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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재생 프로젝트-오래된 풍경으로 미래를 디자인하다 ②-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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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재생 프로젝트-오래된 풍경으로 미래를 디자인하다 ②-3
  • 이진수 기자
  • 승인 2016.07.11 11:19
  • 호수 11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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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화와 관광개발에 잠식당하는 ‘주가각’

현 정부 들어 중점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사업 가운데 하나가 도시재생사업(지역재생사업)이다. 이 사업은 산업구조의 변화 및 신도시·신시가지 위주의 도시 확장 여파에 따라 상대적으로 낙후되고 있는 기존 도시에 새로운 기능을 도입·창출함으로써 경제적·사회적·물리적으로 과거의 부흥기를 되살리는 것을 뜻한다. 다시 말해서 이 사업은 쇠퇴하고 낙후된 구도시를 대상으로,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도시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하여 물리적 정비와 함께 사회적, 경제적 재활성화를 통합적으로 추진하는 일이다.

청양군도 지난 2015년부터 사업비 39억 2700만 원이 투입되는 ‘청양읍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제2기 균형발전사업 일환으로 구도심 활성화를 도모하는 이 사업은 1970년대 당시의 풍경을 바탕으로 생태하천 복원, 소공원 조성, 도로정비, 주차장 설치 등을 통해 새 관광자원으로의 부상을 꿈꾸고 있다. 하지만, 이 사업이 청양군의 기대대로 새로운 관광자원 및 생활환경 개선의 첨병이 되고 지역의 활기찬 미래를 견인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글 싣는 순서]
1. 청양읍 도시재생사업 추진
2. 도시재생사업의 국외 사례
  1) 중국 강남지방의 수향 ‘주장’
  2) 중국 강남지방의 수향 ‘서당’
  3) 중국 강남지방의 수향 ‘주가각’
3. 도시재생사업의 국내 사례
4. 청양읍 도시재생사업의 방향

생명사랑을 생각하게 하는 방생교
상해 중심지에서 자동차로 약 1시간 거리에 있는 주가각은 중국 강남지방에 있는 6대 수향 중에서도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당나라 이전부터 시작된 역사는 명나라 때인 1612년 점차 큰 도시로 발전하면서 주가각이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또 청나라 말기에 이르러 상업이 급속하게 발달했다. 오랜 역사를 가진 만큼 주가각에 있는 건물과 거리 풍경, 9갈래의 운하 등은 방문객들에게 경외와 감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 주가각 중심에 있는 방생교. 약 200년 전에 재축조 됐으며, 길이는 70m를 넘는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시작된 상업화와 관광개발로 옛 모습을 잃어가면서 안타까움을 주기도 한다.
주가각 중심에 북대가라고 불리는 거리가 있다. 북대가에는 명·청 시기의 대표적인 건물들이 집중돼 있다. 현재도 10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골동품 가게와 도자기 가게, 서예용품을 판매하는 가게, 공예품 가게, 음식점 등이 가득하다.

주가각에는 각기 모양이 다른 36개의 다리가 있는데, 그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뽐내는 것이 방생교이다. 방생교는 이름 그대로 생명을 살려주어 덕을 쌓는 다리를 뜻하며, 방생교 아래에서는 물고기를 잡지 못하는데, 명나라 때 성조스님이 정한 규칙이라고 한다. 방생교는 무지개 모양을 본떠 아치형으로 축조됐으며, 길이는 70m를 넘는다. 정교한 조각과 웅장한 규모가 중국 장인들의 지혜와 힘을 느끼게 한다.
방생교 외에도 구봉교, 태안교, 고저교, 과식교, 평안교 등이 거리와 거리, 집과 집을 이으며 사람들의 소통을 돕는다.

또 과식원이라고 부르는 명소는 주가각에서 가장 큰 정원식 건물이다. 수려한 경관과 우아함을 가진 이곳은 마씨 일족의 소유였는데, 과식(課植)은 공부를 하는 중에도 곡식 심는 것을 잊지 말라는 뜻을 담고 있다 한다. 과식원은 건축학적으로 볼 때 집중과 분산이 적당하고 특이한 형태와 정원을 갖고 있어 관상 및 연구가치가 높다.

주가각이 가진 현대화의 그늘
주가각은 몇 개의 별칭을 갖고 있다. ‘동양의 베니스’, ‘중국의 베니스’, ‘상해의 베니스’ 등으로 불린다. 운하 교통과 선상유람의 중심지 역할을 해온 곳이기 때문이다. 또한 주가각의 매력은 강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만에 자리를 잡아 다른 수향마을에 비해 탁 트인 전망과 밝고 경쾌한 분위기를 가졌다는 데에 있었다. 
하지만, 1991년 중국 정부에 의해 ‘중국문화명진’이라는 칭호를 얻고 관광개발이 진행되면서 현대화와 상업화의 그늘을 떠안게 됐다.

<이 기획기사는 충남도의 지역언론 지원을 받아 취재·보도합니다.>
주가각 입구에 들어서기 전 볼 수 있는 신시가지는 외국 자본에 의해 건설이 추진됐다고 한다. 주택단지와 상업단지 조성 초기 대규모 외자 유치에 따른 지역개발의 기대가 컸으나, 투자 중단과 사업 포기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흉하게 방치된 곳이 곳곳에 보인다.
주가각 안으로 들어선 다음에도 마찬가지. 줄줄이 늘어선 기념품 가게들이 고대 수향의 면모를 가리면서 방문객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오래된 풍경은 오래된 채로 보존됐을 때 가치가 있는데, 그를 이용하려는 장삿속에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그렇다 해도 아직 주가각에는 긍정적인 요소가 많이 남아 있다. 주가각은 주장이나 서당과 달리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또 곳곳에서 중국의 전통문화를 접할 수 있고 전통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시간을 조금 더 할애한다면 각각의 다리에 얽힌 전설을 들으며 상상의 세계에 빠질 수 있고, 뱃사공의 노래를 들으며 몇 백 년 전의 문화를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다.

<이 기획기사는 충남도의 지역언론 지원을 받아 취재·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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