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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살아온 나에게, 가까이 있는 이들에게 ‘아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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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살아온 나에게, 가까이 있는 이들에게 ‘아토’를
  • <김현락 재능기부>
  • 승인 2015.12.28 15:50
  • 호수 11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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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사진첩

화사했던 단풍이 있었던 자리에 눈이 앉았습니다. 바람이 불자 꽃이 됩니다. 그냥 무심히 지나치던 풍경이 그림이 되었습니다. 어찌 단풍만 못하랴, 눈꽃들은 은근하고 고요한 빛으로 보는 이의 마음을 홀딱 빼앗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 할 시간,
다가올 새해의 설렘보다 서글픔이 생깁니다. 나이가 많아져서라기보다 이것저것 무뎌지고 있는 감각이 아쉽기 때문입니다. 눈이 소담스레 내려도 ‘눈이 오는구나’ 그냥 보고만 있다가 ‘눈이 녹을 땐 질척거리겠지’ 라는 생각이나 하든지, 해가 바뀌어도 별로 기다려지지 않는 등 그렇게 무미건조해져 가는 감정이 슬프게 합니다. 소중한 것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데, 멀리 있을 것이란 생각과 고집만 더 넓게 자리 잡는 그런 것입니다.        

한해를 마무리할 시간,
어지럽힌 책상과 서랍을 정리합니다. 수첩의 주소록을 빼곡히 채운 이름들을 골라 새로운 수첩에 옮겨 적습니다. 1년 동안 함께 뒹굴었던 잡동사니에서 버릴 것을 고르고 유언장도 새로 씁니다. 주변을 말끔하게 하다 보니 정작 해야 할 마음정리가 남았습니다. 마음에 쌓인 때를 치석 제거하듯 하는 그런 방법 어디 없을까요?
문득, 지난 수첩을 뒤적이다가 새해 첫날 적어놓은 글귀를 봅니다. ‘반가운 행운보다는 가슴 철렁하는 불행이 오지 않기를….’


 
한해를 마무리할 시간,
그동안 누구에게 서운하게 한 적은 없었던가? 나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은 없었는지 생각합니다. 무의식중에라도, 저로 인해 상처받은 일이 있다면 용서하시기 바랍니다.
 
한해를 마무리 할 시간,
그동안 가까이 한 분들께 선물을 준비합니다.
값비싼 선물은 아닐지라도, 받을 사람을 생각하고 그 사람이 좋아할 모습을 상상하면서 설레는 마음으로 두근두근 선물을 고릅니다. 선물의 내용이 무엇이든 간에 받을 때 역시, 그가 나를 위해 고르고 생각하며 준비하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언제부터인가 해가 바뀔 때면 스스로에게 선물을 합니다. 이 해는 이러이러한데도 잘 버텨주어서, 다른 해는 또 그해 나름대로 이 자리를 지켜주어서.
비록 나이테처럼 근사한 무늬는 아닐지라도, 눈가에 주름살 몇 개 더 생겼다 할지라도, 올 한 해도 꿋꿋하게 잘 버텨준 것에 대하여…     

먼 곳에서 ‘아토’가 왔습니다. 아토는 선물을 뜻하는 순우리말입니다. 반듯하나 단순하여 내용물이 실로 궁금하였습니다. 어찌 그리 받고자하는 이의 마음을 꿰뚫었는지 참, 로또복권과 연금복권이 들어있습니다. 로또는 버스를 타고 오는 동안 효험이 상실되었으며, 연금복권은 추첨일이 며칠 남아 있습니다.
그날까지, 최소한 며칠은 공중누각을 쌓으며 행복해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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