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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와 지역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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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와 지역언론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16.08.26 19:23
  • 호수 116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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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호순/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인간이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것 중 하나가 뉴스이다. 인간은 혼자서만 살 수 있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크게 두 가지 기준으로 뉴스를 이용한다. 사람과 장소이다. 우선 자기와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에 관한 뉴스이다.
인간이 뉴스를 선택하는 또 다른 기준은 장소이다. 살고 있는 마을이나 지역이나 국가에 발생되는 뉴스에 먼저 주목한다. 인간이 행복하고 평화롭게 살려면 누구와 함께 사느냐 못지않게 어디서 사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은 보다 살기 좋은 지역으로 이주하고 자신들이 정착한 지역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예의주시한다.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인간은 필요한 뉴스를 신속하게 편리하게 입수할 수 있게 되었다. 가족들과는 전화나 카톡, 페이스북 등으로 끊임없이 안부를 묻고 산다.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소식들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입수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러한 뉴스의 포화시대에도 한 가지 부족한 뉴스가 있다. 자기 지역, 즉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사회의 뉴스이다. 지역사회는 자신의 거주지와 직장 또는 학교가 있는 지역이다. 대부분의 지역사회는 1시간 이내로 닿을 수 있는 넓이로, 인간은 그곳에서 삶의 터전을 잡고 살아간다. 어울리는 사람들 대다수가 같은 지역사회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같은 지역사회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지역명칭 외에 많은 것을 공유한다. 정치행정, 경제, 교육, 교통, 문화, 치안, 여가 등 인간의 삶에 필수적인 조건들을 함께 한다.

각각의 지역사회는 독립된 공동운명체이다. 각각의 지역사회가 당면한 문제는 해당 지역사회에서 주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나의 문제를 남이 해결해 줄 수 없듯이, 내 가족의 문제를 다른 가족이 해결해 줄 수 없듯이, 내 지역사회의 문제를 다른 지역사회가 해결해주지 않는다. 현재 사드 미사일 배치 문제로 고통을 겪고 있는 지역사회는 경북 성주이고, 근접한 경북 김천을 제외한 다른 지역사회는 큰 관심이 없다. 울산과 통영과 거제시는 조선업의 불황으로 심각한 실업문제에 직면했지만, 해당 지역 밖에서는 걱정거리 이상이 아니다.

독립된 공동운명체인 지역사회가 그 구성원의 안전과 행복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그 지역사회에서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고, 어떻게 살고 있고, 어떤 일이 벌어지고, 어떤 문제가 있는지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상호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자기 지역의 뉴스를 제공해주고, 자기 지역사람들끼리 정보와 의견을 교환할 수 있게 해주는 지역언론이 있어야 한다. 국가차원에서 언론이 필요한 것 이상으로, 지역차원에도 언론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언론은 전국단위 언론이 주도하고 있다. 신문도 그렇고 방송도 그렇고 인터넷도 그렇다. 지역신문과 지역방송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 광역시도 행정구역 단위로 뉴스를 제작해서, 독자나 시청자 입장에선 자기 지역 뉴스를 찾아보기 힘들다. 말만 지역언론이지 자기 지역의 언론은 아닌 것이다.

현재 유일하게 자기 지역의 언론기능을 발휘하고 있는 매체가 지역주간신문이다. 전국에서 발행되는 지역주간신문의 숫자는 무려 600여개에 달한다. 각 시군구 마다 2-3개 이상이 발행된다. 그러나 지역주간신문을 읽는 사람들은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1%도 되지 않는다. 작년 한국언론진흥재단 조사에 따르면, 지역주간신문의 열독자 비율은 응답자의 0.9%로, 전국종합지 69.2%, 지역일간지 7.8%에 비해 크게 낮았다. 그러다보니 지역주간신문은 매출액이나 종사자 규모에서 매우 영세하다.
살기 좋은 지역사회가 되려면 그 지역사회에 필요한 지역뉴스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그 지역을 대표하는 지역언론매체가 존재해야 한다. 지역사회에 필요한 뉴스를 그 지역사회 사람들이 만들고 이용해야 한다. 그래야 살기 좋은 지역사회가 되고, 그래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행복하고 평화롭게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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