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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사진첩…체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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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사진첩…체코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17.07.10 15:23
  • 호수 1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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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멈춤, 동화 속을 걷는 느낌! ①
▲ 체스키크롬로프마을

황금빛 피보(맥주, 체코어)는 체코인의 자랑이며 열정입니다.
좋은 보리품질과 물맛으로 만드는 체코 맥주는 1300년 경 수도원에서 흑맥주를 처음 제조하였습니다.
맥주 한 잔에 인생을 논하는 나라. 높은 교육수준과 정신계발에 좋다며 한두 가지의 악기를 필히 배우는 나라. ‘여러 언어를 알면 여러 인생을 산다’는 속담처럼 철학적이고 국가와 민족에 대한 자긍심이 강하며, 작은 것에 감사할 줄 알고 세계의 문화에 대한 호기심이 강한 나라. 겉은 딱딱하지만 속은 한없이 부드러운 바케트에 비유되며, 빠름보다는 느림과 신중함에, 실용주의에, 유머감각이 탁월한 국민성을 지닌 나라 체코에 살짝 한 발을 내디뎠습니다.
‘술 없는 인생은 시시하다’는 철학을 지니고 있는, 버드와이저의 원조 맥주회사인 부데요비츠키부르바르가 있는 맥주의 도시 체스키부데요비체에서의 노랗게 빛나는 생맥주는 긴 비행시간과 낯섦에서 오는 피곤함을 단숨에 녹였습니다. 

▲ 망토다리

체스키크롬로프
두 개의 성을 연결하기 위해 협곡에 연결된 모습이 마치 등에 둘러진 망토와 같다 하여 이름 붙여진 망토다리를 지나, 체스키크롬로프성벽을 따라 올라가며 중세시대 보헤미아의 전통과 문화를 그대로 보존한 빨간 지붕 집들이 평화롭게 펼쳐진 마을을 봅니다. 마을전체를 S자 모양으로 블타바강이 부드럽게 휘감고 흐르는 체스키크롬로프의 풍경은 아름답기 그지없어 저절로 환성이 터져 나옵니다.
루돌프2세의 서자와 이발사 딸의 비극적인 사랑이야기가 전해지는 이발사의 다리를 지나 중앙광장으로 가니 아름다운 분수대와 성인의 조각품이 있습니다. 광장을 둘러싼 중세건축물 중에는 유리창을 그림으로 그려 놓은 것을 볼 수 있네요. 이는 햇빛세를 받는 악랄한 지주들로 인해 창문을 그림으로 그려야 했던 슬픈 역사마저도 지금은 더 한층 아름다운 풍경으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깊은 산 속에서 잠자다 불타는 모험심의 배낭족들에게 들켜버린 이 마을 골목은 돌아보고 또 돌아보아도 지치지 않고 돌아보게 합니다.

▲ 성비투스대성당

프라하
늘 고독과 외로움을 안고 산 카프카의 고향, 중세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역사의 도시를 붉음과 푸르스름한 어둠과 함께 만났습니다. 
하늘을 덮은 구름 사이사이 반짝이는 햇살을 받으며 프라하성에 입성하려 길게 줄을 섭니다.
프라하성과 성비투스대성당과 카를다리를 만든, 14세기 중반 보헤미아의 왕이자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로 체코를 유럽의 정치와 경제와 문화면에서 가장 뛰어난 국가로 이끈 성군인 카를4세의 이름을 잊지 말라는 관광해설사의 말을 듣습니다.
프라하성의 한쪽 귀퉁이에 체코의 국기가 펄럭입니다. 성의 일부를 현재 대통령의 관저로 사용하고 있으며 국기가 꽂혀 있다는 것은 대통령이 근무 중이라는 것을 나타낸답니다.  
체코에서 가장 규모가 큰 성비투스대성당을 올려다봅니다. 육중한 청동문과 중후하면서도 정교한 모습에 압도되어 입이 딱 벌어집니다. 마침 검은 첨탑 옆의 구름 한 조각에 무지개가 걸렸습니다.    

▲ 카롤다리와 구시가

트램을 타고 잠시 무뚝뚝하나 부드럽기 그지없는 체코인이 되어봅니다.
이곳저곳에서 눈길을 잡는 구시가 광장의 좁은 골목길을 지나 블타바강에 놓인 카를다리도 건너봅니다. 튼튼한 다리를 만들기 위해 보헤미아 사암에 달걀노른자까지 섞었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로 만들어준 난간의 30개 성상도 훑어봅니다. 유난히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이 있네요. 5개의 별이 새겨진 동판을 만지며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성 요한 네포무크의 성상 앞입니다. 무척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곳곳에서 거리의 음악가들은 악기를 연주하는데 여념이 없습니다.    
적어도 세 번 이상은 각기 다른 시간대에 걸어보아야 한다는 카를다리 밑에는 빵을 만드는 가게가 있었습니다. 방금 반죽한 것을 밀대로 밀어 기다란 봉에 빙글빙글 감은 채로 불에 올려 돌려가면서 직접 굽는 빵. 에고, 우리가 위에서 훔쳐보는 것이라도 알았는지 빵 하나가 일그러졌지만, 여전히 빵 주인의 손은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아쉽게도 관광객이나 현지인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길거리 간식 트레들로빵이라는 것을 후에 알았습니다.
           
신시가에 들어서자 300년이 됐다는 흰색 건물이 확 눈에 뜨입니다.
광장이라기보다는 큰길 같은, 민주자유화운동이 있었던 혁명광장, 프라하의 봄, 바츨라프광장을 둘러봅니다. 체코의 수호성인으로 알려진 바츨라프 기마상 뒤의 국립박물관은 한창 공사 중입니다. 큼직큼직한 사각돌이 반듯하게 깔린 광장을 비껴 혁명광장의 흘러간 역사사진이 붙여있습니다. 민주화를 쟁취하기 위해 동상 앞에서 분신자살한 앳된 청년 얀 팔라흐의 사진을 봅니다.

▲ 틴성당과 구 시가광장

건축박물관을 연상케 하는 프라하의 심장부 구시가에는 구시청사와 틴성당이 있습니다. 광장 로터리에는 얼룩말 두 마리가 끄는 마차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검은색과 황금색으로 치장된 틴성당의 첨탑은 마치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린 듯합니다. 고딕양식으로 어젯밤에 보았던 그 신비로움과는 대조적으로 묵직하고 고요합니다. 

▲ 천문시계

구시가 광장의 명물 천문시계를 보기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습니다.
구시청사에 붙어있는 천문시계탑의 전망대 역시 공사 중으로, 구시가 일대와 천문시계를 넋을 잃고 바라보는 각국사람들의 표정을 구경할 수 없음이 안타깝습니다. 체코를 대표하는 유물인 천문시계는 정교하고 아름다운 두 개의 벽시계로 천동설의 원리에 따르는 위쪽시계를 칼렌다륨이라 부르고, 제작 당시 보헤미아의 농경생활을 보여주는 12계절 장면을 묘사한 아래시계를 플라네타늄이라 부릅니다. 시계 옆에는 죽음(해골)과 두려움(터키인)과 반대쪽의 탐욕(지갑을 든 유대인)과 허무(거울을 든 허영인)를 의미하는 인형들이 있어 정시가 되면 이들은 각자의 몸짓을 하며, 위쪽의 황금색 수탉이 나와 울면서 벨을 울립니다. 약 10여 초의 이 모습 때문에도 세계각지에서 년 1억여 명의 관광객이 오는 것은 아닌가 생각됩니다.

여행의 첫날과 마지막 밤을 보낸 백 개의 탑과 붉은 지붕이 물결치는 프라하. 
천 년 세월이 지난 지금도 왕조시대의 풍미가 그윽하게 감도는, 유럽에서 가장 로맨틱한 도시, 시간이 멈춘 듯한 도시, 슬픔을 없애고 기쁨을 가져다준다는 석류석 체코산 가넷처럼 조금이라도 더 머물게 하는 마력이 있습니다.
<김현락 지면평가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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