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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의 우아하고 달콤한 유혹 ‘초콜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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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의 우아하고 달콤한 유혹 ‘초콜릿’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16.12.12 20:43
  • 호수 117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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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사진첩

멍 때리며 해바라기를 하다가, 들쑥날쑥 쌓여 있는 책들의 겉 제목만 훑어보다가 하얀 상자를 봅니다. 심심할 때 먹으라고 누군가 보낸 초콜릿입니다. 비닐을 벗기고 뚜껑을 열어 한 알을 입에 넣습니다. 부드러운 감을 입안에서 느끼기도 전에 얼마나 단지 목구멍이, 머리가, 위가 다 화들짝 놀랍니다. 먹다먹다 이렇게 단 초콜릿은 또 처음입니다.
 
초콜릿은 달고, 부드럽고, 살살 녹습니다. 이런 느낌 탓인지 종종 사랑을 고백할 때 많이 사용됩니다.
처음부터 초콜릿 맛이 이랬을까, 초콜릿의 단맛이 계속 떠나지 않고 입안에 머무르니 그런 생각이 듭니다.   
딱딱한 초콜릿의 역사는 이백년이 채 안 되지만, 액체인 초콜릿을 마신 역사는 기원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기원전 1500년경 고대 멕시코에서 처음으로 문명을 형성한 올메크족이 카카오원두를 갈거나 빻아 물에 탄 음료 형태로 먹기 시작한 것이 초콜릿의 시작이었답니다.
중앙아메리카 인디어의 한 부족인 마야족과 멕시코원주민 올메크족들은 카카오나무를 신으로부터 선물 받은 ‘신성한 나무’로 여겼습니다.   

초콜릿의 원료 카카오나무는 흰색에서부터 밝은 노란색으로 다양하게 꽃을 피웁니다. 향기 없는 꽃은 길이가 30센티미터 정도로 크고 럭비공처럼 길쭉한 모양의 열매를 맺습니다. 열매는 맺히는 모양도 특이하여 굵은 줄기에서 혹처럼 솟아납니다.
열매 속 원두는 이름만 들어도 부드럽고 달콤하고 쌉쌀한 매력적인 초콜릿을 만드는 원료가 됩니다.
단단한 껍질 속, 하얀 육질에 둘러싸인 카카오콩을 꺼내 발효를 시키고 껍질을 벗기고, 볶고, 식히는 수많은 물리적‧화학적 과정을 거쳐 초콜릿은 만들어집니다. 
 
마야족과 멕시코 원주민들에게 음료나 약용으로도 귀하게 여겼던 카카오원두는 사람의 심장을, 초콜릿은 인간의 혈액을 상징하였답니다.
원기를 북돋우고 영양을 보충해 주는 카카오 원두는, 화폐로 통용되거나 세금과 공물로 사용될 만큼 귀하고 값이 비쌌기 때문에 초콜릿음료는 지배층의 사치품이나, 혼인이나 성년식 등 주요 의식용으로 소비되었으며, 일반 시민들은 구하기도 어려웠습니다.

콜럼버스에 의해 유럽에 전파된 초콜릿음료는 바로크시대에 널리 퍼지지만, 귀족이나 성직자만이 즐길 수 있는 사치스런 바로크적인 음료였답니다.
17세기경 영국에서의 초콜릿은 남부 가톨릭 귀족층의 음료로, 커피는 북부 프로테스탄트 중산층의 음료로 하루 일과를 시작했습니다.
귀족들은 침대에서 일어나 찬물을 한 컵 마신 후 따뜻한 초콜릿 한 잔을 마시며 우아하게 아침을 장식하였다면, 부르주아 실업가들은 커피로 새벽잠을 털어냈습니다.
초콜릿보다 훨씬 값이 싸고 만들기도 간단한 커피는 중산층 시민계급에 딱 어울리는 음료였지요.
우아한 아침은 시민혁명과 산업혁명을 거치며 대중들에게 전파되었습니다.  커피 역시 신의 선물로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었으므로, 불멸의 경쟁자 초콜릿과 커피는 초콜릿하우스와 커피하우스라는 독특한 문화도 만들게 되었답니다.      

초콜릿하면 달콤하고 부드럽고 단단한 느낌이 떠오르지만, 초콜릿을 만든 사람과 나라에 따라서 다른 맛과 향을 냅니다.
스위스의 최고급 우유를 넣어 만든 밀크초콜릿, 벨기에의 강한 단맛과 부드러운 질감이 특징인 프랄린초콜릿, 이탈리아의 개암을 섞어 만든 부드러운 지앙주아, 프랑스 최고의 카카오콩으로 만든 다크초콜릿 등 세상에는 수도 없이 많은 초콜릿들이 사람들을 유혹합니다.
초콜릿을 최초로 즐겨먹던 마야족과 아즈텍족은 초콜릿이 에너지를 공급해 원기를 회복해주는 강장제로 생각하며, 신의 음식이라 여기기도 했지만 그 이면으로는 최음효과가 있는 저주 받은 음료로도 여겼습니다.
약 또는 독의 두 얼굴을 가진 달콤한 초콜릿의 논쟁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마일드, 블랙, 골드라벨의 가나초콜릿을 한 쪽씩 떼어 먹습니다. 혀로부터 입 안 가득 달고도 부드러운 기운이 퍼집니다. 
왠지 마음이 잠잠할 때, 이런저런 일로 뒤숭숭할 때, 달달하고 부드러운 초콜릿 한 알 입안에 넣고 음미해 보시기 바랍니다.
세상이, 주변이, 내 몸이 확 달달해 질 테니까요.
<김현락 재능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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