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8 13:35 (목)
벼룩시장은 함께 즐기는 문화상품이다 ⑥
상태바
벼룩시장은 함께 즐기는 문화상품이다 ⑥
  • 이진수 기자
  • 승인 2017.10.23 15:29
  • 호수 12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자체가 지원하면 ‘청양벼룩시장’ 가능성 충분
▲ 판매자들의 재능기부와 학생들의 만들기 체험이 자랑거리인 부산시 지구인시장.

벼룩시장은 오래된 물건이나 중고용품을 직접 사고팔 수 있는 시장을 말한다. 벼룩시장이라는 용어는 프랑스 파리에서 생겨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세시대 파리에는 시 당국으로부터 허가와 일정한 공간을 배정 받은 ‘정규 벼룩’과 ‘무허가 벼룩’이 각자의 물건을 내놓고 판매했다. 그때 무허가 벼룩들이 경찰의 단속을 피해 감쪽같이 사라졌다가 경찰이 사라진 후 금방 제자리로 돌아오는 모습이 마치 ‘벼룩이 튀는 것 같다’고 해서 벼룩시장이라는 이름이 생겼다고 한다. 벼룩이 들끓을 만큼 내다파는 물건이 오래된 까닭에 그런 이름이 붙었다는 말도 있다.
한국의 벼룩시장은 유럽에 비해 규모는 크지 않지만, 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전통적 의미의 벼룩시장은 서울풍물시장이나 황학동(동묘역) 벼룩시장이 유명하다. 또 서초토요벼룩시장은 공연 등 문화와 결합한 곳으로, 제주 서귀포 예술시장은 예술과 결합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밖에 부산의 지구인벼룩시장, 대구의 수성못벼룩시장 등이 대도시를 중심으로 오래된 물건의 유통과 재사용을 유도, 지구환경을 보존하는 동시에 오래된 것들의 소중함을 일깨우면서 문화상품 및 경제상품으로서의 가치를 키우고 있다.
벼룩시장은 ‘오래된 미래’를 현장에서 구현하는 독특한 마켓이다. 새로운 것, 뛰어난 것, 비싼 것, 유명 브랜드를 선택의 중심에 두는 자본주의사회에서 벼룩시장이 갖는 의미는 그래서 더욱 특별하다. 벼룩시장은 절약정신, 착한 소비, 아나바다(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는) 운동과 맥을 같이 한다.

[글싣는 순서]
1. 원주시민 녹색장터 ‘삼삼한 토요일’
2. 절약정신의 출발 ‘황학동 벼룩시장’
3. 예술과 벼룩시장의 만남 ‘서귀포 예술시장’
4. 지구환경 보존을 위한 ‘부산 지구인시장’
5. 지자체가 주최하는 ‘토요벼룩시장’
6. 농촌지역에서 가능한 벼룩시장의 형태

▲ 어린이 대상의 공유경제 교육이 돋보이는 서초토요벼룩시장.

다양한 벼룩시장이 환경을 살린다
강원도 원주시에서는 2014년부터 시민들의 녹색장터인 ‘삼삼한 토요일’이 열려 왔다. 매월 셋째(3) 주 토요일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개장되고 있어 ‘3·3(삼삼)한 토요일’이 됐다. 삼삼한 토요일에서는 나에게 쓸모없거나 안 쓰는 물건이 하나의 상품이 되어 누군가에게 행운의 물건이 된다. 갖고자 했던 물건을 아주 저렴한 가격에 내 것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 서귀포시에서는 이중섭거리를 중심으로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화예술시장’이 열린다. 이 시장은 문화 예술인과 시민들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이곳에 참여하는 문화예술인들은 자신이 만든 작품을 적당한 가격에 판매하고, 시민들은 예술인들의 작품활동을 직접 눈으로 보면서 필요한 물건을 구입한다.
부산시 ‘지구인시장’은 매주 토요일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용두산공원에서 열리고 있다. 이 벼룩시장의 출발점은 지역에 청년들의 활동공간을 창출하고 싶었던 한 단체이다. 단체의 이름은 ‘지구인팀’이다. 지구인팀은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부산에서 활동한 청년단체이다. 첫 시작은 사회적 기업에 대한 학습이었으며, 나아가 부산에서 청년들이 직접 사회문제를 해결하면서 지역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자는 목표로 활동했다.

지난 2003년 처음 개장한 이후 해마다 봄과 가을에 열리고 있는 대전시 대덕구 ‘중리행복 벼룩시장’은 매회 6000여 명이 찾을 정도로 성황을 이룬다. 이 벼룩시장은 중리동 중리남로 구간인 중리동주민센터에서 만남공원까지 200m 길이의 ‘중리행복길’에서 열린다. 시장이 열릴 때면 150개 재활용품 판매부스와 예비창업청년 특별부스, 재미있는 체험, 다양한 문화공연이 어우러져 방문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서울시 서초구청이 주관하는 서초토요문화벼룩시장은 1997년 아이엠에프(IMF) 외환위기 극복을 위한 ‘아나바다 운동’ 차원으로 기획됐다. 1998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벼룩시장은 2016년 기준 누적 개최 횟수 856회, 참여인원 44만 3000여 명에 이른다. 전국적으로 봐도 최장수 아나바다 운동 중 하나이다. 서초벼룩시장은 중고 재활용품 판매 외에 사회적 경제마켓, 그린마켓, 휴카페 등을 운영하면서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 ‘오래된 것’ 속에서 발견의 기쁨을 찾는 서울 황학동 풍물시장.

지자체가 지원하는 벼룩시장의 가능성
청양지역에는 아직 정기적으로 열리는 벼룩시장이 없다. 그동안 일부 사회단체나 종교단체, 단위학교에서 올바른 소비문화 정착을 위해 비슷한 형태의 행사를 진행했지만, 소규모 또는 일회성으로 진행하다보니 성과가 미흡했고 지역문화로 승화하는 모습을 보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청양지역 각 가정에는 충분히 재사용이 가능한, 쌓아 둔 물건이 많다. 가정에서 배출되는 재활용 쓰레기 상당수가 재가공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다시 쓸 수 있는 것들이다. 저출산 여파로 장난감이나 책, 옷 등을 대물림하지 않으니 재활용 쓰레기를 모아놓는 곳에는 당장 사용할 수 있는 물건들이 수두룩하다.

벼룩시장은 안 쓰는 물건을 필요한 사람에게 전달하고, 내게 필요한 물건을 매우 저렴하게 구입하는 공유의 장이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는 올바른 경제관념과 바람직한 소비문화를 가르치는 교육의 장이 된다. 이런 측면에서 각 단위학교가 추진하는 알뜰바자회는 학생이나 지역주민들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기존의 재활용 쓰레기 처리 시스템은 새로운 자원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재가공 과정을 거쳐야 한다. 멀쩡한 물건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 에너지를 투입해야 하는 것이다.

이제 청양지역도 벼룩시장 개최를 통해 ‘쓸 만한 물건’의 선순환을 도모해야 한다. 청양의 벼룩시장이 기대성과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사회단체나 단위학교별 개최보다는 지자체 차원의 지원이 요구된다. 지원예산은 많지 않아도 된다. 장소와 문화프로그램 정도면 충분하다. 대전시 중리행복벼룩시장이나 서울시 서초토요벼룩시장은 이런 점에서 눈여겨볼만하다. <끝>

<이 기획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취재·보도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