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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청양고추’ 기준 재정립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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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청양고추’ 기준 재정립 시급하다
  • 이존구 기자
  • 승인 2016.05.30 15:07
  • 호수 11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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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불만 재배농가 출하기피…축제장 판매 급감

2006년 제7회 청양고추·구기자축제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첫 선을 보인 ‘명품청양고추.’ (이하 명품고추)
명품고추는 출시 첫해 농협이 판매한 일반고추보다 600g당 2000원이 비싼 1만 원이었는데도 4107포(1포 6㎏)나 팔렸다. 반면 10년이 지난 지난해에는 3000원 비싼 1만1000원에 214포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수치만 보면 명품고추의 위상과 판매량이 바닥으로 떨어진 것이다. 원인은 무엇일까?
명품고추는 국내에서 처음 시도된 6차별화 시스템을 통해 탄생했다. 품질 또한 전국에서 최고를 자랑하며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러나 고추·구기자축제추진위원회가 수급조절과 가격결정에 실패함으로써 생산자로부터 외면 받는 신세로 전락했다.

축제추진위원회는 2011년 축제에 앞서 크게 오른 시중의 고추가격을 명품고추 가격에 반영치 못했다. 반대로 2012년에는 명품고추 가격을 너무 비싸게 책정했다. 이에 2013년에는 일반고추와 명품고추의 가격 차이를 얼마로 해야 할지가 화두로 떠올랐다. 당시 농가들은 명품고추 출하를 꺼렸다. 명품고추 선별과정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가고, 남은 고추는 시장에서 홀대를 받는다는 이유에서다.
이처럼 명품고추의 위상은 몇 년 사이 급격하게 흔들렸다. 축제 때마다 수매물량 부족이 판매량 저조로 이어지면서 농가소득 또한 하락 추세를 보였다.
명품고추의 기준 재정립을 비롯해 농가수매 방식과 판매장 운영방식을 새롭게 개선하지 않는 한 청양고추의 명성 붕괴를 가져올 수도 있는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군내 친환경 인증농가 극소수
군내에서 고추 재배농가 중 무농약 또는 유기농으로 인증 받은 농가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올 고추종자 지원사업을 신청한 2440여 농가 중 18명(0.74%)뿐이다.
이는 다른 작목에서도 마찬가지 추세를 보인다. 친환경농산물로 인증 받은 군내 농가수는 2016년 5월 현재 379명에 602건이다.
이 중에서 밤 품목이 191명으로 가장 많다. 한밤협회 청양군지회(회장 명노영)와 유기농칠갑산알밤연구회(회장 장석우), 칠갑산알밤연구회(회장 박천희), 칠갑마루친환경알밤연구회(회장 이중휘) 회원들이다.

뒤를 이어 수도작이 131명이고, 구기자·블루베리 각 30명, 표고버섯 25명, 고사리 23명, 들깨 9명, 마늘·양파·참깨 각 8명, 감자·배추 각 7명, 콩 6명, 서리태 5명, 당근 4명, 방울토마토·상추·쪽파 각 3명 등이 차지한다.
축산물 중에서 무항생제로 인증 받은 농가는 32명. 돼지(식육) 1명 2800두, 산란계(알) 3명 17만8500수, 오리(식육) 3명 6만6200수, 육계(식육) 7명 91만8500수, 한우(식육) 18명 2151두 등이다.
이밖에 GAP인증 농가수는 모두 309명이다. 구기자 203명 108.46톤, 밤 68명 342.88톤, 배 16명 306톤, 표고버섯 12명 449톤, 블루베리 10명 54톤 등이다.

화성 임문환씨 최다 친환경인증
군내에서 친환경농산물로 가장 인증을 많이 받은 사람은 임문환(화성면 수정리) 씨. 그는 재배작물 25개 품목에서 29건을, 그리고 임충환(화성면 기덕리) 씨가 19개 품목 20건, 태경섭(목면 송암리) 씨가 15개 품목 15건으로 뒤를 잇는다.
임문환 씨는 자신이 생산한 친환경농산물을 학교급식에 납품한다. 남은 것이 있으면 친환경농업인연합회와 학교급식 법인 등에 공급한다. 대다수 물량을 제값에 판매하는 것이다. 또한 그의 농산물은 매주 수요일마다 배달하는 학교급식지원센터(센터장 김현식)의 꾸러미사업으로도 납품한다. 관심 있는 사람은 전화(944-0901)로 문의하면 된다.

수정리 친환경농업인을 중심으로 구성된 청양유기농영농조합(대표 서용집)을 통해서는 연중 생산기반시설도 갖출 예정이다. 충남도로부터 유기채소 재배단지 사업자로 선정돼 올해 안으로 준공하며, 조합원들은 12월~3월인 겨울철에도 풋고추 등의 생산체계로 가동하는 방안을 구상하는 중이다.
임문환 씨는 “친환경 농사를 지속하려면 옆집의 논밭에 자란 잡초까지 내 손으로 깎아줘야 한다. 관행농법 시대에 비해 하고자 하는 의지를 몇 배 더 굳게 가져야 하는 이유”라며 “그럼에도 친환경 농사는 소득향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다만, 8년째 농사를 지으면서 직거래처가 하나둘씩 늘어나는 것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친환경이면 풋고추로도 돈 벌어
장평면 미당리 오승균·심순희 씨 부부는 친환경 고추만을 생산한다. 30년 넘게 몸에 익힌 재배기술, 그리고 농부의 경험과 정성을 쏟으면서 품질만큼은 어디다 내놔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한다.
오씨 부부의 고추농사는 땅을 살리는 것부터 시작한다. 고추 정식 전에 퇴비를 많이 줘 땅을 기름지게 하고, 작황에 따라 수분을 조절하면서 친환경 영양제로 품질을 좋게 만든다. 그리고 병해충 서식지인 시설하우스 주변을 제초작업으로 깨끗하게 정리한다. 여름 장마철로 접어들면 친환경 약제로 방제에 힘쓴다. 관행농법보다 노동력과 생산비를 더 들이는 농사법임에도 오랫동안 지속한 일이다.

오승균 씨는 “당장은 손해일지 몰라도 결국은 이문”이라며 “땅이 좋아야 어떤 농사든지 잘 지을 수 있는데 이를 간과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기본을 무시한 농사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오씨 부부는 해마다 고추·구기자축제장에서 친환경고추를 팔았다. 처음엔 소비자의 인식 부족으로 외면받기 일쑤였으나, 해를 거듭할수록 좋은 반응을 끌어냈다. 600g당 2000원가량을 더 받았으며, 방문하는 사람들에게는 명함도 나눠줬다. 그러자 직거래 고객이 점차 늘어나 400여 명의 명단을 확보하게 됐다.

수매 부족이 부른 판매량 급감
청양군은 2005년부터 시작된 제1기 신활력사업으로 ‘청양산 고추 명품화 사업’을 추진했다. 2년간 사업비 129억 원을 투입, ‘명품청양고추 차별화 시스템’을 구축한 뒤 시범사업으로 28개 마을 729농가에 보급했다.
이때 개발된 것이 무제초제와 세척, 햇빛 건조, 공동선별, 품질인증, 리콜 등 6차별화 시스템이다. 부직포 재배를 바탕으로 △신뢰성 확보에 필요한 세척과 공동선별 △마을과 도시 자매결연으로 직거래 마케팅 △소득화를 위한 품질 차등화와 포장재 공급 등을 추가했다.
특히 명품고추의 품질은 마을대표, 농협 조합장, 읍·면장의 확인을 거쳐 농협 청양군지부장과 청양군수가 인정하도록 했다.

초창기 명품고추는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판매량에서도 2007년 693포와 2008년 3192포, 2009년 4212포를 거쳐 2010년 4479포로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이듬해인 2011년 2688포, 2012년 2380포, 2013년 1850포 등으로 하락하는 추세를 보였다. 급기야 2014년에는 군에서 명품고추 판매 자체를 포기했다. 대신 군내 지역농협(청양, 정산, 화성)이 총괄판매자로 나서 ‘특품고추’ 500포를 판매했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위기감을 느낀 군이 지난해 다시 명품고추를 축제장에서 선보였으나, 오히려 수매물량 부족으로 소비자들의 불만만 부추겼다.

새로운 명품기준 정립 시급
이 때문에 새로운 명품고추의 기준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리고 그 내용은 충북 음성군이나 경북 영양군 등 여타 고추 주산지의 기준을 뛰어넘는 것이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첫째 조건은 햇빛 건조 방식으로 생산된 고추다. 현재 대다수 고추농가는 건조기로 고추를 말린다. 인력이 덜 들고 대량 건조가 가능한 시스템이라 일반화되어 있다. 하지만, 청양만의 경쟁력 있는 고추를 생산하려면 우선 이 방식부터 탈피해야 한다.

재배면적이 많은 농가의 경우 기존 비닐하우스에 자동교반기를 설치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뜨거운 하우스 안에서 고추를 뒤집어야 하는 노동력을 줄일 수 있고, 상하층 간의 표피도 균일하게 건조돼 최고 품질의 태양초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태양초 대량생산의 기반은 작목반 구성에서 시작돼야 한다. 농업인의 자율적인 참여에 따라 품질 보증이 용이하고, 생산이력 추적시스템 도입으로 소비자 신뢰의 기반을 다질 수 있다.
둘째 조건은 GAP(우수농산물관리제도)나 친환경인증 농산물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외형적인 모양과 크기, 색깔만으로 정해지는 현재의 기준을 넘어설 수 있는 바탕이 된다. 유기농법으로 생산된 고추가 겉모양 때문에 일반고추보다 못한 취급을 받는다면 아무도 유기농을 시도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명품청양고추라면 적어도 안전성이 검증돼야 한다.

청양군이 GAP농가 육성에 힘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군은 GAP농가의 신규인증과 사후관리 안전성 검사비로 1500만 원을 지원한다. 인증면적 확대와 제도 활성화를 견인할 것으로 기대되며, 군은 농약안전사용, 이력추적관리제도 이해, 인증절차, 위해요소관리계획서 작성방법, 농업인 준수사항 등의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셋째, 해마다 선발되는 ‘고추왕’과 그가 생산한 고추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축제에 앞서 선정되는 고추왕은 군내에서 고추농사를 가장 잘 지은 사람에게 주어지는 칭호인데, 그들이 생산한 고추는 그에 걸맞은 대접을 받지 못한다. 앞선 재배기술과 남다른 열정이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어 군내는 물론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의 발길이 잇따르지만, 그것으로 그만이다. 기왕에 고추왕을 선발할 거면 이를 마케팅 차원으로 활용하면서, 축제장에 특별 판매장을 마련해 고가의 한정판매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넷째, 명품고추 범위에 풋고추도 포함돼야 한다. 우리나라의 고추 재배면적은 전 세계의 1.13%이며, 청양은 0.023%에 불과하다. 반면, 중국은 절반에 가까운 100만ha이다. 명품고추 범위가 건고추로 제한될 경우 타 지역과 중국산 값싼 건고추의 공세를 피할 수 없는 구조이다. 이 때문에 직거래가 가능한 풋고추 시장으로 눈을 돌릴 필요성이 생긴다.

풋고추 생산은 권역별 작목반 구성을 통해 충분히 가능하다. △장평면 미당리 △대치면 시전·형산리 △화성면 수정리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특히 시설환경 개선으로 연중 생산체계를 갖출 경우 농가소득 증대는 한층 수월해진다. 계약재배와 수매, 공동선별, 공동출하 시스템을 도입하면 성공 가능성도 한층 높아진다. 이와 더불어 맵고 감칠맛 나는 고추종자 보급사업까지 시행하면 금상첨화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마지막으로 명품고추 수매와 판매를 생산자에게 맡기는 것도 고려할만하다. 고추 재배농가 중심의 (가칭)명품고추유통사업단을 조직한 후 이들에게 수매작업은 물론 축제장에서 판매하는 일을 전담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명품청양고추가 출시된 지 어느덧 11년.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11년 전에 만들어진 명품고추의 기준을 현재까지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발전과 변화를 포기한 것과 같다.
이제는 친환경인증을 바탕으로 새롭게 정립된 기준에 따라 명품청양고추를 탄생시키고, 거기에 ‘플러스’나 ‘골드’, ‘프리미엄’ 등의 브랜드로 옷을 입히면, 청양지역 고추산업 발전은 물론 청양고추의 명성 또한 향후 10년 이상 지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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