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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양·홍주·당진·태안 공동기획 -아이들이 행복한 진로교육 ‘자유학기제’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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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양·홍주·당진·태안 공동기획 -아이들이 행복한 진로교육 ‘자유학기제’⑤
  • 이순금 기자
  • 승인 2017.05.21 11:05
  • 호수 119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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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학생들 ‘진로선택 스스로 잘한다’
▲ 베를린 인근에 있는 얀트(Ardnt)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학교를 안내하고 있다. 왼쪽부터 레아, 레베카, 이세민 학생과 이세민 학생의 엄마인 최정씨.

2016학년부터 우리나라 중학교(중1)에 자유학기제가 도입됐다. 중 1학년생을 대상으로 1학년 1학기나 2학기, 2학년 1학기 중 한 학기를 선택해 시행된다. 이 기간 중 학생들은 시험을 치르지 않고 다양한 체험·독서·토론·실습·예체능 활동, 그외 선택 프로그램을 이수한다. 선공부 후진로가 아닌 선진로 후공부라는 교육의 새로운 시도다.
교육부는 2013~2015년 자유학기제 시범 운영 결과 학생의 자기표현력, 구성원 간 친밀도 등이 높아져 전인적 성장에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시행 1년이 지난 현재 찬반 논란도 있다. 교육현장에 활기를 불어 넣을 것이라는 기대와 성적 하락만 가져올 것이라는 엇갈린 반응이다.
학생들이 원하는 맞춤형 체험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느냐가 제도 조기 정착의 최대 숙제다. 시간 때우기 식의 단순 체험활동에 머문다면 시간과 비용만 낭비하는 꼴이 된다.
도시지역보다 교육환경이 열악한 농산어촌 지역은 여건도 풍족하지 않다. 청양을 비롯해 당진·홍성·태안 지역은 농어촌 소재 학교 비율이 높은 곳이고, 자유학기제 운영에 있어 기업·체험프로그램 등 여건이 대도시에 비해 열악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전국 시행 1년이 지난 현재, 참여 신문사와 타 지역의 자유학기제는 어떻게 운영됐는지 점검해 본다. 독일 진로교육 사례 두 번째다.  <편집자 말>

▲ 여행 떠나는 독일학생들. 독일 학생들은 대부분 10학년이 되기 전 인생 경험을 위해 1년간 학교를 쉬고 여행을 가거나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나선다.

“제 적성에 맞는 직업 찾았어요!”
쑥스러워 했지만 명료했다. 아이들은 자신의 꿈이 무엇이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독일 베를린에서 10학년에 재학 중인 레베카는 변호사 또는 법률 행정을 다루는 일을 하고 싶단다. 같은 학교에 재학 중인 한국인 2세인 이세민 학생은 통역 등 언어관련 일을 하려고 한다. 이들과 학급 친구인 레아는 그래픽 디자이너를 꿈꾸고 있다. 이들 모두 빠르면 5학년, 늦어도 7,8학년 때 자신의 진로를 스스로 결정했다. 한국으로 보면 초등학교 5학년 또는 중학교 1,2학년에 해당한다.

독일 진로교육을 들여다보면 세 명의 학생이 특별해서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독일의 학생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특별활동을 통해 관심 분야를 파악한다. 5,6학년 때부터는 일주일에 한번 걸스데이(상대적으로 여학생들의 선택이 적은 기술직에 대한 직업체험)와 보이스데이(보육과 돌봄 등 상대적으로 남학생들의 선택이 적은 분야에 대한 직업체험)를 통해 맛보기 직업체험을 한다.
8학년 때는 직업적성검사와 이력서 쓰기 등 예비 직업교육을 한다. 8.10학년에는 2∼3주 동안 직업 실습교육을 갖는다. 의무는 아니지만 10학년이 되기에 앞서 대부분의 학생이 경험을 쌓기 위해 1년간 학교를 쉬며 여행을 가거나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나선다.

이게 끝이 아니다. 대학교에 다니면서도 휴학을 하고 3∼6개월 동안 현장 실습을 해야 한다. 의대, 법대, 사범대 등은 실습이 필수다. 대학원생도 전공 분야에서 수개월씩 실습한다.
취재진이 만난 세 명의 학생들도 9학년 때 모두 3주간 직업 실습교육을 했다. 레베카는 변호사 사무실에서, 세민이는 노숙자에게 후원받은 음식을 무료로 나눠주는 사회 봉사활동을 했다. 레아는 이민자와 난민을 돕는 단체에서 일했다.
레아는 “실습을 한 후 이민자와 난민들의 어려움을 알고 깊은 애정과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실습 체험이 직업의 세계와 사회를 이해하는 것은 물론 자신의 인생을 설계하는 매개역할을 한 것이다.

지역고용청이 학교로 찾아간다
독일학생들에게 요긴한 진로상담기관은 지역고용청 산하의 직업정보센터(BIZ:Beruf Information Zentrum)다. 직업정보센터에서 직접 학교를 지원하고 있다.
지역고용청의 전문 상담가들이 정기적으로 학교를 찾아가 진로상담을 하며 조언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또 청소년 및 사회복지기관, 지역 상공회의소, 고용주 단체, 노동조합, 기타 공공기관 등과도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청소년과 여성들의 직업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시민단체인 ‘라이프’의 활동가인 버그리프(Boggrefe Almut) 씨는 “모든 학생들이 직업정보센터에서 한 번 이상 진로에 대해 상담한다”며 “피드백이 좋고 현실에 맞게 이뤄지고 있어 학생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레베카도 “직업정보센터와 부모님의 조언으로 자연스럽게 적성과 관심 분야를 찾게 됐다”고 말했다.

▲ 독일의 시민단체인 <라이프>의 활동가 다니엘라 도에블.

절반 넘게 대학 대신 취업 선택
독일 학생의 절반 이상은 직업학교(하우프트슐레)를 선택한다. 마이스터(전문가)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평가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대학 진학률이 80%에 달하고 고등학교만 나와서는 사회적으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인식이 짙은 한국의 실정과 사뭇 다른 상황이다.

독일 교포인 최정 씨는 “대부분 학생이 중학교 졸업 후 1년간 진학을 미루고 자유롭게 여행을 하거나 해보고 싶은 것을 찾아 나선다”며 “이 같은 인생 경험도 진로결정에 큰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라이프’의 활동가인 다니엘라 도에블(Daniela Doeblel) 씨는 “진로교육이 지속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한시적 이벤트가 아닌 교육과정 속에 진로교육이 깊숙이 스며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진로교육은 일과 학습이 일체형이 돼야 하는 만큼 실습교육과 긴밀히 연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현안과제 기획기사는 2017년 충청남도 지역언론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취재 보도한 것입니다. 연합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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