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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멈춤, 동화 속을 걷는 느낌! ③ …슬로베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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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멈춤, 동화 속을 걷는 느낌! ③ …슬로베니아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17.07.24 15:26
  • 호수 12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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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사진첩

매일 밤 모차르트 공연을 한다는 호엔잘츠부르크성에 오르내리며 탔던 희한한 승강기 ‘등산열차’를 생각하며 또 새로운 나라의 국경을 지납니다.
친절하고 정이 많은 슬로베니아인의 국민성만큼이나 국경도 순하게 넘어갑니다. 나라와 나라 사이가 아니라 그냥 마을과 마을을 지나가는 듯합니다.
발칸반도에 위치한, 도시마다 깨끗하고 안전함을 추구하는 슬로베니아는 우리나라 전라도만 합니다.

작은 유럽 - 블레드
최고의 휴양도시, 율리안 알프스의 보석 블레드로 가는 길의 휴게소 역시 최고입니다. 뷔페식당을 연상하는 휴게소에는 온갖 빵을 비롯하여 샐러드니 아이스크림이니 즐비하여 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불뚝해집니다. 그래도 커피 한 잔!
슬로베니아 북서부, 깎아지른 절벽위에 우뚝 서 있는 블레드성은 빨간 지붕과 빨간 고깔모양의 첨탑으로 인해 멀리서도 눈에 확 뜨이며, 외로우나 고독해 보이지 않습니다.
 
 

▲ 호수 위의 블레드성

마을의 상징 – 블레드 성
유고슬라비아 왕가의 여름별장이었던 이 성의 카페가 있는 테라스에서 내려 보이는 아름다운 풍경- 에메랄드빛 블레드 호수, 호수 중앙의 블레드 섬, 주변을 둘러싼 그림 같은 마을과 잔설이 남아있는 산봉우리는 지금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들게 합니다.    
성이라기보다 천연요새 같기도 한 이곳은,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중세시대로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을 성 내부 곳곳에서 받습니다.
 
성의 윗 마당 기념품점 옆에는 조그만 16세기 예배당이 있어 기념품을 구경하며, 조그맣게 난 틈으로 성상을 엿보기도 합니다.
호수에서 백조가 놀고 있는 벽걸이를 하나 고르고 지하로 가니, 중세시대 의상을 입고 있는 대장간 지킴이가 능숙한 한국말로 인사를 하고 작품설명도 해주네요.
실제 사람크기로 재현해 놓은 중세 사람들이 금방 말을 걸어올 듯한 박물관, 와인저장고 앞에는 탁자 위에 목이 잘린 와인병이 놓여 있습니다.
슬로베니아에서는 중요한 날에 주인공이 와인병을 칼로 자르며 축제를 시작한다는 전통이 있다며, 꼭 신부님 같은 분이 와인을 팔고 있습니다.
15세기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 인쇄방식을 재현하는 성 인쇄소를 지나, 2층 성벽에 오르면 소박하고 정갈한 고렌스카 마을이 창문 밖으로 싱그럽게 보입니다. 
파크레스토랑에서 파는 블레드의 전통 케이크, 바닐라와 크림이 반반씩 섞인‘크렘나 레지나’ 한 쪽을 먹어봤어야 했는데, 블레드 호수에 반하여 미처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그림엽서 아닌 엽서 – 블레드 섬
슬로베니아의 유일한 섬, 율리안 알프스의 만년설이 녹아 만들어진 수심 30미터의 블레드 호수가 햇살에 반영돼 무어라 형용하기 어려운 영롱하고 신비한 색을 보여줍니다.
낭만적인 전통나룻배 플레타나를 타고 호수 중앙에 있는 블레드 섬으로 갑니다. 힘차게 노 젓기를 하는 미남 뱃사공들은 18세기부터 이어져 왔으며, 이곳 믈라노 남자들에게만 자격이 주어진다니 그 자부심이 대단할 것 같습니다.

▲ 블레드성 성모승천교회

좌우 균형이 깨지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주의를 들으며 은하수 같은 호수길을 저어 섬에 도착합니다.
99개의 계단을 오르면 정원 뒤로 하얀 성모마리아승천교회가 있습니다. 6세기 슬라브인들이 지바여신을 모신 신전자리였으나 그 후에 기독교로 개종하면서 세워진 성당입니다.
소박한 내부와, 소원과 사랑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행복의 종’이 있습니다. 종을 치는 밧줄이 만만치 않지만 그래도 힘껏, 소원을 빌어봅니다. 후에 이루어졌다면 이 행복의 종을 울렸기 때문이라 믿겠습니다.
아름다운 사랑 얘기가 전해져 내려오는 성당과 부부의 백년해로를 위한 아흔아홉 계단으로 인해, 이곳은 슬로베니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결혼식장소랍니다.
 

섬에서 바라보는 빨간 지붕의 블레드 성이 카라반케 산맥의 만년설 사이로 더 반짝입니다.
관광객들이 일광욕을 즐기고 있는 호숫가 주변으로, 구 유고연방대통령 티토의 별장이 있습니다. 현재 호텔로 이용하고 있는 이 별장을 방문한 북한의 김일성은 블레드의 아름다움에 반해 2주 이상을 머물렀다는 일화도 있습니다.
이런, 청둥오리 가족도 맑은 호수에서 놀고 있네요. 일행 모두가 이쪽저쪽에서 오리가족을 사진으로 남기느라 정신없습니다.
출렁출렁 한 대의 플레타나에서 ‘소양강처녀’를 부릅니다. 열여덟 딸기 같은 어린 내 순정이 뚝뚝 옥색 호수에 떨어집니다.
     
 

▲ 포스토이나 동굴 내의 러시안다리

석회동굴의 여왕 – 포스토이나 동굴  
연회장 같이 넓은 식당에서 돼지고기와 칠면조튀김요리를 점심으로 먹고, 19세기 합스부르크왕가가 동굴 안을 운행하는 열차를 개발하면서 전 세계에 알려졌다는 포스토이나 동굴을 향합니다.
동굴 내 꼬마기차를 타니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동굴 안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달리는 중에 머리를 들면 큰 일 난다’는 주의사항을 듣기는 했어도, 실로 아슬아슬하게 낮고 좁은 터널을 달려 도착한 동굴 안은 말 그대로 환상적입니다. 은은하게 조명을 받고 있는 동굴 생성물들이 신비롭게 보여 별천지를 연상합니다.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샹들리에, 암흑 속에서 물방울들이 만든 아름다운 지하세계를 기차를 타고 가며 보는 기분은 카르스트지형학의 발상지인 이 곳 슬로베니아에서만이 느낄 수 있는 특권입니다.

동굴천장이 떨어져 이루어진 큰 산, 골고다언덕에서부터 투어는 시작됩니다. 투명하게 비치는 불빛의 일부가 투과해 빛을 발하는 순백색의 커다란 다이아몬드 석순, 제1차 세계대전 때 러시아포로들이 만들었다는 러시안 다리, 1만 명을 수용할 수 있으며 메아리가 울린다는 넓디넓은 콘서트홀, 종유석과 석순이 만든 굵고 가는 석주 등 천장에 매달려 있는 종유석과 석순들은 동물을 비롯하여 피사의 사탑이나 사람 등 별의별 모양을 다 하고 있습니다. 
동굴 생성물은 보통 10년에 0.1밀리미터씩 자라지만, 사람의 손이 한 번이라도 닿거나 스치면 그나마의 성장도 멈추어 버린다고 하니 바짝 긴장도 됩니다. 
 
 

▲ 인간을 닮은 동굴도롱뇽 프로테우스

아으 – 인간물고기
150종 이상의 동물들이 이 지하세계에 존재한다 합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동물은 동굴도롱뇽으로 프로테우스라 불리는 인간물고기입니다. 예전에는 새끼용이라 믿었던 적도 있었답니다.
인간물고기는 동굴안의 어둡고 척박한 환경에서 살다보니 눈과 코는 도태되어, 앞을 볼 수 없으며 외부아가미로 숨을 쉬고 먹지 않아도 1년을 살 수 있다고 합니다.
인간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으나, 단지 수명이 80~100년으로 사람과 비슷하고 몸의 색이 백인과 비슷하다 하여 인간물고기란 칭호가 붙었답니다.
큰 수족관의 바위에 붙어 있는 조그마한 몇 마리를 보니, 소름이 쪽 끼칩니다. 허나 이 생물은 슬로베니아의 화폐에도 등장한 적이 있으며, 지금은 포스토이나 동굴의 마스코트로 엽서나 사진, 장식용 벽걸이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을 보면 매우 희귀한 생물임에는 틀림없는 듯합니다.

20킬로미터까지 개발된 동굴의 내부 중, 통로에서 넓은 방으로, 거대한 광장으로 5.2킬로미터만 일반인에게 개방하고 있다하니 과히 얼마나 큰지 상상하기가 힘듭니다.   
동굴 안의 낮은 기온으로 인해 다소 춥다며 초봄 점퍼를 준비하라하여 패딩을 입었다가 약간 창피했던 포스토이나동굴, 그래도 전혀 덥지 않았답니다.  
 

<김현락 지면평가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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