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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갑산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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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갑산의 봄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16.04.25 14:38
  • 호수 11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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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용/ 시인. 용인대 교수. 비봉면 강정리 출신
▲ 이명용/ 시인. 용인대 교수. 비봉면 강정리 출신

천장호 출렁다리 줄을 신명나게 타는 바우덕이
이산 저산 외로운 실바람 불러 모아
부챗살처럼 펼쳐진 치마폭 일곱 단을 흔들어 놓으면

정상의 삼형제봉 겹겹이 쌓인 낙엽에 입을 맞추고
아흔 아홉 구비마다 골바람 봄소식 전하여
야생 벚나무와 진달래의 하얀 붉음을 흐드러지게 피우는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때부터 등 굽은 소나무 송홧가루 날리면
푹신푹신한 솔잎 양탄자 밑에서 송이가 빼꼼히 고개 들고
거북등같이 갈라진 참나무 등걸 헤집고 표고는 덤으로 기어 나오는

세월을 칭칭 동여맨 칡넝쿨 하늘 끝까지 새순 밀어 올리면
까치내 여울물 덩달아 가슴속 여울진 이야기를 쫄쫄 털어놓고
꾀꼬리 해나절 목청 돋우며 뻐꾸기 빨갛게 목젖 내놓고 화답하는

평생을 손톱으로 흙을 긁어모아 흙밭을 가꾸며
공손히 무릎 꿇고 산도라지 같이 사는 순박한 사람들의 삶에
달빛 고운 밤 장곡사의 쇠북이 지극정성으로 덧쌓이는

칠갑산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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