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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재생 프로젝트-오래된 풍경으로 미래를 디자인하다 3-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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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재생 프로젝트-오래된 풍경으로 미래를 디자인하다 3-③
  • 이진수 기자
  • 승인 2016.07.29 20:04
  • 호수 116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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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집 그대로 시간이 멈춘 곳 ‘고성 왕곡마을’

청양군은 지난 2015년부터 사업비 39억 2700만 원이 투입되는 ‘청양읍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제2기 균형발전사업 일환으로 구도심 활성화를 도모하는 이 사업은 1970년대 당시의 풍경을 바탕으로 생태하천 복원, 소공원 조성, 도로정비, 주차장 설치 등을 통해 새 관광자원으로의 부상을 꿈꾸고 있다. 하지만, 이 사업이 청양군의 기대대로 새로운 관광자원 및 생활환경 개선의 첨병이 되고 지역의 활기찬 미래를 견인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글 싣는 순서]
1. 청양읍 도시재생사업 추진
2. 도시재생사업의 국외 사례
3. 도시재생사업의 국내 사례
   1) 서울 종로구 이화동 벽화마을
   2) 부산시 기장군 대룡마을
   3) 강원도 고성군 왕곡마을
   4) 충남 태안군 대야도마을
4. 청양읍 도시재생사업의 방향

조선 후기 북방식 주택구조 보존
왕곡마을은 강원도 고성군 죽왕면 오봉1리에 있으며, 조선 후기(18∼19세기)의 한옥을 경쟁력으로 내세워 관광객을 모으는 전통마을이다. 인근에 석호로 유명한 송지호(둘레 4km)가 있으며, 1.5km만 걸으면 ‘옵바위 일출’로 유명한 동해를 만날 수 있다.
왕곡마을의 예전 출입방법은 송지호 서쪽 길을 따라 마을의 남쪽으로 진입하는 것이었으나, 7번국도 개통 이후에는 ‘한고개’를 넘어 마을의 북동쪽으로 진입하는 것이 보편화됐다.
왕곡마을의 역사는 14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려말기 두문동 72현 중의 한 사람인 함부열의 손자 함영근이 이곳에 정착하면서 마을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 조선 후기의 한옥을 경쟁력 삼아 관광객을 모으는 강원도 고성군 왕곡마을.
왕곡마을의 특징은 조선 후기에 건립된 북방식 전통 기와집과 초가집 군락이 원형을 잘 보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방식 주택이 가지고 있는 역사적, 학술적 가치가 인정되어 지난 1988년 전국 최초로 전통건조물 보존지구로 지정됐고, 2000년 1월에는 국가 중요민속자료 제235호로 지정됐다.
왕곡마을의 집들은 마을을 관통하는 개울 양쪽으로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고 있다. 이 마을의 집들은 특히 앞쪽 담이 없다는 특징을 갖고 있는데, 집과 집 사이 비교적 넓은 텃밭으로 경계를 나눈다.
왕곡마을의 집 구조는 대부분 안방, 도장방(부녀자가 거처하는 방), 사랑방, 마루, 부엌이 한 건물 내에 배치되어 있고, 부엌에 가축의 우리가 붙어 있는 ‘ㄱ’자형 겹집구조이다. 이는 조선시대 함경도에서부터 태백산맥 줄기를 따라 강원도 북부지방까지 내려온 산간마을 특유의 형태이다.

각 집에는 대문과 담이 없고 앞마당이 개방돼 있다. 햇볕을 충분히 받고 폭설로 인한 고립을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반면 뒷마당은 비교적 높은 담장으로 둘러싸여 있어 폐쇄적인 구조를 띤다. 겨울철 뒤쪽에서 불어오는 북서풍을 막으면서 여인들의 생활공간임을 배려한 것이다.
현재 왕곡마을에는 20여 채의 기와 건물과 30여 채의 초가 건물이 있는데, 유독 눈에 띄는 것이 ‘항아리굴뚝’이다. 왕곡마을은 집집마다 굴뚝모양이 조금씩 다르다. 진흙과 기와를 한 켜씩 쌓아 올리고 그 위에 항아리를 엎어 놓은 모습을 하고 있다. 이는 굴뚝을 통해 나온 불길이 초가에 옮겨 붙지 않도록 보호하고, 그 열기를 다시 집 내부로 돌려보내기 위한 방편이라고 한다. 항아리굴뚝은 조상들의 슬기가 오롯이 담긴 건축 요소로서, 다양한 형태로 각 집의 개성과 멋을 보여준다.

영화 촬영 유명세와 한옥숙박체험
왕곡마을이 지닌 전통자원의 가치는 영화나 드라마 촬영장소로 활용된 것만 봐도 확연히 느낄 수 있다. 예전에는 ‘TV문학관’이나 ‘배달의 기수’ 등이 이곳에서 촬영됐고, 올해 개봉된 영화 ‘동주’와 2001년 개봉된 ‘파이란’도 이곳에서 찍었다. 2014년에는 미국 방송 NBC가 한식프로그램을 촬영하기 위해 방문하기도 했다.

현재 왕곡마을보존회는 영화 ‘동주’에 등장한 각 건물에 영화의 장면 장면을 담은 사진을 걸어 놓아 방문객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영화의 장소적 배경은 만주의 용정이다. ‘서시’로 유명한 시인 윤동주는 북간도 명동촌에서 태어나 연희전문학교에 입학할 때까지 용정에서 살았다. 흑백 화면에 담긴 왕곡마을은 그 시기 용정의 풍경을 자연스럽게 되살렸다.

이 기획기사는 충남도의 지역언론 지원을 받아 취재·보도합니다.
왕곡마을보존회는 방문객들을 위해 지난 5월부터 전통체험 프로그램인 ‘왕곡마을로 떠나는 생생시간 여행’을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10월까지 매주 토요일 운영된다.
주요 프로그램은 짚풀공예체험, 팽이 만들기, 고누놀이 등 절기별 전통놀이와 고택 마당에서 열리는 왕곡마을 풍류음악회 등이다.
이 마을에서는 한옥숙박체험을 비롯해 다양한 전통놀이를 즐겨볼 수 있다. 영화 ‘동주’에 나온 ‘큰상나말집’ 등 모두 8곳에서 숙박이 가능하다. 비용은 성수기에 5만 원~10만 원이고, 비수기에는 절반 가격이다. 숙박체험객들은 단추 쌩쌩이 만들기, 제기 만들기, 팽이 만들기, 전통 주사위놀이, 짚풀공예를 무료로 해볼 수 있다.

월별 절기 프로그램으로는 5월 대나무 피리 만들기, 6월 단오 부채 만들기, 7월 유두 팔찌 만들기, 8월 한지 발 만들기, 9월 오방 매듭팔찌 만들기, 10~11월 한지 복주머니 만들기 등이 있고, 상설 프로그램으로는 전통의상 체험, 디딜방아·그네 체험, 고누놀이, 윷놀이, 비석치기 등이 있다.
또 먹거리 체험은 유료로 진행되며 떡메치기, 두부 만들기, 한과 만들기 등이 있다.

이 기획기사는 충남도의 지역언론 지원을 받아 취재·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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