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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 빛’ 새로운 세상을 밝히다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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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 빛’ 새로운 세상을 밝히다 ①
  • 이순금 기자
  • 승인 2017.06.20 10:35
  • 호수 1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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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에게 행복한 삶 선사하는 한글교육’
▲ 교육을 맡고 있는 문해교육사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청양군은 2008년부터 ‘찾아가는 초롱불 성인문해교육’(한글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한글교육을 통해 한글을 알지 못했던 어른들의 자신감 회복과 소외감을 해소하고, 특히 배움으로 인해 좀 더 활기 찬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였다.
이렇게 시작된 한글교육이 올해로 10년을 맞이했다. 그동안 한글교육은 많은 비문해자들을 기쁘게 했고, 새로운 세상과 밝은 빛을 선사했다.
이름 석 자는 물론 버스도 혼자 타기 꺼려했던 할머니들을 시인으로 만들었고, 백일장·시화전·편지쓰기 등 다양한 대회에 출전해 우수한 성적을 올리게도 했다.
이에 청양군은 더 한껏 힘을 내 ‘한글 모르는 사람 없는 청양’을 만들어 간다는 계획 아래, 2016년부터 ‘문맹률 제로화 해’에 도전, 올해도 계속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전국에서도 우수사례로 손꼽히고 있는 청양의 문해교육. 청양을 포함 전국의 몇몇 우수 학습장을 둘러본다. 문해교육을 통해 새 삶을 얻고, 밝은 눈으로 건강하게 100세를 살아갈 수 있게 됐다는 군내 학습자들과 이들을 지도하고 있는 문해교육사들도 소개해 본다. 첫 번째로 청양군 성인문해교육의 10년이다.
 <편집자 말>

청양군은 2007년 6월 평생학습조례안을 제정·공포했고, 7월 사회복지과에 평생교육팀을 신설했다. 2008년 9월 평생교육사 1명을 채용해 성인문해교육을 전담하도록 했으며, 2011년 1월 신설된 지역발전추진단에서 성인문해교육 업무를 이어 받았다가 추진단이 폐지되면서 현재는 행정지원과 인재육성팀에서 그 업무를 맡아 하고 있다.(이하 문해교육)
 
10곳에서 시작해 70곳으로
청양군은 2008년 12월부터 10곳을 시범마을로 선정, 100명을 대상으로 문해교육을 진행했다. 사업비는 1700만원이었다. 다음해인 2009년에는 26개소 350명(1억6000만 원), 2010년 37개소 360명(사업비 2억2000만 원), 2011년 47개소 505명(2억80만 원)을 대상으로 교육이 진행됐다.
2012년부터는 초등학력인정반 교육까지 시작되면서 50개소 470명(2억2920만 원), 2013년 58개소 480명(2억6000만 원), 2014년 70개소 600명(3억3000만 원), 2015년 59개소 500명(2억9500만 원), 2016년 60개소 550명(2억 7000만원)이 교육을 받았다. 올해도 2억 7000만 원을 투입해 70여 곳에서 600여명을 대상으로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학습자 교육은 전국 및 한국문해교육협회가 주관하는 양성과정 및 심화교육과정을 거친 문해교육사들이 맡았다. 이들은 처음부터 현재까지 읍면 마을회관이나 경로당을 찾아다니고, 또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도서관이나 문예회관 등에서 비문해자들을 가르치고 있다. 문해교육사는 첫해 18명으로 시작해 최대 45명, 그리고 올해에는 29명이 현장에서 뛰고 있다.(이하 교육사)
교육사들은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자원봉사로 활동했다. 이후 군이 예산을 책정해 2012년도부터 교통비를 포함한 강사료를 지급하기 시작했다. 
특히 군은 이처럼 활발하게 활동하는 교육사들의 역량강화를 위해 국가평생교육진흥원에서 진행하는 초등문해교육교원 연수 및 문해교사 국어능력 평가 등에 참여하도록 도왔다. 

까막눈이었는데 글을 읽고 있네
문해교육에 참여한 청양군민은 다양했다. 40대부터 90대까지, 배움을 위해 스스로 책상 앞에 앉은 어른부터 외국인 며느리와 함께 온 시어머니, 손자 손을 잡고 온 할머니, 자식들의 권유로 나온 어머니 등 다양했다.
초창기 학습자들은 “공책, 연필, 지우개 등 학용품을 받아드니 낯설고 이상하다”, 또 “늦어서 뭔 공부냐, 돌아서면 금방 잊어버리니 못 하겠다”며 포기하는 학습자도 간혹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기역, 니은부터 시작해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글자를 익혀갔고 “다 늙어 공부를 왜 하나 싶었는데, 글을 배우니 세상이 밝아졌다”, “까막눈이던 내가 어느 순간 글을 읽고 있었다”, “은행에 가서도 사람들의 도움을 안 받아도 된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처음에는 볼 수 없었던 할아버지들도 시간이 흐르면서 참여했다. 물론 많은 숫자는 아니다.
 
글 배우고 상도 타고 ‘기쁨 두 배’
문해교육 시작 1년여 만인 2009년 학습자들은 전국문해백일장에 출전해 다수가 수상하는 성과를 냈다. 이후에도 매년 편지쓰기 전국대회와 대한민국 평생학습·문해교육 대회에 출전해 최우수상 등 우수한 성적을 올렸다. 글을 배우고 상도 타는, 한글을 배우기 전에는 미처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 학습자들에게 일어난 것이다.  
이에 청양군에서도 2009년부터 학습자를 대상으로 백일장을 개최하고 시상과 함께 작품집을 발간해 배포했다. 2010년부터는 문해학습자 현장체험학습, 운동회, 학예발표회 및 수료식, 문해골든벨을 매년 개최해 학습자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학습자들의 열의에 힘입어 김계하 전 청양군문해교육사협의회장은 한글발전 유공 충남도지사 표창(2012)을, 최숙진 문해교육사는 전국문해교사대회 국어수업 교안 시연 우수상(2014) 등 다수의 교육사들이 상을 받기도 했다.
청양군도 2014년 ‘평생교육 및 교육발전 유공 부문 충청남도교육상’을, 이석화 군수도 평생교육발전 유공으로 교육부장관 표창(2016)을 받는 영예를 안았다.

▲ 문해골든벨에 참여한 청양군 학습자들의 모습.

‘문맹률 제로화 목표로 뛴다’
또 다른 방법으로 문해학습자들을 응원하는 곳도 있었다.
㈔청양군자원봉사센터는 한국농어촌공사가 주관한 2015 농촌재능나눔 공모사업에 청양군과 공동으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라는 사업 명으로 응모·선정돼, 한글교육을 받고 있는 군내 할머니·할아버지들을 대상으로 ‘시집 만들기’를 진행했다.
10개 읍면 문해교육장을 찾아다니며 학습자들의 마음속 이야기를 끄집어내 시 또는 일기·글로 완성하게 하고, 이를 발표도 해 보게 한 후 한 권의 책으로 엮은 것이다. 그 결과물이 ‘나도 한번 활짝 피어볼까’라는 제목의 시집으로 완성돼 발표됐고, 그 속에는 학습자들이  직접 쓴 200여 편의 시·일기·산문 등이 실렸다.
‘글자를 썼다 지웠다/ 또 썼다 지웠다/ 또박또박 썼는데/ 쓰고 보면 글자가 삐뚤빼뚤/ 열심히 썼는데 속상하다/ 다시 지웠다 그리고 다시 썼다/ 내가 쓴 글자를 보면/ 웃음이 나오고 행복하다/ 집에서 나올 때 손바닥에/ 글자를 썼다 ‘홈끼파’/ 집에 들어 갈 때 꼭 사가지고 가야지’ 김연례(73)할머니가 쓴 ‘배움 그리고 행복’이라는 글이다.
시집을 본 군민들은 삐뚤빼뚤하지만 얼마나 정성들여 한자 한자 썼는지에 감동했고, 글 속에 진솔한 삶이 가득 담겨 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문해교육과 모습은 다르지만 청양군노인종합복지관도 2015년부터 ‘어르신 자서전 제작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모범적인 어른들의 자서전 제작을 지원해 후손들과 의미 있는 삶을 공유하는 것은 물론 이를 통해 세대 간 공감의 장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2015년에는 3명이 ‘아름다운 인생’이란 제목으로, 2016년에는 7명이 ‘내 인생의 드라마’란 제목으로 자서전을 발간했다.
이처럼 청양군의 문해학습은 활발하게 운영됐고, 이에 군은 2016년부터는 ‘한글 모르는 사람 없는 고을 만들기’를 목표로, ‘문맹률 제로화 도전’에 나섰다.

<이 기획기사는 2017년 충청남도지역언론 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취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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