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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은 나의 친구…임상구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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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은 나의 친구…임상구 / 변호사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16.08.22 13:48
  • 호수 116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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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시효

수년 전 ‘책값 추심 사기’가 기승을 부릴 때가 있었습니다. “7년 전에 당신이 교재와 문학전집을 구입했는데 아직도 대금 30만 원이 미결제되었다. 7년치 연체이자 포함해서 2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전화가 오거나 독촉장이 날아오는 것이었습니다. 막상 연락을 받은 상당수의 당사자들은 기억도 못하거나 이미 지급한 돈으로 알고 있는데, 추심업자는 자필 계약서가 있고 미납이 확실하다며 생떼를 쓰곤 했습니다. 그 당시 일반인들에게 널리 퍼진 법률상식으로 상사시효 5년, 상인의 판매대금 시효 3년이라는 것이었지요. 예전에도 소멸시효나 취득시효에 관하여 소개드린 바 있는데, 시효란 법적 안정성, 증거소멸에 따른 채무자보호, 권리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하지 않는다는 법이념 등을 고려하여 시간의 흐름(時)에 권리의 소멸이나 취득에 관한 효력(效)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이번 호에서는 그중에서도 소송실무에서 복병처럼 등장하는 상사시효에 관하여 설명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일반 채권 및 판결금채권의 시효가 10년(민법 제162조 제1항, 제165조)이라는 점은 대략 알고 계실 것입니다. 다만 ①숙박료·식대·동산임대료 채권 등은 1년의 단기시효가 ②1년 이내 기간으로 지급하기로 한 이자·급료·사용료 및 치료비, 공사대금, 생산자 및 상인이 판매한 생산물 및 상품의 대가 관련 채권 등은 3년의 단기소멸시효가 적용됩니다. 다만 단기시효에 적용되지 않고 일반 10년의 시효가 적용되는 채권 중에서 상사채권은 대량, 정형, 신속이라는 상거래 관계 특유의 성질을 감안하여 5년의 시효가 적용됩니다(상법 제64조).

앞서 본 것처럼 공사대금, 물품대금채권의 시효가 3년임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에 상사시효가 쟁점이 되는 부분은 주로 대여금이나 부당이득금 등 일반 채권에 해당되는 것들입니다. 또한 상사시효는 쌍방 상인인 경우 이외에 어느 일방이 상인인 일방적 상행위에도 적용되며, 의제상인인 경우, 보조적 상행위인 경우에도 적용됩니다. 더 나아가 채권자가 상인인 경우뿐 아니라 채무자가 상인인 경우에도 적용된다는 점에서 일반인으로서는 상사시효 적용여부에 관하여 파악하기 곤란한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판례를 인용하자면 이렇습니다. “당사자 일방에 대해서만 상행위에 해당하는 행위로 인한 채권도 상법 제64조 소정의 5년의 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되는 상사채권에 해당하는 것이고, 그 상행위에는 상법 제46조 각 호에 해당하는 기본적 상행위뿐만 아니라, 상인이 영업을 위하여 하는 보조적 상행위도 포함되는 것이며, 상인의 행위는 영업을 위하여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상법 제47조 제2항). 또한 상법은 점포 기타 유사한 설비에 의하여 상인적 방법으로 영업을 하는 자는 상행위를 하지 아니하더라도 상인으로 보고 있으므로(제5조 제1항), 제5조 제1항에 의한 의제상인의 행위에 대하여도 상사소멸시효 등 상행위에 관한 통칙 규정이 준용된다(제66조).” 더 나아가 ‘상인’의 개념에 관하여 상인은 자기 명의로 상행위를 하는 자를 의미하는데, 여기서 ‘자기 명의’란 상행위로부터 생기는 권리의무의 귀속주체로 된다는 뜻으로서 실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므로, 행정관청에 대한 인ㆍ허가 명의나 국세청에 신고한 사업자등록상의 명의와 실제 영업상의 주체가 다를 경우 후자가 상인이 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상인이 영업을 하던 중 타인으로부터 영업(사업)자금을 조달하기 위하여 한 자금차입행위는 영업을 위하여 한 보조적 상행위에 속하고, 개업을 목적으로 사업자금을 빌리더라도 당시 차주가 아직 상인은 아니지만 의제상인으로 볼 수 있어 해당 대여금채권의 시효는 5년이 되는 것입니다. 차주입장에서 사업자금 차입이 아니더라도 돈을 빌려준 자가 상인이라면 상사시효가 적용될 수도 있는데, 그 이유는 상인의 행위는 영업을 위하여 하는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입니다(상법 제47조 제2항). 이에 금품대여자의 영업이 여신업무를 내용으로 하지 아니하는 부동산중개업자 등이라고 하여 상행위 추정이 번복될 수는 없습니다(대법원 1995. 4. 21. 선고 94다36643 판결 참조). 더 나아가 상사채권에는 상행위로 인하여 직접 발생한 채권 외에 그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채권, 계약의 해제로 인한 원상회복청구권 등 그와 실질적동일성을 가지는 채권도 포함됩니다. 최근 기획소송 중 하나인 ‘분양전환임대아파트의 분양가격 관련 부당이득금 소송’에서 하급심 판례들이 그 시효기간을 10년, 5년으로 일관되지 않게 판단했던 것을 대법원에서 상사시효가 적용된다고 판단하기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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