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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취재] 지역경제 활성화의 대안 ‘슬로시티’ 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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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취재] 지역경제 활성화의 대안 ‘슬로시티’ ⑥
  • 이진수 기자
  • 승인 2015.12.28 09:41
  • 호수 11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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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양의 강점 ‘자원봉사문화’를 판매해보자

주문 후 1분이 채 안 돼 나오는 맥도날드 햄버거가 유럽에 상륙하자, 그 저항으로 시작된 슬로푸드 운동. 곧 이어 음식 뿐 아니라 인간의 삶 자체를 느리게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운동이 시작된다. 바로 슬로시티 운동이다. 슬로시티 운동은 1999년 이탈리아의 소도시 그레베 인 키안티‘에서 시작됐다. 현재는 유럽을 중심으로 30개국 200개 도시가 슬로시티로 가입돼 있으며, 국내에서도 11개 도시가 슬로시티에 동참하고 있다. 현재 국내의 일부 지자체들은 슬로시티 가입을 위해 힘쓰고 있다. 관광객 유치에 큰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청양군 또한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여섯 번의 기획기사를 통해 슬로시티란 무엇이고 이것이 지역경제 활성화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는지 모색해 본다.

[글 싣는 순서]
1. 슬로시티란 무엇인가? 어떻게 선정되나?
2. 경북 청송군 부동·파천면 슬로시티
3. 전남 완도군 청산면 슬로시티
4. 국제슬로시티 발상지 이탈리아 오르비에토
5. 슬로관광과 슬로푸드(치비타, 오르비에토)
6. 지역경제와 슬로시티, 청양군은 어떻게 하나?


예산군 대흥·응봉면 슬로시티
예산군은 전통문화예술에 대한 자부심이 높다.
예산은 애국충절의 고장으로 윤봉길 의사의 생가가 있으며, 한국의 천재 예술가 추사 김정희 선생의 고택이 있다. 명 서예가인 추사는 70평생 벼루 10개를 갈아 없애고, 1000자루의 붓을 몽당붓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는 실사구시의 대학자로, 부패한 당파싸움의 재물로 10년간 유배생활을 경험했다. 또한 고려시대에 지은 700년 된 목조건물이나 아름답고 우아한 국보 49호 수덕사의 대웅전, 백제 부흥의 거점지인 봉수산 해발 484m과 2.4km 길이의 임존성 옛 성터와 등산로가 있다. 임존성이 있는 봉수산 자연 휴양림에는 여행자를 위한 숙박시설도 운영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교육열은 가는 곳마다 있는 향교를 보아도 알 수 있다. 예산에는 조선 태종 때인 1405년 창건된 대흥향교가 있다. 600여 년 전통의 대흥향교는 매년 봄ㆍ가을 석전대제를 통해 공자를 기리는 제의를 행한다.
또한 큰 고목이 서 있는 대흥동헌은 현감이 정무를 집행하던 곳이다. 이 동헌 마당에서 벌어지는 보부상 난전놀이 등은 600여 년 전의 전통 마케팅 활동의 유산인데, 그 놀이가 매우 흥미롭게 재현된다. 예덕상무사 난전놀이보존회에 따르면, 예산군 상무사는 전국 보부상 조직 중 가장 큰 힘을 가진 집단이었으나, 1910년 일제에 의해 시장에서 쫓겨나는 아픔을 겪었다고 한다.
천년 수령의 느티나무와 마을 주민이 함께 지내는 동제인 목신제가 있는 이 마을은 가족애와 형제애의 상징인 ‘의좋은 형제’(이성만ㆍ이순 형제)의 역사적 사건이 발생한 고장이기도 하다.

전남 신안 슬로시티
전남 신안군은 지명대로 새로운 안심과 안정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지방색을 바탕으로 슬로 감성체험, 해양ㆍ도서관광을 즐길 수 있는 블루 슬로(blue slow)의 고장이자 걸어서 바다까지 가는 저탄소 산책 코스가 있는 느린 여행지이다.
자연의 소리를 듣고 여유와 배려를 베풀며 사는 지역민들은 남에게 뭔가 판다는 것이 익숙하지 않고 부끄러움을 타는 순박한 사람들이라 상업도 그다지 발달하지 못했다. 신안군 증도면 우전해수욕장에는 오른쪽 갯벌을 가로지르는 ‘짱뚱어 다리’가 있다. 짱뚱어들이 다리 밑에서 뛰어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환상적인 일몰이 연출되어 아름다운 자연을 감상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다. 그렇지만 증도대교가 2010년 3월 30일 개통되면서 ‘그 섬에 가고 싶다’는 낭만을 살리기가 무척 힘들게 되었다.
신안은 천사의 섬(1004개의 도서로 이루어짐)이자 유네스코 생물권 보존지역(UNESCO Biosphere Reserves)이다.
그리고 여의도 2배 크기(140만평)의 국제슬로시티 협력기업인 태평염전(Salt mineral farm), 소금박물관과 함께 짱뚱어 다리, 게르마늄 갯벌 체험은 이 고장의 명소이다. 또한 그곳에 있는 태평염전, 소금레스토랑과 소금힐링센터인 소금동굴, 소금박물관, 60여 개의 소금창고는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된 문화재다.

전남 담양 슬로시티
담양군 창평면은 예부터 물과 햇볕, 평화와 풍류가 있던 곳이다. 소쇄원 등 한국 가사문학과 정자 문화의 본고장이자 한국의 죽향으로 담양리조트일명 뱀부리조트가 있다. 광주광역시에서 자동차로 30~40분이면 닿는 거리에 있으며 전원 경관과 전통 고옥경관, 시골 분위기의 골목 풍경이 있어 슬로 트레블을 할 수 있는 곳이다.
담양에는 16세기 초에 형성된 영혼이 깃든 장소가 있다. 월봉산에서 유래한 월봉천, 운암천, 유천 등 세 갈래 하천 물이 모인다 하여 붙여진 창평면 삼지천 마을에는 100년의 세월이 쌓인 전통 한옥과 3600m에 이르는 운치 있는 돌담길이 잘 보존되어 있다. 이 마을에는 시도 민속자료 제5호 ‘담양 고재선 가옥’을 중심으로 여러 채의 전통 한옥이 잘 보존되어 있어 이곳을 걷다 보면 마치 그 옛날 조선시대로 돌아간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강원 영월 슬로시티
영월 김삿갓면에는 조선시대 평민들의 생활상을 시로 읊어 빛나는 서민문학을 남긴 방랑시인 김병연 선생의 생가와 선생의 묘역이 있고, 선생의 생애와 문학세계를 한눈에 알아 볼 수 있는 난고 김삿갓문학관이 2003년 10월 개관됐다. 또한 해학과 풍자의 시선 김삿갓의 시대정신과 문화예술혼을 추모하고 문학적 가치를 재조명하기 위해 매년 10월에 김삿갓문화제를 개최하고 있다.
구름이 모이는 동네라 하여 이름 지어진 모운동은 운무에 뒤덮힌 모습이 동화 속 마을을 연상케 한다. 잊혀져 가는 탄광촌 역사 위에 새로 그려진 마을 담장 벽화는 모운동 사람들이 직접 참여한 공공미술로서, 지금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동화마을로 다시 태어났다.

충북 수산·박달재 슬로시티
충북 제천은 조선시대부터 전국3대 약령시장 중의 하나가 있던 곳으로, 현재도 약초의 생산지이자 집산지 역할을 하고 있으며, 제천에서 생산되는 약초는 육질이 단단하고 저장성이 높으며, 향이 진하고 약효가 뛰어나다.
수산면에도 이 같은 지역적 특성을 활용해 황기, 황정, 당귀 등의 약초가 재배되고 있으며, 특히 대전리에서 생산되는 인삼은, 출하시기에 맞춰 찾아와 구입해가는 손님들이 많아 시장에 내다팔 물량이 없을 정도라고 한다.

산이 70%를 넘는 전형적인 농산촌 지역으로, 콩, 수수 등의 다양한 잡곡과, 사과, 배, 호두 등의 과일, 그리고 깊은 산에서 자라는 산야초와 송이버섯이 생산되고 있으며, 이런 특산물을 이용해 산야초 정식, 산채 비빔밥, 콩국수, 두부요리 등을 자랑하고 있다.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다양한 체험활동을 할 수 있다.
오티별신제 전수관에서는 농악도 배우고, 주변 연못과 공원에서 산책도 할 수 있으며, 약물탕에 가서 시원한 약물 한 사발을 마시면 뼛속까지 시원해짐을 느낄 수도 있다.
청풍호반의 능강 솟대문화공간에서 직접 솟대를 만들고, 소원지를 적어 희망나무에 걸어 볼 수도 있다.
청풍호반을 따라 금수산, 가은산, 옥순봉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고, 호수와 산이 만나 자그마한 반도와 만을 만들고, 산자락 사이사이에는 사시사철 아름다운 폭포와 계곡들을 품고 있다.
퇴계 이황 선생이 비단에 수를 놓은 것처럼 아름답다고 하여 이름지어준 ‘금수산’, 한여름에도 얼음이 나오는 얼음골, 사시사철 풍부한 수량과 울창한 산림을 자랑하는 능강계곡, 30m 높이의 용담폭포와 선녀탕, 깎아지른 듯한 암벽 위에 앉아있는 천년고찰 정방사, 단원 김홍도도 반하여 한폭의 그림으로 남겼던 옥순봉이 청풍호를 따라 이어져 있어, 청풍호와 주변 산이 만들어내는 산수의 파노라마가 몸과 마음까지 시원하게 해준다.

청양의 경쟁력 ‘자원봉사문화’ 
전국적으로 산재된 슬로시티는 각각의 전통문화와 유적, 유물, 자연자원을 경쟁력으로 관광객을 유인한다.
그럼 청양은 어떻게 할 것인가? 꼭 슬로시티 지정을 받아야 하는가? 그렇게 하지 않아도 청양이 가진 자산을 바탕으로 슬로시티가 가져오는 성과를 도출해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슬로시티 지정까지는 여러 절차를 밟아야 한다. 국제슬로시티연맹의 평가기준은 7가지 대분류 항목과 71가지 소분류 항목으로 이루어진다. 이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자연 및 역사 요건을 충족하더라도 몇 년의 준비기간과 예산이 수반돼야 한다.

이 기획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차라리 슬로시티의 목적이 관광객 유입에 따른 지역경제 활성화 도모라면, 슬로시티 준비에 투입되는 행정력과 주민영역의 노력을 슬로시티 외의 영역에 투자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슬로시티는 크게 문화를 판매하는 전략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이 문화는 전통문화뿐만 아니라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현재 문화를 포함한다. 현재의 문화, 현재 주민들의 삶의 모습을 판매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주목이 필요하다.

청양이 가진 장점 중 하나가 자원봉사문화이다. 현재 청양에서는 인구 3만3000여 명 가운데 7000명에 이르는 자원봉사자가 각종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올해 청양군자원봉사센터의 집계만 보더라도 자원봉사문화가 얼마나 정착됐는지 단적으로 드러난다. 올해 자원봉사에 정기적으로 참여한 인원은 약 2500명이고, 이들의 봉사 시간은 무려 7만6000시간이 달한다. 날짜로 환산하면 3167일이고, 8년 7개월에 가까울 만큼 아름다운 결실이다.
이 자원봉사문화체험과 청양관광, 혹은 청양농촌체험을 1박2일이나 2박3일 일정으로 묶어낸다면 슬로시티 지정에 못지않은 외지인 유인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청양군과 자매결연 관계에 있는 전국 지자체의 협조를 받아 자원봉사체험 등 교류를 시작하고, 이를 바탕으로 체류형 체험시스템을 정착시킬 경우 거기에서 오는 낙수효과는 적지 않을 것이다. 
<연합취재단 고양·태안·한산·청양신문 이진수기자>

이 기획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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