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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교육 없는 신규 이장들 ‘어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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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교육 없는 신규 이장들 ‘어려워요’
  • 이존구 기자
  • 승인 2017.05.29 16:49
  • 호수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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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착오 겪으며 스스로 깨닫는 길밖에 없어
▲ 사진 왼쪽부터 목면 조영자(신흥2리), 정운하(안심2리), 손종화(송암2리) 이장이 직무교육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주민 누구나 이장이 될 수 있지만, 이장 역할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청양군 이장 임명에 관한 규칙’을 보면 봉사정신이 투철하고 책임감이 왕성하며 마을 발전을 위한 사명감이 강해야 한다. 자격요건도 마을에 2년 이상 거주한 25세 이상인 사람에 한한다.
규칙에 명시한 이장의 임무도 많다. △반장의 지도 감독과 관할 주민의 지도 △행정 지시사항의 전달 △주민 거주 동태 조사 △각종 사실 확인 및 사고 보고 △공과금 수납 독려 및 자재 배분 △새마을 사업추진 협조 △민방위업무 추진과 비상훈련 지도 등을 해야 한다.

‘청양군 이장의 임무와 실비변상에 관한 조례’ 역시 이장의 업무를 규정하고 있다. 내용은 △지역주민의 의견을 수렴하여 행정기관에 전달 반영 △리의 발전을 위한 자주적, 자율적 업무처리 △지역주민 간 화합단결과 이해의 조정에 관한 사항 △기타 지역주민의 편의증진과 봉사 등이다.
이처럼 이장들이 할 일은 너무나 많다. 보통 결심으로는 책임 수행이 쉽지 않다. 개인 일정을 뒤로 미루는 일까지 잦아 봉사정신을 앞세우지 않고서는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 이장들의 이구동성이다.
충분한 대우를 받는 것도 아니다. 이장들의 기본수당은 월 20만 원. 또 회의수당 2만 원(월2회)과 상여금(200%)으로 연 40만 원을 받는다. 여기에 예산 범위 안에서 상해보험가입, 건강검진, 자녀장학금, 국내·외 현장연수 기회가 주어지고, 화합행사(정기총회, 워크숍, 체육대회)와 정기회의 사업비 지원을 건의하는 자격이 부여되는 정도이다.
 

직무교육과정 없이 이장역할 시작
군내 이장들은 대개 연말이나 연초 마을총회에서 선출된다. 읍·면장 임명 후 이장으로서 공식적인 대내외 활동을 시작한다.
이장들은 해마다 군내 183개 마을에서 적게는 십여 명, 많게는 수십 명씩 신규 이장을 배출된다. 하지만, 현재 군내에서 이장의 직무를 가르쳐주는 곳은 없다. 별도의 직무교육과정 또한 없다. 개선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경험이 없는 신규 이장들은 그만큼 많은 시행착오와 시간낭비에 빠질 수밖에 없다. 전임 이장에게 전수받는 식으로 이장의 임무와 역할을 익히고, 읍면 직원들로부터 행정업무 처리방법을 조언 받을 뿐이다. 효과적인 마을운영을 위한 기본 절차나 방법을 몰라 곤란을 겪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에 대해 최신호 정산면 역촌2리장은 “군과 면 등 행정기관으로부터 연간 400여 건의 공문을 받는다”며 “이런저런 수요조사가 가장 많은데 정확한 처리방법을 모르면 주먹구구식으로 하게 되고 조사대상을 빠뜨리는 일도 있다”고 말했다.

이장들은 행정 최일선 준공무원
과거의 이장은 주민과 행정의 가교 역할만 수행했다. 하지만, 요즘은 행정 최일선에서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에 가깝다. 군과 면의 행정지시사항을 전달하면서 각종 공모사업에 신경을 써야 하는 일도 많아졌다. 그래서 이장을 준공무원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장은 마을의 중추로서 마을기금의 사용과 배분을 주관하고, 마을단위로 추진되는 공모사업과 주민참여예산 사업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또 마을회관이나 쉼터 신축, 농로포장 공사, CCTV 설치 등 개발사업의 결정 과정을 좌우하기도 한다.
마을 대소사 처리도 이장을 어렵게 하는 요소 중 하나이다. 주민들이 이해관계로 얽히는 일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장 선출과정에서 발생하는 실수나 충돌은 주민화합을 크게 저해하고, 때로는 고소·고발로 이어지는 경우까지 생긴다.
임동민 목면 안심2리장은 “귀농 5년차에 신임 이장이 됐는데 그간 반장 업무를 맡아 이장역할이 낯설지는 않다”면서도 “나이 드신 분들에게는 사업계획서 작성하는 일, 공문처리 기간이 짧아 헤맬 수도 있다”고 전했다.

특강에서 직무교육으로 전환해야
이장을 대상으로 하는 행사는 몇 가지가 있다. 청양군이장연합회는 매월 읍·면 회장과 총무로 구성된 이장상임위원회의를 연다. 상임위원들은 이 모임을 정보교류와 주민 불편사항 전달창구로 활용한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이장들이 갖춰야 할 소양과 덕목을 쌓을 수 있는 기회는 주어지지 않는다. 군 관계자가 “이장 직무교육의 필요성이 제기된 만큼 이장연합회 등과 협의해서 내년부터라도 추진하겠다”고 말하는 정도이다.

타 지역 일부 지자체에서는 신임 이장을 대상으로 직무교육을 추진하고 있다.
전남 고흥군은 ‘이장 임명에 관한 규칙’ 제5조에 ‘이장의 직무수행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자체 계획에 의거 직무교육이나 연수, 기타 산업시찰, 견학 등을 매년 실시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이에 따라 지난 2월 515개 마을이장 대상으로 ‘2017년 이장 직무교육’을 시행했다.
충북 옥천군 동이면 이장들은 역할을 제대로 하자는 취지에서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4차례에 걸쳐 ‘좋은 이장학교’를 열었고, 지난 1월 그간의 운영과정을 자료로 남겼다.
전북 김제시는 지난해 신임 이·통장 직무교육을 했다. 이·통장의 역할과 책임, 김제시 추진 성과와 비전, 단체 상해보험 가입 및 보상 절차 등에 대해서다. 현장업무 중심으로 이뤄진 교육이라 반응 또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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