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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벼룩시장은 함께 즐기는 문화상품이다 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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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벼룩시장은 함께 즐기는 문화상품이다 ④
  • 이진수 기자
  • 승인 2017.09.18 10:32
  • 호수 12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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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소비로 지구 지키는 ‘부산 지구인시장’
▲ 지구인시장은 매주 토요일 부산시민들의 휴식처인 용두산공원에서 열린다.

벼룩시장은 오래된 물건이나 중고용품을 직접 사고팔 수 있는 시장을 말한다. 벼룩시장이라는 용어는 프랑스 파리에서 생겨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세시대 파리에는 시 당국으로부터 허가와 일정한 공간을 배정 받은 ‘정규 벼룩’과 ‘무허가 벼룩’이 각자의 물건을 내놓고 판매했다. 그때 무허가 벼룩들이 경찰의 단속을 피해 감쪽같이 사라졌다가 경찰이 사라진 후 금방 제자리로 돌아오는 모습이 마치 ‘벼룩이 튀는 것 같다’고 해서 벼룩시장이라는 이름이 생겼다고 한다. 벼룩이 들끓을 만큼 내다파는 물건이 오래된 까닭에 그런 이름이 붙었다는 말도 있다.
한국의 벼룩시장은 유럽에 비해 규모는 크지 않지만, 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전통적 의미의 벼룩시장은 서울풍물시장이나 황학동(동묘역) 벼룩시장이 유명하다. 또 서초토요벼룩시장은 공연 등 문화와 결합한 곳으로, 제주 서귀포 예술시장은 예술과 결합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밖에 부산의 지구인벼룩시장, 대구의 수성못벼룩시장 등이 대도시를 중심으로 오래된 물건의 유통과 재사용을 유도, 지구환경을 보존하는 동시에 오래된 것들의 소중함을 일깨우면서 문화상품 및 경제상품으로서의 가치를 키우고 있다.
벼룩시장은 ‘오래된 미래’를 현장에서 구현하는 독특한 마켓이다. 새로운 것, 뛰어난 것, 비싼 것, 유명 브랜드를 선택의 중심에 두는 자본주의사회에서 벼룩시장이 갖는 의미는 그래서 더욱 특별하다. 벼룩시장은 절약정신, 착한 소비, 아나바다(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는) 운동과 맥을 같이 한다.

[글싣는 순서]
1. 원주시민 녹색장터 ‘삼삼한 토요일’
2. 절약정신의 출발 ‘황학동 벼룩시장’
3. 예술과 벼룩시장의 만남 ‘서귀포 예술시장’
4. 지구환경 보존을 위한 ‘부산 지구인시장’
5. 지자체가 주최하는 ‘대덕구 토요벼룩시장’
6. 농촌지역에서 가능한 벼룩시장의 형태

▲ 시민참여형인 지구인시장은 다양한 재능을 가진 판매자와 고객들의 유쾌한 대화가 늘 풍성하다.

‘새 것’이 항상 옳은 건 아니다
‘지구인시장’은 매주 토요일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부산 용두산공원에서 열리고 있다.
이 벼룩시장의 출발점은 지역에 청년들의 활동공간을 창출하고 싶었던 한 단체이다. 단체의 이름은 ‘지구인팀’이다. 지구인팀은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부산에서 활동한 청년단체이다. 첫 시작은 사회적 기업에 대한 학습이었으며, 나아가 부산에서 청년들이 직접 사회문제를 해결하면서 지역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자는 목표로 활동했다.
그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의 하나가 지구인시장이다.

지구인시장은 시민들이 윤리적 소비, 착한 소비를 직접 실천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을 골자로 진행됐다. 시민들에게 아무리 “착한 소비가 필요합니다. 윤리적 소비를 합시다!” 외쳐도 일회성 캠페인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안해낸 것이 거리시장이다. 아직 쓸 만한데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버리지 않고 그 물건을 다른 사람에게 주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지구인 벼룩시장’을 탄생케 한 것이다.
지구인팀은 벼룩시장을 통해 소통과 나눔이 실천되기를 기대했다. 그들의 목표는 재활용, 나눔, 소통, 재미 4가지의 주제를 통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문화상품을 세상에 내놓는 것이다.
지구인시장에 나와 물건을 파는 사람들은 다양하다. 파는 물건의 종류에 따라 벼룩지구인, 수공예지구인, 재능지구인 등으로 불리는 사람들이 시장의 주역이다.

▲ 특히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높은 만들기 체험 구역.

버리면 쓰레기 다시 쓰면 생활용품
지구인시장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체험판매이다. 고객이 판매자에게서 제작 기법을 배워 스스로 만든 작품을 집으로 가져가는 형태로 진행된다. 대표적인 것이 수공예품 만들기와 어린이 장난감 만들기이다.
특히 어린이들은 집에 있던 종이가방에 빈 참치캔이나 일회용 종이컵 등을 담아 가지고 이곳으로 온다. 와서 재능지구인으로부터 참치캔으로 화분 만드는 방법을 배운 뒤 그 화분을 종이가방에 싸서 돌아간다. 일회용 종이컵이 예쁜 화분으로 변신하는 것도 이곳에서는 충분히 가능하다.
지구인시장은 지구환경을 소중하게 지키며 착한 소비를 추구하고 있다. 또 모든 시민들이 편안하게 주말을 즐기며 물건을 거래하고, 이야기를 나누거나 취미생활을 함께 하게 한다.

지구인시장이 추구하는 착한 소비는 쓸 수 있는 물건이지만 자신은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다른 사람이 저렴한 비용으로 사용하도록 하거나 사회적 기업의 물품을 이용하는 것을 뜻한다. 이 모두가 환경오염을 막고자 하는 노력이고, 이런 노력이 쌓여 사람이 건강하게 살만한 지구환경을 미래 세대에게 전하게 되는 것이다.
지구인시장에는 세 개의 구역이 있다. 프리마켓구역은 일반적인 재활용품이나 수공예품을 파는 곳이고, 체험구역은 재활용 물품을 이용한 체험과 제작, 재능판매가 이루어지는 곳이다. 또 게임구역은 각종 야외게임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지구인시장은 지난해까지 송상현광장에서 열렸다. 도심 속 공원으로 접근성도 좋고 지구인팀의 목표와도 걸맞았다. 하지만, 공원 측과의 재계약 문제 등으로 자리를 옮긴 뒤 참여 판매자와 시민이 다소 줄어들었다.
 

이 기획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취재·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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