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웅 꿔억 꾸욱 꽈악
한밤중 민어가 떼로 우는 소리에 잠을 설치기도 한다는 신안군 임자도 앞바다, 오늘밤에도 민어는 울고 있을까 궁금합니다.
비늘과 입이 크고 턱에 2쌍의 구멍이 있는 민어는 담담한 맛으로 복더위의 복달임으로 일품입니다. 뜨거운 성질인 닭이나 차가운 성질인 돼지고기처럼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고단백 고영양식으로 누구에게나 잘 흡수되어 몸이 편안한 보양식이기 때문입니다.
소화흡수가 빨라 어린이들의 성장발육을 돕고, 큰 병을 치른 환자의 건강회복에 도움을 줍니다. 물론 노화방지와 피부탄력을 유지시켜주며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아주 좋답니다.
양식이 없는 민어는 비늘, 지느러미, 쓸개 외에는 버릴 것이 없는 생선입니다.
연분홍 복사꽃 연한살점은 비린내가 없고 맛이 진하지 않아 회로 먹으며, 씹는 맛이 물컹하지만 뒷맛은 오래오래 부드럽습니다. 달착지근하고 구수하며 맛이 으뜸인 수컷민어의 가슴살 ‘갯무레기’와 하얀 뱃살을 두께두께 어슷어슷 썰어 된장에 찍거나 묵은지에 싸먹습니다.
회색껍질은 전이나, 살짝 데쳐 참기름 소금장을 찍거나 밥을 싸 먹기도 합니다.
‘민어가 천 냥이면 부레가 구백 냥’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레는 깨소금이 섞인 소금장에 찍어 먹으면 쫄깃쫄깃하고 씹을수록 고소합니다. 그래서 민어애호가들은 이 부레에 한 번 길들이면 계속 먹고 싶어진다고 합니다.
부레 속에 오이‧두부‧쇠고기 등을 넣어 찜을 한 어교순대, 아가미와 내장으로 담은 젓갈, 흔치않은 알젓 등, 날것이나 익힌 것 모두 맛이 특출하지만, 특히 말린 어포는 맛뿐만 아니라 몸에도 좋아 그 중 으뜸으로 칩니다.
동글동글 노란 기름이 뜨는, 뜨거워야 제 맛인 민어탕은 옛날 옛적 임금님의 수랏상에 올리는 빼놓을 수 없는 메뉴였습니다.
먹거리뿐만 아니라, 소리울림통 민어의 부레를 잘게 썰어 볶으면 진주구슬 같은 아교구로 보약 재료가 되며, 말렸다가 풀을 만들면 초강력 접착제가 됩니다.
천연접착제, 천 년 간다는 부레풀로는 나전칠기‧고급 장롱‧각궁을 만들 때 사용하며, 합죽선의 부챗살과 갓대를 붙일 때 사용합니다.
민어는 맛이 달고 성질이 따뜻해 여름철 냉해지기 쉬운 오장육부의 기운을 돋우고 뼈를 튼튼하게 해 준다고 동의보감에 기록돼 있으며, 민어가 많이 잡히는 목포근해나 신안군의 태이도를 비롯한 여수지역에서는 제사상에 꼭 올라가야하는 제물이기도 합니다.
옛날부터 우리 민족이 좋아하는 물고기로 보통 12~13년을 살며 10킬로그램이 넘는 수컷을 최고로 치는 민어, 조선시대 임금님의 삼복 복달임이었던 민어를 잠시 임금의 마음으로 먹어봅니다. 입에 길들여지지 않은 탓인지 그냥 덤덤한 맛이었지만, 쑥갓과 팽이버섯을 넣어 끓인 맑은탕만은 그 고소하고 개운한 뒷맛이 슬금슬금 생각날 때가 있습니다.
유난히도 뜨거웠던 여름, 민어 역시 더 울부짖었을 이 여름,
8월까지 맛과 영양가가 가장 좋다고 하니 더위를 보내느라 지친 기력을 민어 한 접시로 회복시켜 보시기 바랍니다.
<김현락 지면평가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