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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양 특산물 ‘구기자’를 외연도에서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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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양 특산물 ‘구기자’를 외연도에서 보다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17.10.16 11:18
  • 호수 12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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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이 성큼 와 있다. 이제 곧 울긋불긋 단풍이 들면 그 아름다운 모습을 감상하기 위해 나들이를 계획하는 사람들이 많을 듯하다.
며칠 전 보령의 외연도를 찾았다.
대천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2시간 정도를 달려 도착한 외연도는 육지에서 까마득히 떨어져 있어 연기에 가린 듯하다는 의미로 이름이 붙여졌고, 주위의 크고 작은 열 개의 섬들로 이뤄져 있다 해서 외연열도라고도 불린단다. 성수기에는 하루 2번, 비수기 1번(주말 2회) 운항되는 여객선은 그날의 조수 간만의 차와 일기에 따라 출항과 결항이 결정된다. 당일 운(?)에 맡기는 셈이다.

몇해 전 TV 예능프로에 소개돼 더 유명해진 외연도. 지난 5월, 9명의 유·초등학생과 학부모 교육이 인연이 돼 이번에는 자원봉사로 다시 이곳을 찾았다.
선착장에 도착하면 ‘대령’이라는 믹스견이 길 안내를 해 준다. 대령호 선주가 붙여준 이름만큼 제 몫(?)을 다한다. 주민들의 말에 의하면 관광객을 구분해 길 안내를 한단다.
산허리를 돌아 산책로를 따라가다 보면 마을 뒤편에 자리한 천연기념물 제136호로 지정된 상록수림을 만나게 된다. 이곳은 동백나무를 비롯한 다양한 종류의 수목 등이 하늘을 가릴 정도로 빼곡히 들어서 있고, 400년 전통의 풍어당제를 지내고 있는 전공사도 볼 수 있다.

문득, 150여 가구에 약 300여명이 거주한다는 외연도 주민의 생활상이 궁금해 져 좁은 골목길을 이리저리 거닐다 보니 뜻밖에도 구기자 군락들이 눈에 뛴다. 모든 식물이 한 지역에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청양 특산물인 구기자를 이곳에서 보니 반갑고 신기했다.
김광돈(71·외연도초 졸업) 씨는 “어릴 때는 당고추 나무라고 불렀죠. 집집마다 제법 큰 구기자나무가 울타리가 돼 해풍을 막아줬어요. 보리밥만 먹어도 잘 산다고 할 만큼 고기잡이가 시원찮을 때라 잠시 육지에서 생활도 해봤지만 결국 고향으로 돌아왔어요.”라고 말한다.
여행을 하게 되면 숙식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예전에 비해 민박집과 식당들이 많이 늘었고, 화려하진 않지만 비교적 깨끗한 편이었다.

7년 전 이사 왔다는 김원자(51) 씨의 민박에 머물면 매끼 색다른 음식 맛을 볼 수 있다.
그는 “그동안 현실에 쫓기다시피 너무 바쁘게 살았는데, 이곳에서의 삶은 나를 돌아보는 여유로움이 있어 좋다. 배 왕래가 조금 불편하지 다른 것은 만족한다”며 우뭇가사리를 들깨기름에 살짝 볶아 고소하고 바삭하게 내어 놓는다. 그 맛이 일품이다.
다음날 아침, 굴을 따는 아녀자들의 모습을 쫓아갔다. 청주에서 이곳으로 시집왔다는 반정숙(66) 씨는 “이곳은 본인만 부지런하면 잘살 수 있는 곳이에요. 산에는 달래, 방풍 등 온갖 나물이 무성하고, 바다에는 해산물이 즐비하니 조금만 움직이면 먹을 것이 그득한 천혜의 자연조건이지요.”라면서, 금방 딴 자연산 굴을 실컷 먹어보라며 내어줬다. 하지만 힘들게 따는 것을 보니 미안한 생각이 들어 살짝 맛만 봤다.

이 날은 마침 물때가 맞아 외연도초 학생들의 갯벌 조개 캐기 현장체험학습에 동행했다. 호미로 두어 번만 긁어도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 모시조개들. 색이 참 예뻤다. 가을볕에 그을리는 줄도 모르고 잠시 동심으로 돌아갔다. 체험이 끝날 즈음, 선생님의 음악에 맞춰 갑자기 벌어진 갯벌 댄스. 그동안 방과 후 수업으로 틈틈이 갈고 닦은 방송 댄스 실력이란다.
맑은 가을 하늘과 반짝이는 바다를 배경으로 한 아이들의 군무는 영화의 한 장면처럼 신선했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 해 잠시 딴 세상에 머문 듯 현실을 잊어버렸고, 신비의 섬 외연도를 떠나 돌아오면서 다음에 꼭 다시 찾겠다고 되뇌었다. 해 맑은 아이들의 미소와 함께 다가온 외연도. 그 곳엔 가을이 무르익어가고 있었다.
<이세영 시민기자>

<이 지면의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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