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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양이 신규교사 훈련소? 대책마련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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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양이 신규교사 훈련소? 대책마련 시급
  • 이관용 기자
  • 승인 2016.05.30 14:46
  • 호수 11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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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교사의 고품질 교육서비스 기대하기 어려워
▲ 지난 2월 22일 청양교육지원청에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에서 신규교사의 선서 모습.

청양이 경력이 짧은 교사들의 교육현장 경험을 쌓는 실습장소가 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신규교사 임용비율이 높은 초등학교는 새 학기를 앞두고 인사이동 시기가 다가오면 교사배정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교원이동과 저경력 교사가 적으면 교육과정 운영에 영향을 적게 받지만, 새내기 교사가 많고 소규모 학교 근무경험이 없는 교사로 빈자리를 채우면 한해 교육일정을 소화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서다.
이 때문에 일선학교는 연말이면 함께 근무했던 동료가 떠나지는 않을까? 지나칠 정도로 관심을 갖게 되고, 전근 희망자가 많으면 나머지 교사들도 덩달아 이동을 생각하는 상황이다. 경력교사들이 타 지역으로 자리를 옮기는 원인은 지역이 갖는 열악한 교육, 문화, 의료 등 환경적 요인도 있지만, 근무제도와 복지부분의 비중도 높다.
신규교사는 초심의 마음에 열정과 우수한 능력을 가진 인재다. 그러나 전문성과 실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교단경험이 풍부한 중견교사들의 조언과 도움이 필요하다. 청양의 교육발전을 위해서도 신규와 경력교사의 적절한 인력배정이 시급한 실정이다.

전체교원 43%가 경력 3년 미만
군내 12개 초등학교 교사 중 근무경력 3년 미만 저경력자는 현재 50명이다. 이는 전체 교원(교장, 교감 제외) 115명 중 43.5%를 차지할 정도로 높다. 저경력자를 세분하면 50명 중 36명(72%)은 신규와 2년차 미만으로 이제 막 교육현장에 발을 들이는 적응 시기다.
2년과 3년에서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2년 이상 근무하면 타 지역 이동이 가능한 내신 신청자격이 주어지기 때문. 내신은 신청지역에 학교설립, 퇴직에 따른 인력부족, 교사의 전근 등 이탈로 빈자리가 생기면 자리를 옮길 수 있다.
지난 3월1일자 인사이동에도 경력교사의 전출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청양에서 5명이 나가면 외부에서는 2명만 청양으로 전입했다.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경력자가 있던 3명의 자리는 새내기 교사로 채워졌다.
청양에서 최근 5년간(3월1일자) 교직에 첫발을 내딛은 교사는 2012년 19명, 2013년 16명, 2014년 24명, 2015년 10명, 2016년 8명이다. 2014년을 기점으로 줄고 있지만 연평균 15명의 신규교사가 청양에서 임용됐다.
물론 퇴임교원이 있어 이들을 대체할 교사들이 필요하지만, 청양에서는 연 퇴임자도 그리 많지 않다. 경력교사가 떠난 자리를 메우기 위해 들어오는 것이다.
교사들 사이에서는 신규교사가 학교흐름을 파악하고 교육과정을 편성하는데 3년이 걸린다고 보고 있다. 수업에 자신감을 갖고 주위로부터 경력교사로 인정을 받는데 보통 5~8년은 지나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그런데 청양은 자신감을 갖기도 전에 내신을 내고 떠나고 있는 실정이다.
A교사는 “새내기 선생님들의 실력은 출중하다. 정보획득 능력도 높고, 아이들에게 보다 많은 지식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지역의 열악한 환경과 근무조건으로 내신조건이 충족되면 떠나려고 한다. 매년 되풀이 되는 교원배정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과중한 업무에 떠나고 싶다
경력교사들이 지역에 애정을 갖고 머물기 위해서는 이들의 의견을 듣고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우선 청양은 근무환경이 열악하고 자기개발 공간이 부족하다. 지역 현실상 소규모 학교가 많고 교사 수는 적다. 반면 이들이 처리하는 수업, 업무, 공문처리는 도시학교와 별반 차이가 없다.
도시는 학생 수에 따른 학급도 많고 학년별 교사도 여러 명이다. 또 동료교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 일을 하기가 수월하고 절약된 시간만큼 자아발전을 위한 활용이 가능하다.
청양은 본인이 전담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고, 업무를 함께 나눠서 처리할 수 있는 인력도 부족하다.
경력교사는 또 학생을 가르치고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처리하는 것 외에도 별도의 업무가 있다. 바로 저경력 교사들을 위한 조언(멘토)과 한 해 동안 학교교육과정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
학교교육과정은 교장과 교감 등 책임자와 함께 의논하고 정해지지만 추진과정은 경력교사의 몫이다. 저경력 교사는 연간 교육과정을 세우고 추진하기에는 경험이 부족하고, 세부과정에도 경험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 청양초는 신규교사의 실력향상을 돕기 위해 경력교사와 함께하는 멘토-멘티 교육활동을 갖고 있다.
청양교육지원청과 일선 학교에서는 경력교사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저경력 교사의 현장적응과 실력향상을 돕는 연수와 ‘멘토-멘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멘토와 멘티는 경력 교사와 저경력 교사(신규 포함)를 연결시키는 것으로 자아발전을 돕는 공개수업 등 교육활동과 학교생활의 애로사항을 듣고 함께 해결방안을 찾는 시간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런 교육사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장을 이해할 시기에 많은 교사들이 청양을 등지고 있다.
근무경력 4년차 C교사는 “청양에서 첫 발령을 받아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다. 누구나 처음은 각별하고 기억에 오래 남는다. 그동안 지내면서 순수하고 착한 아이들 모습에서 행복을 찾았다. 당시 함께 임용장을 받았던 동료나 3년차 후배와 5년차 선배도 대부분 떠났고, 만나면 아직 청양에 있느냐고 놀라워 한다”고 씁쓸해 했다.
중견교사 B씨도 “학교생활 적응을 돕기 위해 애정으로 대해줬고 정도 많이 들었는데 내신자격이 주어지니까 떠난다고 하니 섭섭했다. 청양이 갖는 불리한 환경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며 “교육이 톱니바퀴처럼 원활하게 돌아가기 위해서는 저경력자와 경력자의 조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근무가산점 규정 개정 절실
청양은 전형적인 농촌이고 교통과 문화 환경이 열악한데도 인사혜택이 일반 시·군과 같다. 일은 고되고 도시와 차이가 없는 승진제도에 경력교사가 도시로 발길을 돌리는 원인 중 하나다.
그렇다고 청양이 항상 경력교사의 불모지였던 것은 아니다. 벽지학교에 속했던 칠갑분교가 있을 당시는 우수 중견교사가 승진을 위해 지역을 찾았고 교육성과도 두드러졌다. 칠갑분교가 수정초로 통합되고 근무경력 혜택이 사라지면서 지역이 경력교사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
농어촌교육진흥학교 근무경력제도가 그나마 위안이 되고 있지만, 이 또한 군내 모든 학교가 대상이 아니다. 또 농어촌 혜택은 도내 모든 시·군도 해당사항에 포함돼 변별력이 낮다는 목소리가 높다.

▲ 목면초 안소영 교사는 올해로 근무경력 9년이 됐다. 청양에서만 8년을 근무했고, 5년부터 교육활동 흐름을 이해하고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오히려 정책과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경력교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지역은 소외받는 처지다.
농어촌 가산점을 학교별로 살펴보면 가등급(0.020점) - 가남, 운곡, 남양, 합천, 나등급(0.016점) - 수정, 정산, 목면, 청남, 장평, 미당, 청송, 다등급(0.012점) - 청양초 순이다. 절반이 넘는 학교가 나등급에 속해 있다. 등급별 근무점수를 단순집계하면 만점인 3.5점을 받기 위해서는 가등급 14년6개월, 나등급 18년3개월, 다등급은 24년3개월이 소요된다.
청양은 전체학교가 농촌에 속하고 교통이 불편한데도 가등급이 4개교에 불과하다. 근무가산점은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쌓이는 점수지만 교감이나 교장으로 승진하기 위해서는 조기에 점수를 채우는 것이 유리하다. 하지만 등급별 단순비교에서 보여주듯 가와 다는 10년이나 차이가 난다.
청양초는 농촌에 있지만 읍에 위치해 있다는 이유로 근무가산점이 낮은 다등급이다. 타 지역에서 출근하는 교사들이 많은 상황에서 근무등급이 낮은 청양초를 굳이 지원할 매력이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경력자가 적고 신규 등 저경력자가 많다. 전체 교사 29명(교장과 교감 포함) 중 5년 이상 경력자는 16명, 10년 이상은 12명이다. 학교는 저경력 교사가 많다보니 이들의 현장적응능력을 높이기 위한 교육과 연수에 많은 시간이 할애되고 있다.

충남 연구학교도 도시로 몰려
교원승진에서 결과는 소수점에서 판가름이 될 정도로 치열하다. 그래서 승진을 바라는 중견교사는 근무가산점과 근무성적평점, 연수성적 등 전반적인 부분에서 최고점을 받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승진에서는 교육현장에서 받는 점수 외에도 정부시책과 선진 교육과정운영 등 연구학교 선정에 따른 가산점이 있다.
연구학교 지정은 정부, 교육부, 도교육청, 지자체 등 다양한 기관과 부서에서 주로 공모를 통해 이뤄진다. 공모에 선정되기 위해서는 공모사업에 관련된 전문 지식을 갖추고 사업계획을 세워야 한다. 또 교육현장에 어떻게 접목하고, 학생들을 위해 어떤 방식으로 교육을 펼칠 것인지? 안목도 중요하다.
따라서 교육현장 경험이 풍부한 경력교사가 유리하다. 그러나 저경력 교사의 비율이 높은 지역현실에서는 공모사업 참여가 쉽지 않다.
올해 공모사업 선정학교도 대부분 도시학교에 몰려 있다.
충남도 연구학교를 시·군으로 살펴보면(3월. 지속사업 포함) 88개 사업 중  천안시 12곳, 논산계룡시 12곳, 아산시 11곳 등 큰 도시가 많고, 인접지역 공주시 7곳, 보령시 7곳, 예산군 7곳, 부여군도 4곳이나 된다.
반면 청양은 2곳에 불과하다. 그나마 한 곳은 청양유치원이고, 초등학교는 수정초가 충남도교육청이 지원하는 ‘나라사랑 연구학교’에 선정됐다. 농어촌가산점의 의미가 없는 상황에서 교사들의 협업이 필요한 연구학교마저 도시에 몰려 농촌학교를 살리기 위한 대안이 세워져야 한다.

경력교사 잡아야 교육미래 밝다
초등학교 6년은 중·고등학교 생활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하다. 학력부터 인성까지 기초는 초등학생 시기에 형성된다.
훌륭한 인재도 유년시절을 ‘어떻게 보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초등교육은 초임교사의 열정에 경력교사의 풍부한 경험이 더해지면 금상첨화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고른 분포를 보이면 교사들도 교육현장에서 갖는 부담을 덜어 양질의 교육을 학생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
청양하면 흔히 말하는 것이 있다. 열악한 교통과 문화시설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지역에 대규모 산업단지가 조성되고, 인구유입을 위한 정책지원 등 획기적인 변화가 있기 전까지 사실상 힘들다.
대신 거주환경과 근무성적은 교육기관과 지역사회의 노력으로 개선될 수 있다.
교육지원청은 현재 읍내에 공동주택 20채를 마련하고, 교사를 위한 숙소로 제공하고 있다. 이곳에는 유·초·중·고등학교 교직원 44명이 생활하고 있다. 독립공간을 원하는 젊은 세대는 함께 생활하는 것이 다소 익숙하지 않지만, 매년 신규 교사가 많고 선정도 추첨을 통해 이뤄질 만큼 신청자가 많다.
반면 부부나 가족단위 생활을 위한 주택은 없다. 가족이 있는 교사들은 거주지를 쉽게 바꾸기 어려운 상황인데다 지역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집을 구하지 못해 몇 년이 안 돼 떠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경력교사 유치차원에서 가족이 함께 머물 수 있는 주택안내와 지원시스템이 구축돼야하고, 이는 교육지원청과 지자체가 함께 고민하고 풀어야할 숙제다.
군내 초등학교 D교장은 “지역 출신의 교사가 적고 대부분이 공주, 천안, 보령 등 도시에서 생활하고 있다. 출퇴근하는 교원이 많다보니 집과 가까운 학교에서 근무하기를 원하고, 근무점수도 다른 지역과 비슷해 청양에 남지 않으려고 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경력교사를 붙잡기 위해서는 청양만의 매력이 있어야 한다. 농어촌 근무경력가산점이 있지만 시·군 형평성에서 문제가 있어 인사법규 개정이 절실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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