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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사진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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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사진첩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17.04.24 11:52
  • 호수 119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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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기운을 한 입에 ‘봄나물’

나이를 먹어야 제대로 맛을 느낄 수 있는 음식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보기만 해도 입맛을 돋우는 푸른나물을 먹습니다.
꼭꼭 씹을수록 맛이 나는 나물이 있는가 하면, 젓가락으로 떠 올리기만 하여도, 눈으로 훑어보기만 하여도 그 고유의 향으로 맛을 느낄 수 있는 나물입니다. 
 
누군가에게는 구수한 황태구이가 입맛을 돋울 수도 있고, 또 누군가에게는 달착지근하면서도 짭조름한 간장게장이 입맛을 돋울 수도 있지만, 이 계절 대부분의 어르신들에게는 연둣빛 봄나물이 입맛을 돋게 합니다.
어린 시절에는 쓰디쓴 맛에 뱉어 버리거나 입을 돌렸던 나물들이 나이를 먹으면서 그 쌉싸래함과 향에 입맛이 끌립니다. 찬바람이 머물던 마른들판 여기저기에서 삐죽삐죽 나와 자라는 쑥과 냉이와 씀바귀와 민들레 등 봄나물입니다. 

찹쌀가루를 묻힌 냉이와 두릅 튀김,
쑥과 돌미나리를 튀김가루에 살짝 입혀 구워낸 부침개,
달래에 미나리나 어린민들레를 섞어 매콤달콤하게 살살 비빈 나물무침,
뒤꼍 감나무 밑이나 담장 밑에 낮은 자세로 늘 푸르게 피어나는 머위와 두릅은 또 얼마나 푸짐하게 향을 내 놓는지, 입 안 가득 봄이 들어차, 겨우내 쌓아있던 몸 안의 불순물을 삭이기라도 할 듯 상큼한 색과 향이 마구 움직이는 듯합니다.  

향이 강한 탓인지 의외로 봄나물은 궁합 맞는 음식을 찾기 힘들다지만, 냉이와 두릅과 취나물과 씀바귀 등 여러 나물을 섞어, 간장과 식초와 설탕과 물을 넣고 끓여 장아찌를 만듭니다.
며칠을 냉장고에서 숙성시켜도 봄나물 특유의 향은 가시지 않습니다.

나른한 봄날
향긋한 쑥에 된장이나 조개나 그 무엇을 넣어도 잘 어울리는 쑥국을 봄나물장아찌와 곁들인 소박한 한 끼 밥상으로 ,
장아찌 중에서도 가장 귀한 대접을 받는다는 봄나물장아찌로,
향기 있고 힘 있는 봄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김현락 재능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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