 있는 조용한 마을입니다.

도로변에 나오니 예쁜 소녀 두 명이 식당 앞에 서서 들어오라는 손짓을 합니다. 배가 부르다는 표시를 하자 그들도 쑥스러운지 빙그레 웃습니다.
옹기종기, 길가에 보란 듯이 탁자를 내 놓고 마작을 하는 사람들도 보입니다.
 고산도 적응할 겸, 설산과 단풍이 어우러진 풍경도 감상할 겸, 눈이 살짝 내린 장평구에 오릅니다. 
쓰꾸낭산을 중심으로 한 풍경구의 중앙인 장평구 입구에는 말들이 태우고 갈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고산증이 있는 사람들에게 말을 타고 가라는 것입니다. 당연히 말 값은 지불해야합니다.
하얀 불탑 쵸르텐이 정문입구에 반듯하게 세워진 라마불교사원과, 삼각형모양의 커다란 오색 타르쵸와, 4명의 아름다운 티베트족 소녀의 화신이라는 네 개의 설산봉우리 따꾸낭산‧얼꾸낭산‧산꾸낭산‧쓰꾸낭산이 앞을 딱 가로막고 있습니다. 

▲ 티벳어린이

구름을 만들어내는 기계라도 숨겨둔 냥 뭉게뭉게 숨었다 나타나기를 반복하는 설산들은, 날리는 눈바람을 피해 반짝반짝 빛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6250미터, 가장 높은 봉우리가 막내 쓰꾸낭산입니다.
이끼가 퍼렇게 피고 솜털이 척척 늘어진 나무들 속에, 중국갈매나무가 있습니다.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처럼, 외로이 서서 쌀랑쌀랑 소리를 내며 눈을 맞을, 굳고 정한 갈매나무, 백석시인의 갈매나무가 이 곳 장평구에도 드물게 서 있습니다.
눈이 녹아내린 물의 충적으로 인해 자연적으로 형성된 쿠수탄지역에는 잎 없는 나무들이 물 속 식물처럼 자라고 있습니다.
 구체구보다도 멋들어지지 않느냐는 안내자의 말을 들으며, 말똥을 피해가며, 장평구를 내려오는 길 역시 설산이 은빛으로 서 있습니다. 여기가 중국이 맞는지, 혹시 알프스산맥에 온 것은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로 온통 빛나는 설산입니다. 

군데군데, 얇게 깎아 말리고 있는 사과도 보입니다.   
이틀을 묵은 르릉에서의 아침은 마을전체의 단수로 인해 전전긍긍, 또 다른 길로 떠나기 위해 대충대충 짐을 쌉니다.
다행인지, 고소적응뿐만 아니라 고도가 더 높은 지역으로 가야하니 오늘도 머리를 감지 말라합니다.
오지 중의 오지, 숨겨진 후루하이의 당링. 미인이 많다는 담빠현입니다.
짙은 옥색 대도하가 구불구불 흐르는 협곡으로, 불 없는 터널로, 다시 노란 단풍이 어우러진 설산으로 차는 달립니다.
강가 여기저기에 모래를 채취하는 기계가 많습니다. 이곳에서는 부자들이 다 모래채취업자들이랍니다.      
강가 노점에서 사과와 호두를 파는 장족여인들을 봅니다. 눈이 동그란 어린아이는 막대사탕을 손에 쥐어주자 호기심 반, 신기함 반으로 눈이 더 동그래집니다.

▲ 쿠수탄지역

창문이 아름다운 장족의 큰 집들은 볼수록 견고합니다. 하얀 옥상 난간에는 노랗게 잘 익은 옥수수가 주렁주렁 꽃 피듯 걸려있으며, 옥상마당에는 노란 장식용 카펫처럼 옥수수를 널어놓았습니다.
시간이 멈춘 듯한 가옥들 사이로 움직이는 것은 검은 야크뿐, 마을사람들은 도대체 이 시간에 어디서 무엇을 할까 궁금합니다.
단둥에서 흘러오는 물과 당링에서 흘러오는 물이 합쳐지는 곳, 비포장도로의 시작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덜컹덜컹 이리 쏠리고 저리 쏠리며 산을 넘는 물소리를 따라갑니다. 계곡사이로 보이는 설산의 풍경에 긴 시간 차를 타고 온 피곤함도 잊었습니다.
줄기차게 오지 중의 오지급인 당링마을의 아름다움에 대해 얘기하던 안내자의 말 대로 차창 밖의 풍경은 정말 평온하기가 그지없습니다. 

설산 밑으로, 노르스름 물 들어가는 키 크고 날씬한 나무가 있고, 당링에서 흘러나오는 물이 있는 목초지에 말 세 마리가 풀을 뜯고 있습니다. 그 풍경을 보고 있자니 저절로 마음이 비어집니다. 고요해집니다.         
단빠현에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당링마을 입구에서도 여지없이 여권을 검사합니다. 검사라고 해야 죽 나열해 놓고 사진 한 장 찍는 것이었습니다. 
입구에서부터 커다란 타르쵸가 환영해주는 당링, 오늘 밤 묵게 될 숙소 앞에서 짐을 내립니다. 전통 민박집의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오르자 그동안 참았던 숨이 탁탁 막힙니다.
해발3350미터밖에 안 되어, 뭘 씻지도 마라했느냐며 구시렁거렸더니… 짐을 풀기 전에 일단 붉은 알약 홍경천을 찾아 먹습니다.

울타리 없는 넓적한 마당에 장작을 쌓고 불을 지핍니다.
내일, 그 아름다운 숨겨진 모습을 볼 생각으로 모두들 기대를 잔뜩 한 표정입니다.
타르쵸 붉은 경전보다 짙은 불빛과 매캐한 연기 속에서 밤은 깊어갑니다.
<김현락 지면평가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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