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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사진첩… 백일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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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사진첩… 백일홍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17.09.25 15:28
  • 호수 12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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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 속의 꽃, 꽃 속의 꽃 … 백일홍

화단에 핀 백일홍 빨간 꽃을 보니 오래전에 돌아가신 아랫집할머니가 생각납니다.
할머니는 꽃 중의 꽃이라며 백일홍 꽃을 좋아했습니다. 아니, 부러워했습니다. 꽃에게는 하루가 일 년이라며 오래오래 백년을 아름다운 꽃으로 살기 때문에, 늘 백일홍꽃만큼 백 년을 살고 싶어 하였습니다.

100일 동안 피어 있다 하여 백일홍이라 불리는 분홍과 빨강과 노랑색의 소담스런 꽃이 읍사무소 화단에 활짝 피어 꽃동산을 만들었습니다.
백일홍은 초롱꽃목 국화과의 한해살이풀로 원산지가 멕시코입니다. 백일초라고도 불리는 이 꽃은 본래 잡초였으나 여러 명의 화훼가들이 개량하여 현재의 모습이 되었으며, 들꽃을 개량한 본보기의 하나랍니다.
녹색과 하늘색을 제외한 여러 가지 색으로 피는 선명한 꽃은 서양에서는 장식용 꽃꽂이로 많이 이용을 합니다.
 

잡초, 이름 없는 식물을 흔히 그렇게 부르지만, 언제부턴가 잡초라는 표현을 할 때마다 풀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경작지나 도로, 그 밖의 빈터에서 자라며 생활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풀을 사전적인 의미로 잡초라 하며, 작물의 생장을 방해하고 병균과 벌레의 서식처, 또는 번식처가 되어 작물의 종자에 섞일 때는 작물의 품질을 저하시키기도 합니다. 

보통 잡초라고 부르는 식물들은 생명력이 강합니다.
대부분의 잡초는 한 포기에 2만~20만 개의 작고 많은 씨앗을 만듭니다. 가벼운 씨앗은 멀리 날아가서 새로운 터전을 잡습니다. 워낙 생명력이 강하고 종자의 수명도 길어 조금만 살아남아도 새 땅을 차지하지요.
심지어는 봄과, 또는 계절에 무관하게 싹을 틔우는 2종류의 씨앗을 만드는 식물도 있으며, 한 식물의 암수가 만나 꽃가루받이를 하여 종족을 번식시키기도 합니다.   

봄부터 겨울까지 가장 빨리 계절의 변화에 적응하는 식물인 잡초는, 다른 식물보다 먼저 싹을 틔우고 다른 식물보다 쑥쑥 잘 자랍니다. 이산화탄소를 몸속에 저장하고 있다가 양분으로 변화시켜 빨리 자라는 것이 있는가하면, 서양민들레처럼 연중 꽃을 피우기도 합니다. 

냉이, 꽃다지, 봄까치꽃, 개망초, 달맞이꽃, 서양민들레 등의 꽃들도 잡초였습니다. 다만 잡초에 이름이 붙여져 봄꽃과 들꽃이 되었습니다.
단지 누군가를 만나지 못해 이름을 부여받지 못하고 마냥 잡초로 살아가야 하는 식물들의 서글픔이 보일 듯 말 듯한 꽃 속에 가득 들어있을 듯합니다.  
   

집에만 있기 아까운 하루하루입니다.
여기저기, 창녕에서, 평창에서 백일홍축제를 합니다. 시작은 잡초였으나, 이 땅에서 잘 적응하며 은근하면서도 끈질기게, 한 송이 꽃을 피우기 위한 간절함으로 아름다운 꽃을 피워 낸 결과입니다.

잡풀에서 나와서 그런지 잡풀들과 어울려도 무난한,
넘어지고 쓰러져도 마냥 편안한, 그 속에서도 특출하지 않고 그대로의 모양으로 조화를 이루는 백일홍을 봅니다. 
변화무쌍한 세상에 끈질긴 적응력으로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는 일은, 어쩌면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것은 아닌가 생각합니다.     

<김현락 지면평가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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