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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사진첩… 동티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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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사진첩… 동티벳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17.11.13 12:07
  • 호수 12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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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평화를 불러 오는 곳 … 동티벳 ①

늘 그렇듯이
길들여지지 않은 환경과 익숙하지 않은 문화 속으로 한 발 내딛는다는 것은, 두근두근 설렘과 또 한편으로는 내용 없는 불안을 갖게 합니다.
반듯하게 포장된 도로와 청소 잘 된 공중화장실을 이용하다가, 울퉁불퉁한 자갈길과 아래가 훤히 보이는 문짝도 없는 화장실을 접하다보니, 내가 이방인이 아니라 보통과 달리 보이는 모든 것이 이방인입니다.
 

중국 사천성의 수도 청두에서 차마고도의 천장북로를 따라 깐즈까지, 다시 리탕에서 천장남로를 따라 대동하가 흐르는 차마고도의 시발점 야안까지 4천여 킬로미터의 여행길에 나섭니다. 
올리비아 랭이 지은 ‘외로운 도시’를 가지고 동티벳이라 불리는 청두의 불빛 없는 터널로부터 여행은 시작되었습니다.
털어버리기 힘든 문제인 고독처럼 뭔가를 잃어버렸을 때 마음도 같이 잃어버리지 못하고 따라다니는 후유증 같이 마음이 무거운 곳도 있었지만, 스스로 선택한 고독처럼 세상을 사랑하고 즐길 수 있는 마음을 얻기도 하였습니다. 

산모퉁이를 돌 때마다 보이는 설산과 황무지,
길가 조그만 물이 흐르는 골짜기면 어김없이 설치돼 있는 마니차,
보이는 곳곳에 쌓아올린 돌무더기‧돌탑인 라체,
바람이 대신 읽어주는 경전인 오색 깃발 룽따와 타르초,
라마불교 고유의 하얀 불탑 쵸르텐,
경전글귀 옴마니반메흠이 색색으로 새겨진 돌,
야크의 머리뼈에 걸어놓은 하얀 헝겊 하닥,
석조건물이 주를 이루며 붉은색과 흰색의 조화로 만들어진 창문과 창틀, 
거리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붉은 승복을 입은 스님,
야크털로 짠 검은색과 다갈색의 모포로 만들었으며, 크고 넓은 옷소매를 늘어뜨린 장포를 입은 장족남성과 가닥가닥 땋은 머리에 환한 장식을 한 장족여인,
사람들보다 많이 길을 걷고 도로를 무단횡단하는 야크와 말과 돼지,
한 끼에 필요한 도구를 비닐로 포장한 식사 그릇….
그 중에서도, 나무와 풀 한 포기조차 쉽게 허락하지 않은 메마른 땅에서 사는 티베트인들의 붉은 두 볼과 수줍은 미소를 봅니다.     
 

이야기를 품고 있던 여행지에서,
내가 누구인지 중요하지 않던 여행지에서
가장 단순한 풍경 하나만으로도 탄성이 터져 나오던 여행지에서의 지나간 날을 생각합니다. 

행복을 주기 위해 여행인솔자가 됐다는,
그러므로 본인이 더 행복을 얻는다고 믿는,
반 티베트인이 된 마부와의 여행에 바람과 경전이 함께 합니다. 
<김현락 지면평가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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