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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근과 회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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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근과 회피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16.10.04 11:44
  • 호수 116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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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은 나의 친구…임상구 / 변호사

사람의 내면이나 각종 사회현상 등을 탐구할 때, 또는 어떠한 제도를 구상할 때, 이분법적인 접근방법은 사고(思考)를 간명히 할 수 있게 해주는 차원에서 의미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인류는 해와 달, 육지와 바다, 남성과 여성이 있음을 인식해 왔고 이에 양과 음, +와 -, 현세와 내세를 착안해냈습니다. 아울러 세상에는 선과 악, 정의와 부정이 존재하며 사람의 맘속에는 이상과 현실이 갈등하고 있습니다. 사회나 인간을 탐구할 때에도 외향과 내향, 적극과 소극, 객관과 주관, 자유와 통제, 발전과 퇴보, 진보와 보수 등 상반된 두 가지 준거 틀을 이리저리 섞어 그래프를 그리고 좌표를 설정하곤 합니다.

이러한 흐름에서 미국의 한 행동주의 심리학자는 인간의 동기를 ‘접근’과 ‘회피’로 구분하여 설명하고 있습니다. ‘접근동기’는 무언가 좋은 것을 얻거나 그것에 가까워지기 위해 행위를 하고, ‘회피동기’는 무언가 좋지 않은 것으로부터 벗어나거나 물러서기 위해 행위를 하게끔 만든다고 합니다.
여행의 목적이 누군가에겐 모험을 즐기고자 하는 접근일 수도 있고, 다른 이에겐 답답한 일에서 벗어나기 위한 회피일 수도 있습니다. 공부나 일의 목적이 누군가에게는 성취에 대한 접근일수도 있고, 다른 이에겐 질책이나 불안에서 벗어나려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인간의 행동이나 사회를 설명할 때 어느 한가지만으로 설명되는 일은 없습니다. 음(陰) 속의 양(陽)인 아니무스(animus)나 양 속의 음인 아니마(anima)가 흔한 것처럼, 여행은 모험이자 도피이며, 공부나 일 또한 성취이자 불안의 해소이기도 하며, 각종 제도 또한 접근과 회피가 뒤섞여 있습니다.

법제도는 이상사회에 근접하기 위하여 개별적인 이익·불이익을 조정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상적인 법’이란, 시대나 국가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국민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인 생존이나 안전을 보장하면서 나아가 공익에 대한 위험이나 악결과를 방지하고(회피) 구성원 모두의 복리를 추구하여(접근) 행복하고 안전한 사회가 되도록 하는 것일 것입니다. 이처럼 법 또한 접근과 회피를 기준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간혹 부모들은 공부하지 않는 자녀에게 ‘너, 다음 기말고사에서 90점 이상 받지 않으면 1점 모자랄 때마다 회초리 한 대씩이다.’, ‘너 이렇게 놀기만 하면 옆집 형처럼 된다.’고 하여 주로 회피동기를 자극합니다(사전통제). 그리고 막상 자녀가 50점 받아오는 대지진·쓰나미 같은 악결과가 발생하면 ‘너, 내가 사전에 미리 경고를 했고 너 공부시키려고 학원도 몇 군데나 보내줬지. 그래서 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나쁜 결과의 발생을 예견하고 이를 회피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고의 또는 과실로 성실하게 공부할 의무를 다 하지 아니한 관계로 이 지경이 된 거다[예견가능성, 회피가능성 판단]. 회초리 감경 없이 부과하고, 정신적 충격에 따른 위자료도 받아야겠다. 용돈 압수’라는 식으로 처리하였지요(사후통제). 법도 대략 이와 같은 인간이나 집단의 회피동기를 중심으로 사전통제와 사후통제를 하고 있는 것이라 보면 됩니다. 아니면 어떤 부모들은 소위 ‘채찍과 당근’의 비유에 따라 칭찬이나 상으로 자녀들의 접근동기를 활성화시키기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이와 같은 맥락에서 각종 상훈이나 지원금, 혜택 등으로 접근동기를 유발하는 법률도 많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어떤 부모들은 ‘막내야, 요즘 다른 친구들은 웬만하면 90점 이상씩 받아오는데 너만 뒤쳐진 것 같아 힘들지? 엄마아빠가 배우지도 못했고 학원도 못 보내줘서 미안해. 그렇지만 인생 사는데 공부는 중요한 과업인 만큼 네가 이번에 70점이라도 받아오면 좋겠구나.’라고 말하기도 할 것입니다. 이렇게 하여 막내가 정신 차리고 공부에 매진했다면 접근동기의 부여가 제대로 이루어진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와 같이 되려면 가족이란 공동체 내부의 ‘교감’과 ‘신뢰’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각각의 국가는 부모와 같아서 그 국가의 국민들은 부유한 집 또는 가난한 집 아이들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밖에서는 비교당하고 무시 받을 수도 있겠지만, 안에서 부모들이 큰 놈·작은 놈, 잘난 놈·못난 놈 불합리한 차등을 두어서는 안 됩니다. 거시와 미시가 맞닿아 있고 작은 사회가 큰 사회를 이룬다는 사실을 아신다면, 나라가 유전무죄 무전유죄, 유권무죄 무권유죄로 국민에게 신뢰를 잃어서는 안 되는 것처럼 부모 또한 같은 이유로 아이들로부터 신뢰를 잃어서는 안 됩니다. 또한 사랑받은 자가 사랑을 베풀 줄 안다는 말처럼 나라가 부모들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아야 부모들 또한 아이들에게 신뢰를 주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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