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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고 싶은 밤, 맛을 내는 발 ‘새조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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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고 싶은 밤, 맛을 내는 발 ‘새조개’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17.04.17 13:21
  • 호수 119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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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사진첩

2월 말에서 3월 초에 가장 맛이 좋다는 새조개입니다.

새조개를 먹고 난 아침이면 입안이 온통 날개가 달린 것처럼 움찔움찔, 밤새 날다가 떨어지는 꿈을 꾸기도 하였습니다.
겨드랑 밑에서 나 자신도 모르는 날개가 자라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러다가 아무도 모르게 어디론가 훨훨 날아가고 싶은 욕망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러면서 새조개의 달콤한 맛에 빠지곤 하였습니다. 갈색물감을 뿌린 듯 도톰한 고깔모양의 부리가 발인 줄 모르고 먹었습니다.

몸에 비해 상당히 긴 발이 껍질 밖으로 나오면 작은 새의 모양이라서, 새부리와 비슷하게 생겼다 하여 붙여진 이름 새조개, 해방조개라 부르기도 합니다. 닭고기맛과 비슷하다 하여 조합(鳥蛤)이라고도 하지요. 
자산어보에는 작합(雀蛤)이라 하여, 조가비는 두껍고 매끈하며 참새의 빛깔을 지니고 그 무늬가 참새털과 비슷하여 참새가 변하여 된 것은 아닐까 의심스러우며 북쪽 땅에서는 매우 흔하지만 남쪽 땅에서는 희귀하다고 적혀있습니다. 
 
7월~10월에 번식된 조개는 어린 시절에는 연안의 얕은 펄 속을 파고 들어가 서식하다가 성장함에 따라 깊은 곳으로 이동하여 푸른 바닷물과 더불어 삽니다. 겨울이 되면 살이 통통하게 올라 사람들의 입맛을 당기기 시작합니다.
얇은 껍데기는 볼록하여 붙이면 공과 같으며, 껍데기 표면의 우산살처럼 파진 가는 홈에는 보드라운 털이 촘촘하게 붙어 있습니다. 연한 황갈색의 딱딱한 껍질의 안쪽 면은 또 얼마나 고운 홍자색인지, 그 속에서 긴 삼각형처럼 미끈한 발이 흑갈색으로 자라고 있습니다.
사람으로 치면 청년기에 해당하는 시절, 두툼한 발에서는 바다를 닮은 육즙이 죽죽 나오면서 쫀득한 맛을 내기 시작하여 봄꽃들이 막 봉우리를 만들 때, 봄과 겨울이 들쑥날쑥할 때 최고의 맛을 냅니다.

진흙바닥에서 헤엄쳐 멀리까지 움직여 온 발입니다.  
끼룩끼룩 갈매기와 고기잡이 배 말갛게 달군 불을 보며 자라온 발은,
날개가 되지 못하여 서럽다 할까요, 아니면 날지는 못할지언정 하늘을 나는 새의 부리라도 닮아 감사하다 할까요, 새조개의 날개 아닌 발을 들여다봅니다.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듯 오를 듯 꿈틀거립니다.

달빛에 더 하얀 목련꽃잎이 떨어져 내리는 봄밤입니다.
<김현락 재능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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