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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권력 남용을 대하는 정부의 다른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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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권력 남용을 대하는 정부의 다른 시선
  • 충남지역언론연합 심규상 기자
  • 승인 2016.08.22 11:25
  • 호수 116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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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은 ‘사과’…박 대통령은 문책도 없어
▲ 전국농민회총연맹 충남도연맹이 지난 17일 오후 충남도경찰청 앞에서 강신명 경찰청장에게 파면장을 전달하는 파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죄드립니다. 유가족 여러분께도 깊은 사죄 말씀을 드리고 아울러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지난 2003년 12월 27일 노무현 대통령이 발표한 대국민 사과문이다. 같은 해 11월 15일 여의도 시위 도중 사망한 고 전용철, 홍덕표 농민의 사인이 경찰의 과잉진압에 의한 것임을 시인한 것이다.

당시 충남 보령에 거주하던 전씨는 농민대회에서 경찰의 방패에 떠밀려 넘어지면서 머리 뒷부분에 충격을 받았다. 또 경찰봉으로 폭행을 당했다. 홍씨는 달아나고 있는 상태에서 경찰의 방패에 얼굴과 뒷목을 폭행당했다.

‘경찰장비사용규칙’에는 방패 날을 세우거나 내리찍는 행위를 금지하고 진압봉도 하체를 위주로 사용하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당시 경찰은 도주하거나 쓰러진 사람들을 방패와 곤봉으로 마구 두들겨 팼다.
노 대통령은 당시 사과문을 통해 “공권력이 정도를 넘어 행사되거나 남용될 경우 국민에게 미치는 피해가 치명적이고 심각하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이 대국민사과를 하자 진압 책임자인 경찰청장은 폭력진압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경찰청장에게 서울지방경찰청장, 서울지방경찰청 차장, 경비부장 등은 경고 조치하고 서울청 기동단장 징계, 각 격대장과 중대장 등 지휘책임자와 실제 가혹 행위를 한 부대원들에 대해서는 불법행위 정도에 따른 징계를 각각 권고했다.
그로부터 꼭 11년 후인 지난해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백남기 농민이 경찰이 직사 살수한 물대포에 맞아 쓰러졌다. 경찰은 칠순의 농민에게 물대포를 조준사격 했다. 경찰은 농민이 쓰러진 이후에도 20초 이상 물대포를 퍼부었다. 가슴 이하 부위를 겨냥하도록 한 살수차 사용규정을 어기고 머리 부분을 포함한 상반신을 겨냥해 물대포를 쐈다.

게다가 경찰은 지침상 ‘직사 살수’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직사 살수를 했다. 경찰관 직무집행법에도 살수차 등 위해성 경찰장비는 ‘최소한도에서 사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
사건이 발생한 지 9개월이 넘었지만, 담당자 문책도 사과도 없다. 오히려 당시 경비를 담당했던 경찰 책임자들은 줄줄이 승진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사과는 물론 경찰청장의 사과조차 없다.

당시 이철성 청와대 치안비서관이 최근 경찰청장으로 내정됐다. 이 내정자는 “당시 시위는 명백한 불법시위”라며 “잘잘못은 검찰 조사에서 밝혀질 것”이라는 말로 백남기 농민에 대한 사과 요구를 거부했다. 사건의 원인과 책임을 농민들의 불법시위로 한정한 것이다.

반면 가해 경찰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백남기 대책위에 따르면, 백남기 농민에게 물대포를 쏘게 한 인물은 당시 서린교차로 근처 담당 책임자인 전 제4기동단장 총경 신윤균 현 서울영등포경찰서장으로 밝혀졌다. 물대포를 직사 살수한 경찰은 충남도경찰청 소속으로 확인됐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충남도연맹은 직사 살수 경찰이 충남경찰로 드러난 지난 1월부터 강신명 경찰청장의 사과와 파면, 살인진압 직접 가해자인 충남 경찰 구속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17일 오후에는 충남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거듭 사과와 구속을 촉구했다.

충남도경찰청은 “당시 부대동원령에 따라 충남도경찰청에서 살수차와 병력이 민중대회장에 갔지만, 당일 충남청의 병력과 장비는 모두 서울경찰청의 지시에 따라 운용됐다”는 해명만 반복하고 있다.

장명진 전농 충남도연맹 의장은 “법치가 무너졌고 인륜이 사라진 그야말로 헬조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1년 전, 고 전용철, 홍덕표 농민이 경찰에 맞아 사망한 당시에도 정부는 여의도 농민시위를 불법 집회로 규정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대국민사과문을 하면서 사과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공권력은 특수한 권력입니다. 공권력 행사는 어떤 경우에도 냉정하고 침착하게 행사되도록 통제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공권력의 책임은 일반 국민의 책임과는 달리 특별히 무겁게 다루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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