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8 13:35 (목)
기획 … ‘배움의 빛’ 새로운 세상을 밝히다 ⑦
상태바
기획 … ‘배움의 빛’ 새로운 세상을 밝히다 ⑦
  • 이순금 기자
  • 승인 2017.08.28 14:08
  • 호수 12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군산시 ‘늦깎이 학생들의 늘푸른 이야기’
▲ 학습자들을 위해 교육사들이 직접 제작한 다양한 자료집.

청양군은 2008년부터 ‘찾아가는 초롱불 성인문해교육’(한글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한글교육을 통해 한글을 알지 못했던 어른들의 자신감 회복과 소외감을 해소하고, 특히 배움으로 인해 좀 더 활기 찬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였다.
이렇게 시작된 한글교육이 올해로 10년을 맞이했다. 그동안 한글교육은 많은 비문해자들을 기쁘게 했고, 새로운 세상 밝은 빛을 선사했다.
이름 석 자는 물론 버스도 혼자 타기 꺼려했던 할머니들을 시인으로 만들었고, 백일장·시화전·편지쓰기 등 다양한 대회에 출전해 우수한 성적을 올리게도 했다.
이에 청양군은 더 한껏 힘을 내 ‘한글 모르는 사람 없는 청양’을 만들어 간다는 계획 아래, 2016년부터 ‘문맹률 제로화 해’에 도전, 올해도 계속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전국에서도 우수사례로 손꼽히고 있는 청양의 문해교육을 포함 전국의 몇몇 우수 학습장을 둘러봤다. 문해교육을 통해 새 삶을 얻고, 밝은 눈으로 건강하게 100세를 살아갈 수 있게 됐다는 군내 학습자들과 이들을 지도하고 있는 문해교육사들도 소개했다. 타 시군 사례 세 번째로 군산시 성인문해학습기관인 ‘군산시늘푸른학교’를 소개한다. 정여원(50) 교무팀장과 이야기를 나눴다. 정 팀장은 군산시와 학습자들의 연결 역할을 해 주고 있다.  
 <편집자 말>

▲ 청소년 멘티로 공부하기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여학생과 할머니 학습자.

민관이 협력 문해교육 시작
군산시는 2008년도부터 문해교육을 시작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직영하는 타 시군과는 그 시작이 달랐다. 해피실버라는 단체에서 고용노동부 사회적 일자리 창출 공모사업을 지원받아 한국문해교육협회 군산지부·군산시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운영을 시작한 것이다. 
2010년부터는 지속적인 학습 환경 마련과 학습자들의 학습이력 및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해 군산시가 여러 단체에서 운영해오던 문해교육을 ‘군산시늘푸른학교’로 통합 운영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1992년부터 문해교육이 시작됐어요. 우리배움터 한글학교였고, 이것이 군산 최초의 문해교육입니다. 뒤를 이어 시민교육센터에서 2005년부터 찾아가는 문해교육을, 2008년부터는 컨소시엄으로 진행됐고, 2010년부터는 ‘군산시늘푸른학교’로 통합 운영을 시작해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문해교육업무는 시 인재양성과에서 총괄하고 있으며, 2016년 개관한 평생학습관에 별도 사무실을 마련해 교육사 및 학습자 관리, 수업 진행 등 업무를 처리하고 있습니다. 저와 몇 몇 분이 그 업무를 담당하고 있고요.”
2008년 시작 당시 군산시의 문해학습자는 600여명이었으며, 교육사는 20명이었다. 시간이 흘러 올해에는 700여명이 44개 학습장에서 교육을 받고 있다. 55개(오전 27개, 오후 28개) 과정이 마련돼 있으며, 30명의 문해교육사가 매주 월요일부터 수요일 중 주2회, 회당 2시간씩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한 예산은 4억5800만 원이다.
“올 예산 중 3억9000만원이 인건비, 나머지가 물품이나 교재구입비, 행사비 등입니다. 강사료는 시간당 2만원이고 교통비를 차등 지원하고 있어요. 급량비도 7000원 드리고요. 이곳의 교육사들은 모두 한국문해교육협회에서 초등문해교육 교원연수를 받은 분들로 교원자격을 갖추셨습니다. 이 자격증이 있어야 초등학력인정반 강사도 할 수 있습니다.”

▲ 디지털 문해교육 활동가 양성교육 장면.

중등학력 예비과정 신설 추진 
‘군산시늘푸른학교’ 역시 찾아가는 문해교육이다. 초창기 결혼이주여성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었다.
그러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생기면서 이들을 위한 교육을 접었다. 다만, 센터까지 가지 못하는 결혼이주여성들은 함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늘푸른학교 사무실은 평생학습관에 입주해 있다. 또 사무실 옆에는 교실도 마련돼 있다. 중학과정반(오전)과 초등학력인정반(오후) 수업을 위해서다.
“군산에는 중등학력인정 교육을 진행하는 기관이 몇 곳 있기때문에 초등학력인정반 졸업생들 중 일부는 이런 곳에 가셔서 공부를 계속하시죠. 하지만 시간적으로나 경제적·교통 불편 등 여건이 어려운 분들은 평생학습관 교육장에서 교육을 계속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조심스럽기는 해요. 저희는 무료이지만 외부의 중등학력인정 기관은 그렇지 않거든요. 저희가 중학과정 수업을 해드리면 다른 교육기관에 학생 모집이 안 될 수도 있어서요. 어쨌든 어른들이 중등학력인정 과정까지 받으실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것이 저희들 몫인 것 같아요. 앞으로 중등학력 예비 과정도 신설할 예정입니다. 초등학력인정과정 졸업 후 중등과정 입학 및 적응이 어려운 학습자들을 위해 이 과정을 운영해 보려고요.”

지역 극장과 협력해 영화관람도
이곳에서는 그동안 학습자들을 대상으로 수업 외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현장 견학과 문해한마당은 기본이고 시내 영화관 전체를 빌려 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청소년 멘티와 더불어 공부하기 프로젝트도 운영했다.
영화 관람은 지역 극장과 협력해 진행하는 것으로 영화관을 통째로 빌려 학습자 모두가 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청소년과 공부하기 프로젝트는 어린이 행복도시 조성사업 일환으로 청소년들이 방학 기간을 이용해 학습자들에게 받아쓰기·셈하기·핸드폰 문자 보내기 등을 가르쳐 주는 사업이다.
“올해에는 ‘디지털 문해교육’을 추진해 보려고 합니다. 초등학력인정과정 및 예비중학과정반 문해학습자 100명을 대상으로 한 2G 폰과 스마트폰 활용 교육 및 맞춤 매뉴얼 제작 프로그램이에요. 또 청소년과 공부하기 프로젝트와는 반대로, 이번에는 중학과정반 학습자들이 초등학교 1·2학년 학생 일일명예교사로 활동하는 프로그램을 추진해 보려고 합니다. 학습자들로 연극과 동화구연 등 동아리도 만들어보려고 하고요.”

▲ 교육사들이 제작한 방학생활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는 학습자들.

교육사들, 다양한 자료집 제작
늘푸른학교는 문해교육 성과집 ‘행복한 동행’을 매년 발간하고 있다. 이속에는 그동안의 발자취부터 학습장 현황 및 성과물, 재량활동 및 문해한마당 사진자료, 교육사 직무연수 및 수기 등이 담겨있다. 
학교 신문 ‘거북이 날다’도 2015년부터 매년 발간하고 있다. 그 속에는 문해교육 정보부터 학생들의 활동모습, 대회 수상 명단과 시, 그림에 더해 만평과 낱말퍼즐까지 실려 있다.
여름과 겨울방학생활 책자 ‘소망의 나무’와 끝말잇기 낱말노트도 만들어 학습자들에게 나눠주고 집에서도 공부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방학 전에는 받아쓰기 시험도 본다.
“초등학력인정 시험을 보기 전에 늘푸른학교에서 시험을 먼저 봐요. 받아쓰기도 초급과정은 자음과 모음, 그다음은 영어와 한자까지 시험을 봅니다. 주소, 이름, 전화번호, 날짜, 학교이름, 사인까지는 확실히 쓰도록 받아쓰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자료는 교육사들에 의해 만들어진다. 6명씩 조를 나눠 수업을 진행하며 틈틈이 자료를 제작하고 있다.  또 2008년부터 2014년까지 늘푸른학교 현황 및 실태조사도 했었다. 군산시 문해교육의 현장 상황을 보다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앞으로도 지속 발전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함께 고민하기 위해서였다.
교육사들은 학생기록부도 만들어 학습자들의 건강상태와 학습정도를 적고 있다. 또 2년에 한 번씩 학습장을 바꿔 수업을 하고 있어, 학생기록부가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단다.
“시의 지원과 교육사들의 노력이 만들어낸 결과물이죠. 힘들지만 어른들께서 꼭 필요하다고 하시니까 즐겁게 만들 수 있는 것 같아요. 최대 수혜자는 학습자들입니다. 문해교육이 이제 10년을 맞았습니다. 앞으로도 그동안 하지 못했던 것들 다양하게 해 보려고 합니다.”
 
손님맞이로 바쁜 늘푸른학교
늘푸른학교는 손님을 맞이하느라 바쁘다. 전국 지자체 및 평생교육기관 담당자들이 수시로 방문하기 때문이다. 
“교육사들께서 어르신들 교육은 물론 자료집 제작까지 척척 해내십니다. 특히 학교신문, 성과집 제작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시간을 쪼개 틈틈이 만드세요. 그런 것들이 소문이 난 것 같아요.” 담당자인 군산시 인재양성과 평생교육계 이나미 주무관의 말이다. 
이 주무관은 또 “시에서는 방학에 교육사들이 단합여행을 가도록 지원해주기도 한다”고 설명한다.
“정 팀장님 같은 중간역할을 하시는 분이 계셔야 될 것 같아요. 일선에 계신 교육사들과 학습자들 간 문제가 생겼을 경우라든지, 시에서 전달할 사항 등을 알아서 해결하죠. 통로 역할이라고 하면 맞을 것 같아요. 늘푸른학교는 늦깎이 어른들의 행복한 동행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이나미 주무관의 말이다. 이순금 기자

<이 기획기사는 2017년 충청남도지역언론 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취재한 것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