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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벼룩시장은 함께 즐기는 문화상품이다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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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벼룩시장은 함께 즐기는 문화상품이다 ③
  • 이진수 기자
  • 승인 2017.09.04 11:18
  • 호수 12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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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 스토리텔링과 서귀포 문화예술시장
▲ 매주 토·일요일 열리는 서귀포문화예술시장.

벼룩시장은 오래된 물건이나 중고용품을 직접 사고팔 수 있는 시장을 말한다. 벼룩시장이라는 용어는 프랑스 파리에서 생겨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세시대 파리에는 시 당국으로부터 허가와 일정한 공간을 배정 받은 ‘정규 벼룩’과 ‘무허가 벼룩’이 각자의 물건을 내놓고 판매했다. 그때 무허가 벼룩들이 경찰의 단속을 피해 감쪽같이 사라졌다가 경찰이 사라진 후 금방 제자리로 돌아오는 모습이 마치 ‘벼룩이 튀는 것 같다’고 해서 벼룩시장이라는 이름이 생겼다고 한다. 벼룩이 들끓을 만큼 내다파는 물건이 오래된 까닭에 그런 이름이 붙었다는 말도 있다.
한국의 벼룩시장은 유럽에 비해 규모는 크지 않지만, 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전통적 의미의 벼룩시장은 서울풍물시장이나 황학동(동묘역) 벼룩시장이 유명하다. 또 서초토요벼룩시장은 공연 등 문화와 결합한 곳으로, 제주 서귀포 예술시장은 예술과 결합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밖에 부산의 지구인벼룩시장, 대구의 수성못벼룩시장 등이 대도시를 중심으로 오래된 물건의 유통과 재사용을 유도, 지구환경을 보존하는 동시에 오래된 것들의 소중함을 일깨우면서 문화상품 및 경제상품으로서의 가치를 키우고 있다.
벼룩시장은 ‘오래된 미래’를 현장에서 구현하는 독특한 마켓이다. 새로운 것, 뛰어난 것, 비싼 것, 유명 브랜드를 선택의 중심에 두는 자본주의사회에서 벼룩시장이 갖는 의미는 그래서 더욱 특별하다. 벼룩시장은 절약정신, 착한 소비, 아나바다(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는) 운동과 맥을 같이 한다.

[글싣는 순서]
1. 원주시민 녹색장터 ‘삼삼한 토요일’
2. 절약정신의 출발 ‘황학동 벼룩시장’
3. 예술과 벼룩시장의 만남 ‘서귀포 예술시장’
4. 지구환경 보존을 위한 ‘부산 지구인시장’
5. 지자체가 주최하는 ‘대덕구 토요벼룩시장’
6. 농촌지역에서 가능한 벼룩시장의 형태

▲ 화가 이중섭과 가족이 세 들어 살았던 초가집.

이중섭거리와 서귀포예술시장
제주도 서귀포시에 있는 ‘이중섭거리’는 40세에 요절한 천재화가 이중섭을 기념하는 공간이다. 한국전쟁 피난 당시 이중섭이 세 들어 살았던 초가집을 중심으로 조성돼 있다.
화가 이중섭은 전통적인 아름다움과 현실감각이 잘 조화된 독창적인 작품 세계로 한국 현대미술의 여명기에 활동한 인물이다. 그는 암울한 시대와 불우한 환경, 비극적인 삶 속에서도 한국 미술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이중섭과 그의 그림에 관한 기록은 2002년 11월 제주도 서귀포시 서귀동에 세워진 이중섭미술관에서 찾을 수 있다. 미술관은 2층 건물이며 상설전시실, 기획전시실, 기념품 판매 공간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개관 당시엔 이중섭의 진품이 없어 복사본을 전시했는데 화단과 소장자들의 애정과 기증으로 현재는 여러 작품을 소장, 전시하고 있다.
상설전시실에서는 이중섭의 예술과 삶을 살펴볼 수 있는 작품과 연표 등을 만날 수 있고, 기획전시실에서는 이중섭미술관 소장품 중심의 기획전과 다른 화가들의 기획전이 개최되고 있다.
불운한 시대의 천재화가로 일컬어지는 이중섭은 서귀포에 살면서 아름다운 풍광과 넉넉한 인심을 소재로 한 많은 작품을 남겼다. 1·4후퇴 때 함경도 원산을 떠나 부산에 잠시 머문 뒤 가족과 함께 가까스로 제주도에 도착한 이중섭에게 서귀포는 큰 의미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중섭거리에서는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화예술시장’이 열린다. 이 시장은 문화 예술인과 시민들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이곳에 참여하는 문화예술인들은 자신이 만든 작품을 적당한 가격에 판매하고, 시민들은 예술인들의 작품활동을 직접 눈으로 보면서 필요한 물건을 구입한다. 또 이중섭거리는 다양한 공방과 카페를 수용함으로써 복합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문화예술시장에 참여한 비즈공예가 미에튜 씨(오른쪽).

프랑스인 비즈공예가 미에튜 씨
문화예술시장(아트마켓)에서는 주로 예술적 가치가 있는 공예품이 전시, 판매되고 있다. 종류도 다양해 목공예품, 도자기, 천연염색, 한지공예, 칠보공예, 민예품, 혁필화, 매듭공예, 서화류 등을 만날 수 있다. 
참여 예술인들도 다양하다. 제주도내 작가들은 물론이고 육지에서 온 작가와 외국인 작가도 있다. 5년 전부터 서귀포에서 살면서 자신의 창작품을 판매해 온 프랑스인 미에튜 씨도 그중 하나다. 그는 터키석, 청광석, 타이거아이, 석영 등을 재료로 목걸이나 팔찌를 제작하는 비즈 공예가이다.
예술시장에는 제주도 특유의 감물 옷을 판매하는 70~80대 장인들도 있고, 20~30대 젊은 디자이너들도 각계각층의 시민들을 만나 자신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공유하고 있다.   
문화예술시장이 열리는 이중섭거리는 가로등 하나 하수구 하나도 특별하고 예술적이다. 공들이지 않은 것이 없다. 군데군데 그려진 벽화가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세우고 기념사진을 찍게 한다. 문화와 예술로 시장을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 이곳에서는 조금도 이상하지 않다.
언덕을 따라 이중섭거리를 다 올라가면 2차선 도로 건너 ‘서귀포매일올레시장’을 방문하게 된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볼거리와 함께 제주 특유의 ‘먹방 투어’를 체험할 수 있다.

이 기획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취재·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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