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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양에 둥지를 튼 사람들 - 청남면 왕진리 곽성웅·간미숙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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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양에 둥지를 튼 사람들 - 청남면 왕진리 곽성웅·간미숙 씨
  • 이순금 기자
  • 승인 2016.11.22 11:21
  • 호수 117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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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일찍 귀농할 걸 그랬어요”

오늘은 ‘토마토스토리’ 농장을 운영하는 곽성웅(60)·간미숙(54·청남면 왕진리) 씨를 소개한다.

일없이 보내는 시간 아까워
경남 진해와 서울이 고향인 이들은 1983년 결혼했으며, 각각 동양철강 엔지니어와 헤어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일하다 2013년 10월 청양으로 왔다.
비닐하우스를 언덕 위의 하얀 집으로 생각했을 정도로 이들은 농사 문외한이었다. 하지만, 귀농 4년 차인 지금은 14동 약 1만2000여 제곱미터 규모에서 토마토, 멜론, 오이 농사를 짓는 농군이 되었다. 말이 없는 남편을 대신해 부인이 이야기를 전했다.  
“큰 애를 낳고 1990년에 남편이 스리랑카로 발령이 나면서 함께 가 5년간 생활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곳에 가보니 여성들 거의가 일을 하더군요. 그 모습을 보고 귀국해 저도 일을 다시 시작했죠. 결혼 전 화장품 전문점을 운영한 경험이 있어서 이를 토대로 헤어 및 메이크업 등 웨딩사업을 시작했습니다. 20년 정도 운영했고, 그러다 청양으로 온 것입니다.”
이들의 귀농은 간씨의 결정이었다. 서울서 남편을 내조하며 사업도 하던 그가 일을 접고, 남편 발령지인 대전으로 이사 온 것이 계기가 됐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직업이다 보니 자신도 항상 치장을 해야 하는 것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었던 것도 한몫 했다.  
“아이들도 컸고 일도 놓으니 시간을 헛되이 보내게 되더군요. 또 치장에서 벗어나고 싶기도 했죠. 그런 중에 귀농을 접했고, 연암대에서 2달간 합숙하면서 농사 정보를 얻었어요. 농장견학도 다녔고, 수료 후 곳곳의 기술센터와 귀농귀촌센터를 찾아다니며 상담도 했습니다. 그러다 청양을 알게 됐죠. 우리 아이들에게 시골을 선물하고 싶은 마음도 컸어요. 가끔씩이라도 도시를 벗어나 농촌을 경험할 수 있도록요.”
 
재능기부로 주민들과 친분 쌓아
귀농한 이들은 우선 청남면 왕진리에서 생활하며 주민들과 친분을 쌓는데 주력했다. 간씨의 헤어 및 메이크업 기술은 주민들과 친해지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상견례 등 희소식이 있을 때면 달려가 예쁘게 치장을 해 주는 재능기부를 한 것이다.
“6개월 정도 친분 쌓으며 시범적으로 하우스 2동에서 시금치 농사를 지어 이웃과 나눠먹었고, 거기서 용기를 얻어 농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죠. 이장님께서 땅도 소개해 주셨고요.”
이장의 소개로 이들이 처음 구입한 땅은 논 8000여 제곱미터. 이곳에 하우스 8동을 지었고 2014년 6월 대추토마토를 심어 약 2000만 원을, 2015년에는 1억여 원의 매출을 올렸다.
“초보인 이유도 있지만 농민들께서 여름 토마토가 힘들다고 하더군요. 때문에 첫해 수확이 많지 않았던 것이죠. 다음부터는 가을에 심어 봄에 수확했고, 이모작으로 멜론도 함께했어요. 그랬더니 2015년에 소득이 오르더군요. 얼마 전 논 4000여 제곱미터를 더 임대했어요. 하우스 6동 규모입니다. 이곳 4동에는 오이를 심어 수확하고 있어요. 2동에는 고추농사를 지어 대형마트에 납품했고요. 농사가 생각보다 투자비가 많이 들더군요. 투자비를 회수하려면 계속 열심히 일해야 할 것 같습니다.”

품질 좋은 토마토 생산 노력
이들은 다른 귀농인들과 달리 부인이 8개월 먼저 귀농했다. 또 처음부터 각자 역할을 확실히 정했다. 남편은 농장운영, 부인은 홍보를 맡았다.
“남편은 농장전담, 저는 홍보와 귀농 강사를 맡고 있어요. 여자가 먼저 귀농한 사례는 많지 않답니다. 그래서인지 모두들 예쁘게 봐주시고, 강사로 많이 추천해 주셨습니다. 2015년부터 강의를 시작했고, 제 강의를 듣고 귀농했다는 분도 많이 계시더라고요. 그럴 때 뿌듯하죠. 청양군이 귀농 모델이라고 적극 홍보합니다. 아직도 현지인과 귀농인간 벽은 있어요. 서로의 입장 잘 생각하면서 조금씩만 양보하면 어울려 잘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는 예비 귀농인들에게 ‘예전에 내가 어떤 일을 했는데’라는 생각은 버리고, ‘절대 측량하지 말라’고 말한단다. 원주민과의 불협화음은 이런 데서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맛좋은 건강 토마토 생산에 더욱 주력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또 좀 더 일찍 귀농하지 못해 안타깝다며, 자녀들이 귀농을 원하면 언제든 밀어줄 의향이 있다고도 전했다.
“직장인인 사위에게 농사짓고 싶으면 언제든 오라고 했더니 ‘정말이세요’ 하더군요. 저는  싫어요 할 줄 알았거든요. 퇴직 후 할 일이 정해져 있는 사람들은 당당히 일한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그런 기반을 만들어주고 싶어요. 귀농 멘토가 되고 싶습니다.”
농사 문외한에서 농사 전문가가 돼 가고 있는 곽성웅·간미숙씨의 농촌생활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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