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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사진첩…크로아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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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사진첩…크로아티아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17.07.31 11:34
  • 호수 12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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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멈춤, 동화 속을 걷는 느낌! ④
▲ 크로아티아 플리트비체 국립호수공원

숨겨둔 보석을 살짝 꺼내보곤 다시 보자기에 꼭꼭 싸서 감추듯이 블레드섬과 포스토이나동굴을 율리안 알프스에 두고 떠나옵니다.
 
유난히 하얀 피부와 금발머리와 아드리아해를 닮은 파란 눈동자로 미인이 많다는 나라, 크로아티아를 향하는 내내 인솔자의 걱정이 태산입니다. 입국검사 시 차가 밀려있으면 시간이 많이 지연된다는 것입니다.
버스 한 대에 약 30분가량 잡아도 2대면 1시간, 4대면 2시간이 넘게 걸린다며, 심지어는 9대까지 밀린 적도 있었답니다. 다행히도 국경에는 우리 차 밖에는 없었지만 입국절차는 30분을 훌쩍 넘겼습니다. 도로에 차들이 꽉 차 앞뒤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성격이 급한 몇몇 운전자가 부탁이라도 하려는 듯 검문소에 왔다가는 되돌아가기를 몇 차례 합니다. 땡볕 탓인지, 그동안 너무 편하게 국경을 넘은 탓인지 이런 환영식은 약간 피곤하네요.
 
아드리아해역의 귀부인 - 오파티아
산과 바다가 만나는 곳, 모래가 없는 해안가, 크로아티아의 모나코, 잉크를 풀어 놓은 것 같은 아드리아해가 수평선을 이룬 오파티아는 14세기 베네딕트수도원이 있었던 곳으로, ‘오파티아’는 수도원이라는 뜻이랍니다.
숙소에 짐을 풀고 발코니에 나가 보니 우와! 고즈넉한 저녁햇살이 남실거리는 푸른 물결 위로 다홍빛과 황금빛으로 고운 선을 만들어 놓은 아드리아해는 가슴을 뻥 뚫어 놓습니다.

아드리아해의 물결에 유람선 또한 보드랍게 굽이칩니다. 해안가에 있는 궁전 같은 중세건물과 카지노와 가로등에 하나 둘 불이 켜집니다.
점점 밤이 깊어지고, 점점 더 많은 불이 켜지자, 해안가는 금가루를 뿌려놓은 듯 아름답습니다. 검은산 위로 초승달까지 하나의 불빛이 되니, 밤하늘의 별이 몽땅 바다 위로 내려앉은 듯합니다.
유럽 최고 부자들의 휴양도시 오파티아에서의 밤은 전혀 예기치 못한 빛나는 밤, 꿈 같은 반짝이는 밤이었습니다.

▲ 플리트비체 국립호수공원

물들고 싶은 호수빛  -
플리트비체 국립호수공원

아주 먼 옛날, 모든 것이 말라 죽을 정도로 심한 가뭄이 들어 사람들은 비가 오기를 간절히 빌었습니다. 사람들의 기도가 하늘을 감동시켰는지 어느날 검은 여왕이 나타나 며칠 동안 천둥과 번개와 비를 계곡에 뿌렸습니다. 계곡의 생명체들은 잃었던 초록을 되찾았으며, 이때 호수와 폭포가 생겼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곳, 플리트비체 호수입니다. 
울창한 숲속, 약 9천만평의 넓이에 수 천 년 간 물이 흐르며 생긴 석회침전물이 쌓여서 자연스럽게 계단식 둑을 만들며 형성된 16개의 푸른 호수와, 위에서만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여기저기 둑의 틈을 뚫고 흘러내리는 크고 작은 90여 개의 폭포는 실로 경이롭습니다.
 
물속의 석회성분이 태양빛을 굴절시키며 반사하므로 수심과 계절에 따라 짙어지고 옅어지며, 투명한 밝고 고운 초록부터 암녹색까지 여러 색을 보여준다는 호수는 해발 503미터부터 637미터까지, 위에는 크고 넓은 호수가 아래에는 아담한 호수들이 차지하고 있답니다.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나무로 만든 인도교 위를 걷는 사람들의 모습이 잔잔한 에메랄드호수에 그림자를 만듭니다. 부들 사이에서 나온 송어들이 그림자 속으로 들고 나는 모습, 맑은 청록색호수가 지닌 속풍경이기도 하네요.
운이 좋게도(?) 유람선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아서 우리는 가장 큰 코츠악호수를 오른쪽에 끼고, 너도밤나무와 야생화가 군데군데 핀 촉촉한 길을 걷습니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호숫길, 끝인가 하면 다시 시작되는 길을 걷다보면 온 몸에 초록빛 물이 들 듯합니다.  

▲ 크로아티아대성당

아기자기한 떨림 - 자그레브
중부유럽 교통의 요지로 동과 서를 연결하며 가교역할을 하는 크로아티아 독립운동의 중심지, 수도 자그레브의 문화재가 있는 구시가에는 자동차는 다닐 수 없고 트램만이 다닐 수 있어서인지 한가롭고 여유롭습니다.

구시가의 북쪽 길 가 건물들은 그림을 많이 그려놓았습니다. 커다랗게 대문을 몇 개씩 그려놓은 긴 건물을 지나 언덕을 오르면, 자그레브인들의 정신적 지주인 대성당 성스테판성당이 있습니다. 자그레브를 대표하는 고딕 양식의 성당으로 두 개 첨탑의 기상이 하늘을 향해 더 오르고 싶어 하는 듯합니다.
12~13세기에 지어진 성당은 오래전 타타르족의 침입과 지진으로 손상된 것을 복원하느라 첨탑의 높이가 각기 다르답니다. 좌우 첨탑의 위치에 따라 여행자에게는 나침반 역할도 하는 대성당의 성문 앞에 새겨진 조각 작품들은 볼수록 아름답습니다.
수세기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기도가 깃든 내부는 르네상스 시대에 만들어진 의자와 대리석제단, 바로크풍의 설교단 등 시간이 지나도 녹슬지 않은 문화유산들이 찬란하게 살아있습니다.
대성당 앞쪽에는 황금빛 성모상과 수호성인들의 화려한 조각상도 있습니다. 파란 하늘과 흐르는 구름 속에서 황금빛 상은 더 높게 보입니다.

▲ 돌라체시장 주변건물

대성당을 지나 노천시장인 돌라체시장을 지납니다. 늦은 시간도 아닌데 상인들도 상품들도 없습니다(나중에 알고 보니 오전 장만 서는 새벽시장이랍니다). 시장 주변 갈색건물의 지붕에 그려진 모자상이 특히 인상적이네요.
라디체바거리로 올라가는 골목에 아치로 된 작은 터널을 지나갑니다. 돌의 문입니다. 구시가인 그라데츠지역을 감싼 4개의 문 중 북문으로, 성모마리아 그림이 문에 새겨 있습니다. 화재로 모든 것이 불탔으나, 성모상의 그림은 액자만 일부 탔을 뿐 그림은 그대로 남아있어, 이로 인해 기적의 힘을 지닌 그림으로 추앙 받아 성지순례지가 되었답니다. 

▲ 성 마르코성당

자그레브의 마스코트-성마르코 성당
흰색과 청색과 빨강, 갈색의 선명한 성마르코성당은 자그레브 기념엽서의 단골모델로 특이하면서도 예쁩니다. 고딕 양식의 겉모습에 창문은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어진 이 성당은 자그레브에서 가장 오래되었답니다.
지붕의 왼쪽에는 크로아티아를 오른쪽에는 자그레브를 상징하는 그림이 새겨져 있는 독특한 모자이크 지붕은, 반짝이는 세라믹 타일로 인해 멀리서도 눈에 확 뜨입니다.    
이런, 골목 끝으로 숨 막히도록 눈부신 성당이 있습니다. 아름다운 바로크 양식의 성캐서린성당이라는데, 금방이라도 문을 열고 어린 천사들이 뛰어 나올 듯이 정갈하고 성스럽습니다.

멋진 시내를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로 사용하고 있는, 시내에서 가장 오래되었다는 로트르슈차크탑 앞에는 야외결혼식을 하는 신랑신부가 있습니다.
탑 앞에 서서 황혼이 깃든 자그레브를 내려 봅니다. 높으면 높은대로, 붉으면 붉은대로, 빨간지붕과 파란하늘과 하얀구름, 보기만 해도 시원한 도시의 모습에 눈을 돌릴 수가 없습니다.
밑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근사한데, 매일 정오에 대포를 쏘는 탑 꼭대기 전망대에서 본다면 과연 시내전경은 어떨까, 상상만으로도 설렙니다.
낙서로 꽉 채워진 건물 골목으로 내려오면서 로맨틱한 분위기의 레스토랑과 카페, 많은 기념품점 또한 금방 눈이 즐거워집니다. 
           

▲ 넥타이 가게

앗! 넥타이의 원조나라답게 내 키보다도 큰 넥타이를 문 앞에 걸어놓았습니다. 크로아티아용병이 목에 맨 스카프를 본 루이14세와 프랑스귀족들이 흉내내어 착용한 것이 넥타이로 변화되어 유행하였답니다. 후에 넥타이를 사러 왔다가, 가게 앞에서 왠 아주머니와 수다를 떠느라 손님을 무한 기다리게 한 주인의 똥배짱도 자그레브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반 옐라치치광장에는 비둘기와 어린이가 많습니다. 1848년 오스트리아와 헝가리의 침입을 물리친 장군, ‘반 조세프 옐라치치’의 동상이 있는 광장은 시내에서 가장 번화한 곳이며 자그레브의 중심입니다. 시내 관광의 시작과 끝이기도 하며, 고풍스러우나 현대적인 건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2차 세계대전 후 공산정권에 의해 공화국광장으로 불리기도 했었답니다.

모든 도시가 그렇듯이 밤이 되면 한결 고즈넉하면서도, 활기가 넘치면서도, 이방인에게는 흥미진진합니다.

▲ 크로아티아의 미소

반젤라치치광장의 휘황찬란한 불빛이 길게 그림자를 만드는 밤, 젊은이들만의 특권이 세상 어느 곳이나 다 있는 것처럼 크고 밝은 목소리들이 밤공기를 가릅니다.
길가 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주문합니다. 하얀 와이셔츠를 입은, 키 크고 배 나온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사람이 지나갑니다. 이런 곳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다니, 잉, 우리의 베스트 드라이버입니다.
<김현락 지면평가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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