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4 15:03 (수)
법률은 나의 친구…임상구 / 변호사
상태바
법률은 나의 친구…임상구 / 변호사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17.02.20 18:22
  • 호수 118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민법 제104조 불공정한 법률행위

경기에 게임의 룰이 있듯이 사람들의 거래에 있어서도 법률행위의 룰이 있는데, 큰 틀에서는 ‘페어 플레이(fair play)’하라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민법에서 대원칙 중의 하나로 정한 것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제104조 불공정한 법률행위 규정이고, 이는 제103조에서 정한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의 일례로 해석됩니다. 즉 원래 민법 제103조나 제104조는 다 같이 반사회질서 행위를 규제하기 위한 것으로서 전자가 행위의 객관적인 성질을 기준으로 하여 그것이 반사회 질서적인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면 후자는 행위자의 주관적인 사항까지 참작하여 그 행위가 현저하게 공정을 잃은 것인 여부를 판단한다는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대법원 1965. 11. 23. 선고 65사28 판결).

민법 제104조는 “당사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으로 인하여 현저하게 공정을 잃은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고 정해 놓고 있습니다. 그런데 위 규정을 구성하는 각각의 개념들이 추상적인 관계로 결국엔 아래와 같은 판례를 통해 어떠한 때 무효로 되는지가 구체화됩니다. 불공정한 법률행위는 약자적 지위에 있는 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을 이용한 폭리행위를 규제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는데, 여기에서 ‘궁박’이라 함은 ‘급박한 곤궁’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경제적 원인에 기인할 수도 있고 정신적 또는 심리적 원인에 기인할 수도 있으며, '무경험'이라 함은 일반적인 생활체험의 부족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어느 특정 영역에 있어서의 경험부족이 아니라 거래 일반에 대한 경험부족을 뜻합니다. 이때 당사자가 궁박 또는 무경험의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는 그의 나이와 직업, 교육 및 사회경험의 정도, 재산 상태 및 그가 처한 상황의 절박성의 정도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합니다. 한편, 피해 당사자가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의 상태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상대방 당사자에게 그와 같은 피해 당사자 측의 사정을 알면서 이를 이용하려는 의사, 즉 폭리행위의 악의가 없었다거나 또는 객관적으로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하지 아니한다면 불공정 법률행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8도8577판결 등). 반대로 언뜻 현저한 불균형이 인정되더라도 상대방의 궁박, 경솔, 무경험이 인정되지 않으면 무효로 평가되지 못합니다. 참고로 판례에 따르면 행위자의 부주의를 뜻하는 ‘경솔’은 주로 문제 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사례에서 중요한 부분은 폭리행위자가 헐값에 사들이거나 비싼 값에 파는 등,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있는지 여부인데, 단순히 시가와의 차액 또는 시가와의 배율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시가의 20% 이내로 사거나, 시가의 4~5배에 팔거나 하면 불공정으로 평가될 소지가 큽니다. 이에 각종 개발사업 등과 관련하여 통상적인 보상금이 평당 2,000만 원인데 반해, 알박기로 평당 7,000만 원의 보상금을 타낸 것이 문제된 사안에서 평당 5,000만 원을 초과한 부분은 불공정하다고 평가한 사례가 있습니다(대법원 2010. 7. 15. 선고 2009다50308 판결).

한편, 불공정 여부는 법률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하여야 하고 상대방에게 폭리행위의 악의가 인정되어야 하는데, 일례로 KIKO 통화옵션계약은 계약 이후 외부적 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인하여 계약당사자 일방에게 큰 손실이 발생하고 상대방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큰 이익이 발생하는 구조라고 하더라도, 단순히 콜옵션과 풋옵션의 이론가를 비교하여 그 계약이 불공정하거나 환 헤지(hedge)에 부적합한지를 판단할 수는 없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2다13637 전원합의체 판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