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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도시재생사업의 성패를 가르나?…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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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도시재생사업의 성패를 가르나?…②
  • 이진수 기자
  • 승인 2016.10.24 10:58
  • 호수 117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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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역사·건축 집중조명…경쟁력 강화

“지역에 대한 관심과 ‘숨은 가치의 재발견’ 그 접점 사이에 골목이 있습니다. 콘크리트 빌딩이 숲을 이루는 도시에서 누구나 손쉽게 정감을 느낄 수 있는 장소, 그곳이 골목입니다. 골목에 스민 과거의 역사와 삶의 정취는 고리타분하고 죽은 역사가 아닙니다. 도시 정체성의 기반이 될 수 있는 숨어 있는 원석입니다. 그것은 나아가 우리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소중한 유산이기도 합니다.

지난 2012년 ‘근대露의 여행 골목’이라는 책자를 발간하면서 대구광역시 윤순영 중구청장이 쓴 서문의 일부이다. 예술기획자 출신인 윤 구청장은 지난 11일 기자들과 만났을 때도 대구 ‘근대골목’에 대해 1시간 동안 원고도 없이 완벽하게 브리핑할 정도로 깊은 애정과 식견을 보였다.

윤 구청장은 중구의 골목에 독특한 역사와 문화가 녹아 있다는 것에 관심을 가졌다. 아무짝에도 소용이 없어 보이는 허름하고 너저분한 골목들이 실은 대구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중요한 기반이라는 것을 인식했다.
그와 주민들, 전문가들, 중구청 공무원들은 끊임없는 소통과 고민 속에서 골목 구석구석에 남아 있는 역사와 문화를 찾아내고, 여기에 이야기를 입혀 ‘상품’으로 내놓았다.

중구에는 1907년 대구읍성 철거 전후를 중심으로 한 격동의 근현대사와 인물들이 집중되어 있다. 대구읍성을 비롯해 계산성당, 제일교회, 선교사 주택, 이상화 고택, 화교 소학교 등의 근대 건축물과 3·1만세운동길, 약전골목과 진골목, 화교 거리와 뽕나무 골목 등 무수한 골목들이 20세기 초까지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된 이후 큰 파괴나 변형 없이 본래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는 보기 드문 역사적 자산이라는 평가의 원천이 되고 있다.

근대 역사를 고스란히 이야기로 담아낸 근대골목은 대구 골목투어의 핵심 거점이며, 근대문화공간 디자인개선사업(2007~2009년)을 계기로 만들어진 명소이다.
근대골목은 문화체육관광부 ‘2012 한국관광의 별’, 2012~2013년 ‘한국관광 100선’, ‘2013 지역문화브랜드대상’ 수상, 2014년 ‘걷기 좋은 길’에 선정됐고, 유엔-해비타트(UN-HABATAT) 후쿠오카본부와 아시아해비타트협회에서 주최한 ‘2014 아시아 도시경관 대상’을 수상했다.

대구시 중구의 보물 ‘골목길’
중구에는 모두 5개 코스의 골목길이 있다.

▲ 대구 근대로(露)는 낡은 건물을 함부로 헐지 않는다. 오히려 전문가의 고증과 보강사업을 통해 새롭게 탄생시키고 있다.
1코스 경상감영길은 대구시 북성로와 서성로를 중심으로 ‘달구벌’(대구의 옛 이름)의 그때 그 시절을 주제로 엮은 길이다. 전체 길이 3.25㎞로 천천히 걸어 2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달구벌의 기원과 조선시대 행정중심도시로서의 모습, 근대 상업발전의 근간 등 흘러간 시대의 변천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2코스 근대문화골목은 근대문화의 발자취를 주제로 한 길이다. 길이 1.64㎞의 비교적 짧은 코스이지만, 볼거리가 많다. 다 돌아보려면 2시간 정도 걸리며, 대구의 골목투어를 전국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인기 코스다. 동산 청라언덕, 선교사주택, 만세운동길, 계산성당, 제일교회, 민족시인 이상화와 국채보상운동을 주창한 서상돈의 고택, 근대문화체험관인 계산예가, 조선에 귀화한 중국인 두사충의 뽕나무 골목, 4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약령시, 한의약박물관, 조선의 과거길 영남대로, 에코한방웰빙체험관, 옛 대구의 번화가 종로, 화교소학교, 진골목(긴 골목)으로 이어진다.

3코스 패션한방길은 동성로와 남성로를 중심으로 엮은 길이다. 길이 2.65㎞로 2시간 정도 소요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약령시가 있었던 약전골목, 교동귀금속거리, 주얼리 제조 및 판매처가 한 건물에 있어 관람·체험·쇼핑이 가능한 주얼리타운, 대구 최고의 번화가 동성로, 교동 귀금속거리, 전국 3대 재래시장의 하나인 서문시장을 볼 수 있다.  

4코스 삼덕봉산문화길은 젊음과 예술을 주제로 한 길이다. 전체 길이 4.95㎞로 다섯 코스 중 가장 길며, 둘러보는 데 3시간 정도가 걸린다. 서상돈이 주창하여 전개된 국채보상운동을 기념하는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일본식 건축사찰 관음사, 마을 주민들의 자발적인 담장 허물기 운동으로 유명해진 삼덕동 거리, 예술가들이 터를 잡은 방천시장, 가수 김광석을 주제로 한 벽화와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 대구의 인사동 봉산문화거리, 건들바위, 대구향교 등을 둘러볼 수 있다.

5코스 남산 100년 향수길은 남산, 종교, 인쇄골목을 만날 수 있는 코스로 2.12㎞ 길이에 1시간 40분 정도 소요된다. 천주교순교사적지 관덕정순교기념관, 제일교회의 전신인 남성정교회에서 분립한 남산교회, 경상도관찰사의 선정을 기념하는 비석을 보존하고 유학을 강학하는 장소였던 상덕사(문우관), 유럽풍 건축물 성유스티노신학교, 프랑스 루르드 성모동굴을 본떠 만든 성모당, 로마네스크와 고딕양식의 샬트르성바오로수녀원 등 이국적인 건축물과 불교, 기독교, 천주교, 유교 등 다양한 문화를 두루 살펴볼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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