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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 같은 시간을 주는 꽃 ‘새우난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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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 같은 시간을 주는 꽃 ‘새우난초’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16.05.21 11:21
  • 호수 11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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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사진첩

남부지방의 산비탈과 숲속 음지의 비옥한 곳에서만 잘 자라던 난초가 사람들의 관심과 손길을 받으며 집안으로, 식물원으로 온 지 오래되었습니다.
지구상 식물 가운데 가장 진화했다는 난과식물의 한 종인 새우란은 천상화라 일컬어질 만큼 꽃의 모양과 색이 다양하고 아름다우며, 세계적으로 가장 넓게 퍼져 있습니다.

뿌리줄기에 새우등처럼 생긴 마디가 있다고 하여 이름 붙여진 새우란은, 그리스어로 ‘아름다운 꽃’이라는 학명을 가지고 있으며, 서양란의 화려한 색깔과 동양란의 그윽한 향기를 동시에 지니고 있어 난초의 종류 중에서도 ‘명품’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마디가 많고 잔뿌리가 돋은 염주모양의 뿌리줄기는 옆으로 벋어 나가며, 끝이 좁고 주름이 있는 긴 타원형의 잎은 옆으로 늘어져 있습니다.
4~5월이 되면 잎 사이에서 자잘한 털이 있는 꽃줄기가 나오며, 10개 정도의 꽃송이가 이삭모양을 이루며 각양각색으로 피기 시작합니다.  
   
새우란은 꽃받침조각을 비롯한 꽃잎, 얇은 종이처럼 반투명한 꽃턱잎, 3조각으로 깊게 갈라진 입술꽃잎까지 주로 흰색과 연하거나 붉은빛이 강한 자주색을 띄고 있습니다. 
한라산에서 자라는 여름새우란은 연한 홍자색 꽃으로 색체가 예쁘고 날렵하게 피는 모양이 특이하여 더 귀한 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초록이 짙은 팔월의 한라산을 찾는 사람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줍니다.
안면도와 울릉도와 제주도의 숲속에 고이 있다가 황색의 꽃잎으로 귀티를 풍기며 곤충을 유혹하는 금새우난과, 흑산도에서 개량된 백색의 신안새우란 역시 신비롭고 화려한 색과 향으로 새우란을 대표하는 품종입니다.       
 
새우 같기도 하고, 새머리 같기도 한, 활짝 핀 꽃을 한동안 들여다봅니다. 잎인지 꽃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연둣빛 꽃도 눈에 띕니다.
아름답다기보다는 마냥 고즈넉한, 화려한듯하면서도 그냥 수수한, 꽉 차 있는데도 왠지 아쉬운, 가녀린 듯, 씩씩한 듯, 붉은 듯 노란 듯 여러 가지 모양과 색으로 발길과 눈길을 붙잡습니다.
위에서 내려 보거나 밑에서 올려 보는 모습 또한 형용할 수 없는 다른 모습으로 앞발을 모은 것도 같고, 혓바닥을 내민 것도 같은, 우아하면서도 새색시 같이 수줍은,
꽃에게 눈이 있다면 이곳이 아닐까 하는 부분에 눈 맞춤을 합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불으면 날아갈까 아니 나무꾼의 아내 선녀처럼 금방이라도 날아갈 것 같은 날갯짓도 봅니다.
 
어느 해인가,
찔레꽃이 하얗게 핀 남양면 대봉리 명지산에 올랐다가, 새우란이라며 호들갑을 떨던 기억이 납니다.
파란 하늘 밑에서 늦게 핀 목련화가 남은 꽃잎을 한들거립니다.
가을 단풍보다 화사한 홍단풍과 초록이 어우러진 곳, 하양 빨강 노랑색깔의 튤립이 석양빛에 더하여 절묘한 아름다움을 이루고, 막바지 봄의 생생함이 가득한 곳, 청양읍 군량리 고운식물원의 크고 화려한 꽃들 속에서 작은 모습으로 곁에 있는 이에게 고요로움을 갖게 하는 새우란 꽃에 취하였습니다.  

<김현락 재능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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