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15:03 (금)
기획 … 벼룩시장은 함께 즐기는 문화상품이다 ①
상태바
기획 … 벼룩시장은 함께 즐기는 문화상품이다 ①
  • 이진수 기자
  • 승인 2017.08.21 14:02
  • 호수 12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유경제의 출발 원주시 ‘삼삼한 토요일’
▲ 지난 2014년부터 매월 셋째 주 토요일 오후 3~6시에 개장되는 원주시민 녹색장터 ‘삼삼한 토요일’ 모습. 사진제공=원주투데이.

벼룩시장은 오래된 물건이나 중고용품을 직접 사고팔 수 있는 시장을 말한다. 벼룩시장이라는 용어는 프랑스 파리에서 생겨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세시대 파리에는 시 당국으로부터 허가와 일정한 공간을 배정 받은 ‘정규 벼룩’과 ‘무허가 벼룩’이 각자의 물건을 내놓고 판매했다. 그때 무허가 벼룩들이 경찰의 단속을 피해 감쪽같이 사라졌다가 경찰이 사라진 후 금방 제자리로 돌아오는 모습이 마치 ‘벼룩이 튀는 것 같다’고 해서 벼룩시장이라는 이름이 생겼다고 한다. 벼룩이 들끓을 만큼 내다파는 물건이 오래된 까닭에 그런 이름이 붙었다는 말도 있다.
한국의 벼룩시장은 유럽에 비해 규모는 크지 않지만, 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전통적 의미의 벼룩시장은 서울풍물시장이나 황학동(동묘역) 벼룩시장이 유명하다. 또 서초토요벼룩시장은 공연 등 문화와 결합한 곳으로, 제주 서귀포 예술시장은 예술과 결합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밖에 부산의 지구인벼룩시장, 대구의 수성못벼룩시장 등이 대도시를 중심으로 오래된 물건의 유통과 재사용을 유도, 지구환경을 보존하는 동시에 오래된 것들의 소중함을 일깨우면서 문화상품 및 경제상품으로서의 가치를 키우고 있다.
벼룩시장은 ‘오래된 미래’를 현장에서 구현하는 독특한 마켓이다. 새로운 것, 뛰어난 것, 비싼 것, 유명 브랜드를 선택의 중심에 두는 자본주의사회에서 벼룩시장이 갖는 의미는 그래서 더욱 특별하다. 벼룩시장은 절약정신, 착한 소비, 아나바다(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는) 운동과 맥을 같이 한다.
이번 기획취재는 벼룩시장에서 엿볼 수 있는 절약과 착한 소비가 어떻게 지구환경 보존과 바람직한 공동체 형성에 기여하는지를 모색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또 벼룩시장을 애용하는 사람들이 지닌 내면의 아름다움과 나눔의 정신이 현대문명사회의 그늘을 해소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도 살필 계획이다.
 <편집자 말>

 

▲ 원주시민 녹색장터 ‘삼삼한 토요일’ 모습. 사진제공=원주투데이

2014년 시작된 ‘삼삼한 토요일’
강원도 원주시에서는 2014년부터 시민 녹색장터 ‘삼삼한 토요일’이 열린다. 매월 셋째(3) 주 토요일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개장되고 있어 ‘3·3(삼삼)한 토요일’이 됐다.
이 장터는 지역신문인 원주투데이(대표 오원집)가 자원 재활용과 공유경제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를 확산하기 위해 기획, 추진한 사업이다. 녹색 소비, 나눔과 소통으로 새로운 지역문화를 창출하고 있는 원주시민 녹색장터에는 매주 다양한 계층의 시민 500~700명이 참여하면서 즐거움과 보람을 나누고 있다.
고사리 손으로 책과 장난감을 챙겨온 초등학생들부터 옷가지와 가방, 신발을 가지고 나온 장애여성, ‘원주! 청춘 놀이터’라는 이름을 가진 청년모임, 각 학교의 졸업생 동아리까지 각계각층을 망라한다.

‘삼삼한 토요일’에서는 나에게 쓸모없거나 안 쓰는 물건이 하나의 ‘상품’이 되어 누군가에게 ‘행운의 물건’이 된다. 갖고자 했던 물건을 아주 저렴한 가격에 ‘내 것’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장터는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재능을 가진 여러 동아리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공연과 문화 나눔이 펼쳐진다. 또 다양한 공익 캠페인과 청소년들의 직업체험의 장으로 활용되기도 하고 환경과 경제를 생각하는 배움터가 되기도 한다.

시작은 미약했으나 결과는 만족
삼삼한 토요일은 거창하게 시작되지 않았다. 2014년 4월 계획은 있지만 행사를 추진할 예산이 없는 상태였다. 논의 도중 원주시청소년수련관이 강원도청소년우수프로그램 공모에 선정되면서 소박하게 현수막 하나 걸고 천막을 설치하는 수준에서 장터를 열었다.
그러자 행사 취지에 공감한 지역인사들이 첫 개장일 경매코너에 다양한 물품을 내어 놓으면서 참여 분위기가 확산되기 시작했다.
유행에 휩쓸리며 비싼 상품, 새 상품만이 가치 있다고 느끼는 것보다 녹색장터에서 누군가의 삶과 시간이 담겨있는 중고물품을 만나려는 사람이 하나둘씩 늘어났다.

건전한 녹색소비문화 창출, 공동체 구성원들의 나눔과 소통의 장, 바람직한 지역사회 참여와 경제활동을 체험하는 청소년들의 배움터로서 삼삼한 토요일의 기능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참여단체도 확대됐다. 원주시청소년수련관, YMCA 녹색가게, 한지테마파크, 원주시자원봉사센터, 원주지속가능발전협의회, 원주문화예술협동조합 등이 주관단체로 나섰다.
시민들은 판매할 물건과 돗자리를 가지고 좌판을 벌였고 다른 시민은 필요한 물건을 저렴하게 구매했다. 거래되는 물품의 가격은 판매자가 직접 결정했다.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판매하지 않고 기증하는 경우에는 녹색가게에서 자신이 필요한 물건으로 물물교환 했다.

무엇을 팔고 무엇을 구입하나
각 가정에는 사용하지 않지만 버리기에는 아까운 물건들이 많이 쌓여 있다. 입지 않는 옷이나 신발, 책, 시계, 전자제품 등 찾아보면 참 많은 것들이 자리만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내가 지금 안 쓰고 있는 ‘이 물건들’이 다른 이가 그토록 갖고 싶어 하는 ‘꿈’일 수도 있다.
안 쓰는 것을 장터에 나와 저렴하게 파는 것을 ‘착한 판매’라고 하면,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알뜰한 값에 사는 것을 ‘착한 소비’라고 할 수 있다.

원주시민 녹색장터 삼삼한 토요일은 착한 판매와 착한 소비가 교류하는 만남의 장이다. 그 때문에 참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수많은 이야기가 탄생하고 공감과 소통의 고리가 연결되곤 했다.
성공회 소속 원주나눔의집에서 생활문화공동체 만들기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미싱 동아리 회원들은 집에서 사용하지 않는 헌 옷이나 천을 활용해 식탁보, 커튼, 차받침 등을 판매했다. 자연스럽게 다양하고 고급스런 미싱 기술을 터득하게 된 것 또한 회원들의 즐거움이자 보람이었다.

원주시 원인동에 거주하는 한 부부는 행사에 호기심을 갖고 딸이 어릴 때 입었던 옷을 처분하기로 했다. 이들은 아직 입을만한 옷을 모두 세탁한 후 잘 정리해서 녹색장터로 나왔다. 처음엔 누가 사갈까 걱정하기도 했는데 수익금이 3만4000원이나 됐다. 1000원, 2000원 팔다보니 어느새 그만큼이나 팔게 된 것이다. 수익금 10%를 장터 운영비로 기부하고 나머지로 가족 외식을 했다.
녹색장터에서 판매할 물건을 고르다 아예 집안 대청소를 하게 된 주부도 있었다. 장난감과 책을 정리하고 나니 집안이 한층 넓어지고 환해진 것이다.

아직까지 청양은 ‘이웃돕기 바자회’ 수준

청양지역의 나눔장터 ‘바자회’
청양지역에는 아직 원주시의 ‘삼삼한 토요일’ 같은 녹색장터가 없다. 그동안 일부 사회단체나 종교단체, 단위학교에서 올바른 소비문화 정착을 위해 비슷한 형태의 바자회를 열었지만, 소규모 또는 일회성으로 진행하다보니 기대만큼의 성과를 도출하기 어려웠고 지역문화로 승화하는 모습도 보이지 못했다.
하지만, 청양지역의 가정에도 쓰지 않고 쌓아 둔 물건이 많다. 가정에서 배출되는 재활용 쓰레기 중 상당수가 다시 쓸 수 있는 것들이다. 저출산 여파로 장난감이나 책, 옷 등을 대물림하지 않으니 재활용 쓰레기를 모아놓는 곳에는 당장 사용할 수 있는 물건들로 넘친다.

재활용 쓰레기가 재가공 과정을 거쳐 새로운 자원으로 활용되긴 하지만, 멀쩡한 물건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 에너지를 투입해야 한다는 맹점이 있다.
녹색장터는 안 쓰는 물건을 꼭 필요한 사람에게 전달하고, 내게 필요한 물건을 매우 저렴하게 구입하는 공유의 장이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는 올바른 경제관념과 바람직한 소비문화를 가르치는 교육의 장이 된다. 이런 측면에서 각 단위학교가 추진하는 알뜰바자회는 학생이나 지역주민들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 ◀ 남양초 바자회.

청양지역 알뜰바자회 사례들
지난 2월 남양면사무소를 방문한 남양초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해 달라며 바자회 수익금 18만3000원을 기탁했다. 이 기탁금은 지난해 12월 다목적강당에서 개최한 ‘사랑나눔 아나바다 알뜰바자회’의 수익금이다. 당시 바자회는 전교생과 학부모가 도서나 학용품, 의류, 장난감, 생활용품 등을 기부하면서 이루어졌다.
청남중은 지난해 12월 청양군사회복지협의회를 방문해 바자회 수익금 17만5100원을 기탁했다. 이 기탁금 역시 전교생이 20명에 불과한 작은 학교에서 연말 이웃돕기 바자회를 통해 마련한 것이다.

▲ ▼ 운곡교회 바자회.

운곡교회는 2015년 4월 바자회 수익금을 생활이 어려운 대학생 2명과 농기계 사고로 어려움에 처한 가정에 전해 달라며 운곡면에 기탁했다. 앞서 운곡교회는 3월 26일 운곡우체국 광장에서 ‘행복나눔 바자회’를 진행했다. 이날 바자회는 경기도 성남시 만나교회의 지원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 2만5000명의 신도들은 2주간에 걸쳐 물품을 모아 운곡교회에 전달했다.

▲ ▲ 청양군노인종합복지관 바자회.

청양군노인종합복지관은 2014년 12월 작은 도서관을 마련하기 위해 ‘사랑나눔 행복바자회’를 열었다. 노인복지관은 녹두빈대떡, 두부김치, 수육, 대추차 등 먹을거리와 둥근마, 김, 양념된장 등 지역 농산물을 판매하면서 마련한 수익금 전액을 작은 도서관 설치에 썼다.

이 기획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취재·보도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