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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오르비에토 시의회 로베르따 의원과 비욜리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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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오르비에토 시의회 로베르따 의원과 비욜리 의원
  • 이진수 기자
  • 승인 2015.11.23 09:43
  • 호수 1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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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당할 수 없을 만큼 관광객 늘 것”
▲ 오르비에토 시의회 로베르따 또티노(왼쪽) 의원과 비욜리 알렉산드로 의원.

오르비에토가 슬로시티를 추진한 배경은?
- 오르비에토는 1999년에 슬로시티를 선언했지만, 실은 1980년대부터 구도시를 보전하면서 잘살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195m 고산지대에 위치한 오르비에토의 지반은 무른 화산암인 데다 에트루리아 왕국 이래 식품보관 등을 위해 각자 판 지하굴이 1200여 개에 달한다. 이처럼 도심의 기반이 약한 상태에서 자동차 출입 등으로 위험이 가중되자 자동차 출입을 제한하자는 의견이 대두됐다.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아 허물어져가는 동쪽 성벽을 보수하고 공용주차장 조성 등에 나섰다. 특히 미래 슬로시티의 성공이 어린 세대에 달려 있다고 판단, 교육 프로그램 개설과 함께 유기농 식단을 위주로 한 슬로푸드 운동을 병행했다.

슬로시티 지정 이후 주민들의 반응은 어땠나?
- 슬로시티 초창기 상점을 운영하는 상인들은 차량출입제한 정책에 이견을 보였다. 수백 명의 상인들이 8일간 상가를 철수하고 시청에 찾아와 항의하는 등 반발이 컸다. 하지만, 정책시행 이후 관광객들이 천천히 걸으며 상점에 더 많이 들르게 되자 불평이 사라졌다. 이제는 시민들이 당장은 불편해도 지속가능한 미래를 추구하는 것이 옳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시민들이 다 같이 불편을 감수한 것이 지금의 오르비에토 모습을 만들었다.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슬로시티 운동이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 관광객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인구 2만 명이 조금 넘는 이곳에 연간 200만 명의 관광객들이 방문한다. 오로지 슬로시티의 발상지라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200만 명은 시작에 불과한 것으로 본다. 이 작은 도시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까지 관광객들이 늘어날까봐 걱정되기까지 한다. 국제슬로시티연맹이 있는 이곳은 전 세계에 존재하는 230개 슬로시티 네트워크의 출발점이자 중심지이기 때문에 관광객 증가는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슬로시티 확산을 위한 주민·학생 대상 교육 프로그램은?
- 오르비에토는 고대 에트루리아의 12개 도시 중 하나였고, 후에 로마의 도시가 되는 등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단일 도시만으로는 관광객 유인요소의 한계가 있다고 보고 인근 도시를 묶어 슬로시티를 시작하면서 고대의 음식, 문화, 역사를 소재로 한 만화와 애니메이션 영화 등을 제작 보급했다. 슬로시티의 대한 필요성과 참여 방법 등을 시민들에게 알려주고, 근본적으로는 학교에서 아이들을 집중적으로 교육하는 것이 생활 속 실천을 가져오고, 자연스럽게 학부모 등 어른들도 동참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어 그 부분에 노력하고 있다.

시 정부에서는 슬로시티 완성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 시민들이 슬로시티의 유지를 위해 불편을 겪고 있는 부분은 교통 측면이다. 차량 통제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공용주차장 증설과 전기버스 운행, 도심지 쓰레기 처리 등 주로 교통환경 개선과 깨끗한 도심을 만드는 데에 예산을 집중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얼마나 되며 어느 나라가 주로 오나?
- 연간 200만 명 이상의 관광객들이 오르비에토를 방문한다. 이중 외국인 관광객 비율이 45% 이상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앞으로 계속 늘어 7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 세계 230개 슬로시티만 찾아다니는 사람들이 늘고 있고 슬로시티로 지정된 도시들이 네트워크를 통해 서로를 추천해주고 있다. 이곳은 특히 슬로시티 국제연맹 사무국이 있어 현재 운영되는 도시 뿐 아니라 지정을 받으려는 도시에서 꼭 다녀가야 할 곳으로 인식될 정도이다. 미국과 영국 방문객이 가장 많고 아시아에서는 일본, 중국, 한국에서 꾸준히 찾고 있다. 이들 중 40% 정도가 이곳에서 숙박을 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는데, 1주일 이상 숙박을 하면서 주변 도시를 관광하는 장기 관광객들도 늘고 있다.

슬로시티 지정을 준비하는 한국 지자체에 전해주고 싶은 말은?
- 바로 사람이다. 어디든 완벽한 슬로시티는 없다. 매일매일 새로 만들어 간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고 주민 대상의 설득 작업이 중요하다. 슬로시티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잠시의 불편을 감수하면 오히려 그 안에서 새로운 즐거움이 생기고 관광객들이 찾아온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슬로시티는 끝없이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다. 어떨 때는 현대화, 대형화가 편리할 것이라는 의견과 욕망이 표출되기도 하는데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 특히 세계문화유산이나 자연유산으로 선정이 된다면 슬로시티 지정을 받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슬로시티는 늦게 가는 것이 아니라 쉬면서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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