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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이웃 – 운곡초등학교 교사 홍사윤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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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이웃 – 운곡초등학교 교사 홍사윤 씨
  • 이순금 기자
  • 승인 2016.07.04 10:39
  • 호수 11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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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클로 140km 출퇴근하는 ‘열혈 교사’

오늘은 대전에서 운곡까지 사이클로 출퇴근하는 홍사윤(43·운곡초등학교 교사) 씨를 소개한다. 그 거리가 장장 왕복 140km, 소요시간은 아침저녁 각각 2시간 씩 총 4시간이다. 먼 거리이고, 위험할 때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이클을 타고 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 홍사윤 교사와 제자들의 모습이 즐겁다.
도전정신 심어주기 위해 시작 
수원이 고향인 그는 공주교육대학교를 졸업하고, 1998년 세종시 연동면에 위치한 연동초교에 첫 발령을 받았다. 현재는 운곡초교에서 3학년 담임을 맡고 있다. 
그가 사이클로 출퇴근을 시작한 것은 공주교대 부설초교에서 6학년 담임을 맡았던 2009년부터였다. 당시 그는 대전에서 출퇴근을 하고 있었다. 또 학생들에게 도전 정신을 가르칠 때였고, 자신의 도전 모습도 보여주고 싶었다.

“모든 운동을 좋아해요. 특히 사이클이 생활 속에서 에너지 절약과 온실가스를 감소시킨다는 생각에 꾸준히 즐겼었죠. 그런 중에 학생들에게 도전을 가르치는 데, 이론만이 아닌 직접 보여주고 싶더군요. 그래서 사이클을 생각했어요”
결심 후 그는 바로 실행에 옮겼다. 거주지였던 대전 대덕구 신성동에서 학교까지 왕복 70km를 사이클로 오간 것이다. 출퇴근에 걸린 시간은 왕복 3시간이었다.

“차로 왕복 1시간이 채 안 되는 거리를 3시간에 걸쳐 오가니 처음에는 힘들더군요.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고, 2년 쯤 지나니 시간이 반으로 줄더군요. 그렇게 계속 탔고, 그러다 2014년 3월 정산초등학교로 발령받아 1년 근무한 후 지난해 3월 운곡초등학교로 왔습니다.”
정산초로 자리를 옮겼을 당시 그는 대전 유성구 노은동 반석마을 5단지로 이사를 했다. 그곳에서 정산초까지는 왕복 100km에 달했다. 또 운곡초로 옮긴 후에도 왕복 140km, 4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사이클로 계속 출퇴근을 했고,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 

후회도 하고 비를 기다린 적도 
그는 오래전부터 마라톤을 해 왔다. 때문에 사이클로 출퇴근하는 것도 자신이 있었단다. 하지만 막상 시작하니 생각 같지 않았고, 처음 몇 달은 너무 힘들어 ‘왜 시작했을까’하고 후회하면서 비를 기다린 적도 많았단다. 비가 오면 사이클을 타지 않아도 됐기 때문이었다. 

“정말 힘들더군요. 그렇지만 포기할 수도 없었죠. 제 자신과의 약속이기도 했으니까요. 다행이었던 것은 하루하루 시간이 흐르다보니 적응이 되고, 속도도 조금씩 빨라진다는 것이었어요.”
이렇게 그는 70km로 시작해 100km, 현재 140km를 사이클로 거뜬히 오가고 있다. 그러다보니 어느 덧 7년째, 이젠 베테랑이 돼 있다. 3년 전부터는 사이클 선수로도 활동한다. 파르마 인터내셔널 ‘에스마노스’ 팀원 중 한 명으로, 장비를 지원해 주는 스폰서도 있다. 

“모든 것은 시간이 해결 해 주는 것 같아요. 모두 감사하죠. 제가 사용하는 사이클의 명칭은 로드 바이크입니다. 지난 7년 동안 총 4대를 교체한 것 같아요. 대회는 3월부터 10월까지 매달 1회 정도 열리고, 팀으로 출전합니다. 사이클이 저는 참 재미있습니다.”

초창기 그는 오해도 많이 받았단다. 당시만 해도 사이클이 일상화가 안 됐었고, 비싼 사이클을 왜 타느냐, 몸에 딱 맞는 유니폼을 입고 출근을 하면 여선생들은 이상한 사람 아니냐, 학부모들은 아이들을 맡겨도 되냐며 오해를 했다는 것.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응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책상에 힘을 낼 수 있는 먹을거리가 놓이는 날이 많아졌단다. 

새벽밥 해 주는 아내 ‘고마워’ 
2011년 그는 큰 사고를 당했다. 사이클을 타고 출근 하던 중 차에 친 것이다. 때문에 한동안 병원 신세를 져야했고, 깁스를 한 채로 통원치료를 하면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당시에는 운전자들이 위협적이었어요. 그러다 사고가 났죠. 이후 가족들이 노심초사했고, 특히 아내가 불안해했습니다. 선수로 활동을 시작한 후 대회에 출전해 임하는 모습을 보고 걱정을 좀 덜하더군요. 위험요소는 항상 있습니다. 하지만 제 사이클 사랑은 계속 될 것 같습니다.”

이처럼 담담하게 이야기를 전하던 홍 교사는 새벽 4시 40분이면 일어나 자신을 위해 아침밥을 지어 주는 아내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단다. 아내 이정림(43)씨도 교사로, 현재 대전에서 근무하고 있다.  
“6시에는 출발해야 학교에 8시에 도착해 수업준비를 할 수 있어요. 그렇다보니 아내가 일찍 일어나 저부터 밥을 챙겨주고, 다음에 아이들 학교 보내고 본인도 출근합니다. 밥을 먹지 않으면 사이클을 못 탑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아내를 고생시키고 있습니다.”

산에 오른 자만이 내려갈 수 있다
이런 이유 때문일까, 그는 운곡초로 온 후부터 이틀에 한 번씩만 사이클로 출퇴근을 한다. 그 외에는 자가용을 이용한다.
“사이클 유지비용도 만만치 않아요. 매달 1500~2000km를 달리니 펑크도 잘나고 부대장비도 많이 필요하죠. 힘도 들고요. 그럼에도 계속 타려는 이유는 자가용은 왕복 2시간이면 오가지만, 그 시간이 저는 죽은 시간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사이클은 살아서 움직이게 하죠. 청양이 대전에서 멀지만 저는 좋아요. 사이클을 탈 수 있으니까요. 청양에 계속 근무하면 좋겠어요.” 

그는 자녀들은 물론 제자들에게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자신이 바라봤던 곳에 갈 수 있다고 말한다. 산에 오른 사람만이 내려갈 수 있는 특권이 있다고도 전한다. 이는 자신이 계속 배우고 있는 과정이기도 하단다.
운곡초등학교 이덕범 교장은 “사이클을 타고 출퇴근하는 모습을 보면서 처음에는 걱정도 많이 했다”며 “하지만 스스로 조심하면서 항상 건강하고 활기찬 모습을 모두에게 보여주고 있다. 아낌없는 응원과 격려를 보내주고 싶다”고 말했다.

사이클을 비롯해 마라톤, 사진, 카레이서까지 많은 것들에 도전했고 앞으로도 도전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홍사윤 교사는 이정림 씨와의 사이에 예은(중2)·현민(초 6) 남매를 두고 있으며, 오늘도 바람을 가르며 사이클로 출퇴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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