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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 활성화를 위한 제언…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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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 활성화를 위한 제언…①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16.09.12 14:44
  • 호수 116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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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돈곤/ 충남도 자치행정국장

인류 역사상 국가와 시장의 발견은 기념비적인 사건이었다.
제국주의와 1‧2차 대전을 경험하며 인류는 국가와 민족이라는 보편적인 공동체 생활양식을 선택했다. 만인과 만인이 투쟁하는 자연 상태에서는 개개인의 생명과 재산을 보장하기 어려운 만큼 국가가 대신해 평화와 안전을 지키겠다는 발상이다.

여기에 더해 시장도 인류 발전의 주요 축을 차지했다. 분업에 기초한 자유롭고 공정한 교환 관계는 생산성을 극적으로 끌어올려 인류를 궁핍에서 구제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러한 전망 속에 지난 20세기는 국가와 시장을 삶의 중심으로 삼던 시대였다.

대한민국 또한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이라는 역사적 불운의 시대를 극복하기 위해 강한 국가와 시장 건설에 집중했다.
국가를 위해 국민들은 희생을 아끼지 않았다. 시장에서 노동력이 값싸게 취급돼도 인내하며 참고 견뎠다. 사람보다 돈의 가치가, 연대보다 경쟁의 원리가 사회 우선순위로 변한다 해도 불평 한마디 없었다. 당장 자신들은 힘들고 배고프더라도 어떻게든 비루한 시대적 상황을 극복하고 자식들에게 제대로 된 세상을 물려주겠다는 각오였다.

결과는 긍정적이었다. 선배 세대의 희생을 바탕으로 우리는 국제사회에 우뚝 섰다.
국민소득은 3만 달러에 도달했고 국가 경제력도 세계 11위에 올랐으며 세계 시장에서도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인적‧물적 역량도 갖췄다.
하지만 왜일까. 부모세대들이 그토록 고대하던 제대로 된 삶이 자식들에게 아직 멀기만 하다.

아니 오히려 우리 삶에서 풀리지 않는 문제들은 더욱 많아졌다. 메르스를 비롯해 구제역과 세월호 등 국가적 재난은 물론 미세먼지와 환경 위기, 저성장과 실업, 저출산과 고령화, 자살률 1위, 결혼과 출산의 포기, 흙수저와 헬조선 신조어 탄생 등에 이르기까지 말 그대로 곳곳에 절망이 넘쳐난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들이 진정 원하는 삶은 뒷전이 됐고, 더 나아가 우리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도 모호해지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내 삶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의 원리가 작동하지 않은 이유다.

20세기 국가와 시장이라는 두 개의 기획이 이제 한계에 달했다. 일단 생존의 문제는 해소됐으나, 여전히 삶의 문제는 풀리지 않고 있다. 오히려 강한 국가와 고삐 풀린 자본의 힘은 사회를 양극화로 분할하고 억압과 차별을 생산하는 폭력의 구조로 고착화되는 현실이다.
국가와 시장의 신화가 무너지는 오늘날 대안은 무엇인가. 다시 주민자치를 되돌아 봐야할 이유다.

충남도는 주민자치에 사활을 걸었다. 주민자치는 거창한 이야기가 아니다. 공동체 한 사람 한 사람이 주인으로서 자신의 감정과 자존감을 지키자는 기획이다.
동시에 우리의 삶이 단순히 경쟁과 자본의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 합의하고 규정한 원칙에 따라 보전되는 가능성을 모색하자는 것이다.
또 국가와 시장이 보장해 주지 못하는 대표성과 공정성의 원리를 확보하려는 치열한 전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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