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4 15:03 (수)
아주 먼 곳으로 가신 형님
상태바
아주 먼 곳으로 가신 형님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16.10.31 14:12
  • 호수 117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임용만/ 정산면 서정리

제 형님이 얼마 전 아주 먼 곳으로 떠나셨습니다.
형님은 정산면 서정리 122번지에서 태어나 고향 땅을 지키며 농사일을 하셨습니다. 동네의 궂은일을 도맡아 하시고 초상집 상여 요령도 자주 울리셨는데, 이제 손짓을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며칠 있으면 회갑이 되는 날이어서 가족 친지들과 좋은 시간을 가지려고 식당에 식사 주문까지 해놓았는데, 정말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형님은 10년 전인 2006년 8월 11일, 대여해 준 농약 살포 장비를 수거하던 중 오전에 쓰러지셨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발견되기 어려운 곳이어서 온종일 땡볕을 받으며 사경을 헤맸습니다. 어둡도록 귀가하지 않으시니 가족들은 그제야 캄캄한 들판으로 형님을 찾아 나섰습니다.

평소 형님이 다니시던 논을 모조리 찾아다녔지만 허사였습니다. 포기하고 돌아오는 길에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외진 곳에서 형님의 경운기를 발견하고 부리나케 뛰어 갔습니다. 경운기 옆에 쓰러진 형님은 신음소리마저 미약했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119에 신고하여 병원으로 모셨습니다.
병원에서는 형님을 발견한 것이 너무 늦었고 상태가 악화돼 차후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힘들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그 후 형님은 10년 동안 집과 요양원을 오가며 생활을 해야 했습니다. 결국 요양병원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8월 26일 새벽 2시 25분 형님은 끝내 돌아가셨습니다.

어느 장례식장에 모실까 결정하려고 두세 번 가족들과 의논했습니다. 외지에서 오는 문상객들의 편의를 위해 공주 쪽 장례식장을 잡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가족들을 설득해서 청양지역에 있는 장례식장을 선택했습니다. 장례식장 측은 지역 조합원들에게 시설 사용료 50% 감면혜택을 주었습니다. 또한 직원들이 모두 친절해서 형님 상사를 무사히 치렀습니다. 도움 주신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형님, 오늘은 형님 사시던 땅이 가을비에 젖고 있습니다. 땅도 형님의 유고를 슬퍼하는 듯 보입니다. 부디 저 세상에서는 복되고 안락한 삶을 누리시길 빕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