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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사진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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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사진첩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17.06.12 11:17
  • 호수 12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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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을 기는 여러해살이 열매채소…딸기

고리섬들 길가에 반 평 남짓한 밭이 있습니다.
양파가, 때로는 마늘이 심겨져 있던 자리에 가장자리가 톱니 모양인 둥근 초록잎들이 쭈뼛쭈뼛 자라더니 하얀꽃을 다닥다닥 피웠습니다. 한 송이 두 송이 꽃이 지자 단단하고 푸른열매가 하늘을 향해 열리다가 점점 고개를 숙였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딸기밭이라서 밭고랑 속으로 들어갑니다.

딸기는 씨방이 발달하여 과실이 되는 것이 아니라, 꽃턱이 발달하여 먹을 수 있게 됩니다.   
하얀 꽃잎을 받들고 있는 꽃받침은 꽃이 지면 꽃 대신 꽃턱을 받듭니다. 꽃턱이 육질화 되면서 점점 붉은색을 띠며 익어 가는데, 이 꽃턱의 표면에 깨 모양의 작고 마른 딸기의 열매가 점점이 박혀있으며 그 속에 씨가 들어있습니다. 꽃의 꽃턱이 도톰하게 살이 쪄 형성된 부드러운 부분이 우리가 좋아하는 달고 상큼한 딸기인 것입니다.

시원한 기운을 좋아하는 딸기는 6월 중순이후에는 더 이상 꽃턱이 발달하지 않습니다. 지금이야 때가 좋아 봄여름가을겨울 구분 없이 딸기를 먹을 수 있지만, 예전에는 이 때 아니면 구경도 하지 못했던 딸기였지요.
담벼락 밑이나 뒤꼍, 장독대 앞에 아버지는 늘 딸기풀을 심어놓았습니다. 바닥을 향하는 열매로 인해 볏짚이나 왕겨를 깔아 주었으나, 날이 가문 해의 딸기는 잘고 못생긴데다가 시큼 텁텁한 맛을 냈습니다. 채 익기 전 푸르딩딩한 어린 것을 몰래 따먹는 맛이었지요. 물론 비가 풍족하게 온 해에는 달고 싱싱한 딸기를 먹을 수 있었지만, 그나마도 잠깐 한 눈을 팔면 지지리 못난 것만 차지가 되었습니다.  
올망졸망하니 단물이 많은 맛있는 딸기들은 개미가 파먹고, 쥐들이 따 먹고, 새들이 쪼아 먹었기 때문입니다.         
 
온실 재배 덕으로 1년 내내 딸기를 먹을 수 있는 좋은 시절이지만, 인터넷을 뒤적이다가 딸기철이 언제냐고 묻는 학생들의 글을 봅니다.  ‘동지 때 개딸기’란 속담이 이젠 쏙 들어간 것만큼이나 과실의 제철이 의미가 없어지고 있습니다. 더불어 학교수업이 끝나면 삼삼오오 딸기밭에 갔던 기억도 한 장의 추억이 되었습니다. 
하얀 달빛에 비친 잘 익은 딸기를 치마 가득 따 와 보니 온통 푸른 딸기였던 딸기서리, 울타리를 넘느라 가시에 긁힌 종아리와 손등으로 인해 눈물이 쏙 빠지도록 혼꾸멍도 났습니다.
치마폭에 쌓여 문드러졌을 어린 딸기를 생각하니 입안에 신맛이 쫙 퍼집니다.   
 <김현락 지면평가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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