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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은 나의 친구…김보화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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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은 나의 친구…김보화 / 변호사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16.08.16 18:41
  • 호수 116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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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와 사실혼

여름휴가를 맞아 프랑스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파리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에펠탑, 너무 아름다워 독일군 병사가 차마 폭파시키지 못했다는 노트르담 성당, 화려함의 극치인 베르사유 궁전과 수도자의 섬 몽생미셸까지. 정말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프랑스는 한국에서 비행기로 11시간이나 걸릴 만큼 무척 먼 곳인데요, 그래서인지 그들의 사고방식과 삶의 형태도 우리의 그것과는 무척이나 달랐습니다.
단적인 예로, 프랑스 인들은 누구나 사랑을 하고 있지만 모두가 결혼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만난 프랑스 커플 대다수도 –아이가 있는 커플들도- 대부분은 동거중일뿐, 결혼을 한 커플은 드물었습니다. 누군가는 프랑스의 결혼선호도가 낮은 이유로 68혁명(1968년 5월 프랑스 학생과 근로자들이 일으킨 사회변혁운동으로, 미국의 베트남침공에 항의하는 시위로 시작되어 사회제도 전반에 대한 항의시위로 확산됨)이래 결혼제도에 대한 반기를 들기도 하지만, 현지인들의 얘기는 간단했습니다. 동거만으로도 서로를 사랑함에 부족함이 없는데 굳이 왜 결혼을 해야 하는가. 프랑스는 동거 시 ‘팍스(PACS)’라는 계약서를 쓸 수 있는데 이것으로서 결혼과 대등한 공식커플이 되고, 자녀의 법적 보호나 여러 사회적 제도의 보장에서 결혼커플과 대등한 대우를 받으며, 헤어질 때에도 결혼보다 간편하게 재산분할 등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에서 결혼하지 않은 동거커플이 제도적으로 보호받기란 쉽지 않습니다. 법적으로 완전한 보호를 받는 것은 혼인신고를 마친 부부에 한정될 뿐이죠. 다만, 혼인신고를 마치지 않은 동거 중에서도 ‘사실혼’의 경우라면 법률혼에 준하여 일정 정도의 법적 보호를 해주고는 있습니다. 사실혼이란, 당사자 사이에 △주관적으로 혼인의 의사가 있고, △객관적으로도 부부공동생활을 인정할 만한 혼인관계의 실체가 존재하지만, △그에 상응하는 혼인신고를 아직 하지 않은 남녀의 공동생활체를 말합니다. 따라서 간헐적 정교관계만으로는 비록 자식이 있다 하더라도 혼인의사의 합치나 실체가 없어 사실혼이 성립하지 않습니다. 일반 동거커플이 사실혼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 이유입니다.
사실혼이 성립하면 법률혼에 준한 효력이 인정되는데요, △‘신분적’ 효과로는, 당사자 사이에 동거·부양·협조 및 정조의무가 인정되고, 일방 배우자가 사실혼 관계를 부당하게 파기한 때에는 상대배우자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되며, 민법 제752조에서의 배우자 지위가 인정되어 제3자의 불법행위로 일방 배우자가 상해 등을 입게 되면 상대배우자는 제3자에게 위자료 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재산적’ 효과로는, 사실혼 부부의 쌍방은 서로에게 일상가사에 대한 대리권이 있어 그 대리권 행사로 발생한 채무에 대하여는 연대책임을 지게 되며, 부부재산제와 관련된 민법 제830조가 인정되어 사실혼 이전부터 가지고 있던 고유재산과 사실혼 중 자기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각자의 특유재산이 되고, 사실혼관계가 쌍방 생전에 해소되면 이에 따라 재산분할을 하게 됩니다(다만, 상속권은 없으므로 사실혼이 일방의 사망으로 해소되는 경우에는 재산분할청구가 불가합니다). 그 외 각종 연금법상 유족연금을 받을 수 있는 배우자 지위가 인정되기도 합니다.

이처럼 우리나라도 동거 중 사실혼은 법률혼에 준하여 보호되고 있지만 그 외 일반 동거커플에 대한 보호는 사실상 전무합니다. 그런데 현재 대한민국은 계속되는 취업난에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하는 삼포세대가 늘고 있으며, 이에 발맞춰 젊은이들의 인식변화 및 주거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한 결혼을 전제하지 않은 동거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법은 시대의 감정 및 문화를 수반하며 사회를 반영해야 한다는 점에서, 점차 늘어가는 동거에 대한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을 고심해보아야 할 때가 지금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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