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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특집: 역차별 예산 논란과 사회갈등 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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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특집: 역차별 예산 논란과 사회갈등 ⑤
  • 이진수 기자
  • 승인 2016.03.14 09:23
  • 호수 11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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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참여예산’ 진짜 주민 손에 맡겨야

‘2013년 41억 원, 2014년 26억3100만 원, 2015년 1억5900만 원, 2016년 1억7800만 원.’
해마다 축소되어 온 주민참여예산 규모다. 왜 이렇게 된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청양군이 관련 조례의 취지를 잊고 주민들에게 부여했던 예산 편성권을 도로 거둬들였기 때문이다.

주민참여예산제도는 지난 2011년 10월 ‘청양군 주민참여예산제 운영 조례’가 제정되고, 2012년 7월 시행규칙이 마련되면서 시작됐다.
그런데 군은 2015년 예산안에 반영할 2014년 주민참여예산 결정 당시부터 ‘의견제출 범위’를 대폭 줄였다. 마을길 포장, 농로·수로관 정비 등 기초적인 민원사업을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고, 공동체복원사업이나 주민소득사업, 공공편익 도모사업 등 개념이 모호하고 주민영역에서 도출하기 쉽지 않은 분야만 남겨두었다.

결국 주민들은 참여예산제 시행 이전으로 되돌아가 선출직 공직자들의 ‘하해 같은 은혜’에 기댈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여기에는 선출직공직자들의 생색내기 ‘꼼수’가 개입된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 청양군의회는 지난 2014년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주민참여예산이 농로포장, 배수로, 수로관 공사 등에 집중돼 있다”며 이후 민원사업 제외를 집행부에 요구했다.

군수 역시 소규모 민원사업은 읍면순방이나 평상시의 주민건의를 통해 들어주면 된다는 생각에서인지 주민참여예산은 2015년부터 급전직하, 2억 원을 넘지 못하게 됐다. 시행 첫해의 41억 원에 비하면 주민들의 예산참여 권리가 얼마나 땅바닥에 떨어졌는지 자명해진다.
선출직공직자들의 이러한 꼼수는 법적 근거를 가진 주민들의 권리를 빼앗는 것과 같다. ‘청양군 주민참여예산제 운영 조례’ 제1조는 ‘예산 편성과정에 주민의 참여를 보장하고 예산의 투명성을 증대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다시 말해 군이 독점적으로 예산을 편성하는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불투명성과 부작용을 상쇄, 보완하는 방안으로 주민참여가 선택된 것이다. 이러한 배경 아래 결정된 주민참여예산을 함부로 건드릴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군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푼돈’만 남겨두었다. 고작 1억7800만 원을 지원하기 위해 ‘예산학교’를 열고 주민참여예산위원 위촉에 이어 위원회를 개최하는 등 부산을 떤 셈이다. 한마디로 행정력 낭비의 전형이고, 사업을 신청했던 주민들이 돌아서서 삿대질을 하는 이유이다.

선출직공직자 오해 불식 시급
주민참여예산 축소의 이유로 지방재정 부족을 드는 경우가 있다. 전체예산이 부족해서 주민참여예산을 많이 배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것 또한 판단 오류다. 예산이 충분하면 주민 요구를 다 들어줄 수 있기 때문에 주민참여예산제도는 필요하지 않다. 오히려 예산이 부족하기 때문에 주민들에게 필요한 것을 우선 해결하자는 것이 이 제도의 본질이다.

또 예산편성 과정의 주민참여를 집행부나 군의회의 권한 침해로 보는 시선도 있다. 전혀 무관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선출직공직자들이 그동안 주민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했다면 주민참여예산제 같은 보완재는 탄생하지 않았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주민들의 역량으로 제출하기 어려운 사업을 요구하는 행태도 고쳐야 한다. 현재 군이 요구하는 사업들은 오히려 선출직공직자들이나 행정기관이 먼저 발굴해서 주민들에게 제시해야 할 내용이다. 선출직들은 왜 주민들이 자신을 지지했는지 늘 곱씹어야 한다. 어려운 것은 내던지듯 맡기고 쉬운 것만 따라다닌다면 지도자로서의 자질마저 의심받게 된다.

주민참여예산이 지역을 변화시키는 힘이 되려면 무엇보다 먼저 주민들의 결정권 보장이 필요하다. 주민이 결정한 것을 선출직공직자나 공무원들이 이리저리 잘라내는 일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
주민들 또한 지역발전을 위한 참신한 아이디어와 사업 발굴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우여곡절 끝에 제정된 주민참여예산제가 무용지물이 되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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