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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에, 입하절기에 – 순하고 연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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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에, 입하절기에 – 순하고 연하게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17.05.01 15:55
  • 호수 119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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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사진첩

단호박, 맷돌호박, 눈개승마, 비트, 방울양배추, 수박, 참외, 개구리참외, 옥수수, 아욱, 쑥갓, 참나물 등 오늘만 특별한 채소모종장인 것처럼 청양시장이 온통 어린모종으로 꽉 찼습니다.
잔잔한 바람에도 마구마구 흔들리는 어린 싹들이 어찌 귀여운지, 쪼그리고 앉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들여다보았습니다.
이것저것 무슨 모종이냐며 이름을 묻고 사진만 찍기가 미안하여 주섬주섬 몇 포기를 샀습니다. 손끝만 닿아도 바르르 하는 친구의 어린손녀딸처럼, 가까이만 가도 금방 꺾어질 듯 웃자란 어린 고추는 아래층 할머니에게 드리고, 물만 잘 주면 금방이라도 열릴지 모를 방울양배추는 방과 붙은 툇마루에 들여 놓았습니다. 

아침저녁으로는 쌀쌀해도 한 낮의 햇볕은 따가운 계절입니다.
이때가 되면 봄이 한 발짝 물러서고 산과 들에는 연둣빛 잎으로 가득한, 청개구리 울고 마당에는 지렁이들이 꿈틀거리는, 밭에는 참외꽃이 피기 시작한다는 계절, 여름의 문턱 절기 ‘입하’입니다. 초여름의 뜻으로 맹하‧초하‧괴하‧유하라고도 부르며, 뻐꾸기 울기 시작하여 콩을 심기 좋은 계절, 채소모종을 옮겨 심는 계절입니다.

연둣빛 새순도 고맙지만
화려한 향기를 내 품는 꽃이 피어야만 진정한 봄인 듯하여 역시 봄은 꽃이라 생각했던 것도 잠깐, 그러고 보니, 주변을 살펴보니 봄 풍경이 벌써 자취를 감추고 있습니다. 흐드러지게 피었던 개나리꽃 대신 푸릇푸릇한 잎사귀가 너울너울 내려오고, 우성산 소나무 사이사이나 모퉁이를 돌면 내려다보던 속눈썹 긴 진달래꽃도 어느새 자취를 감췄습니다.

며칠 사이에 느티나무 잎의 연둣빛이 참으로 곱습니다.
앞산과 옆산이 온통 연두, 연두 세상!
슬슬 달이 차오르는 것을 보면서 거리를 걷는 것만으로도 산책이 됩니다.
특별히 무언가를 생각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일상을 보낼 수 있는 시간, 천천히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보면 어디서부터 오는 풋풋함인지 부드러움인지 다가옵니다.
나의 방울양배추 역시 달빛을 받으면서 쑥쑥 자라는 소리 들리는 듯하고, 어린 고춧대가 달빛에 그림자를 만드는 것처럼 아래층 할머니 합죽합죽 웃는 모습 보기 좋은 계절입니다.   
     <김현락 재능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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