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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기획 - 지역경제 활성화의 대안 ‘슬로시티’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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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기획 - 지역경제 활성화의 대안 ‘슬로시티’③
  • 이진수 기자
  • 승인 2015.11.09 15:12
  • 호수 1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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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찬 삶의 쉼표처럼 찍혀 있는 섬 ‘청산도’
내면을 보고 싶거든 ‘느릿느릿’ 청산행 배를 타라
이 기획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주문 후 1분이 채 안 돼 나오는 맥도날드 햄버거가 유럽에 상륙하자, 그 저항으로 시작된 슬로푸드 운동. 곧 이어 음식 뿐 아니라 인간의 삶 자체를 느리게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운동이 시작된다. 바로 슬로시티 운동이다. 슬로시티 운동은 1999년 이탈리아의 소도시 그레베 인 키안티에서 시작됐다. 현재는 유럽을 중심으로 30개국 200개 도시가 슬로시티로 가입돼 있으며, 국내에서도 11개 도시가 슬로시티에 동참하고 있다. 현재 국내의 일부 지자체들은 슬로시티 가입을 위해 힘쓰고 있다. 관광객 유치에 큰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청양군 또한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여섯 번의 기획기사를 통해 슬로시티란 무엇이고 이것이 지역경제 활성화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는지 모색해 본다.

             [글 싣는 순서]
1. 슬로시티란 무엇인가? 어떻게 선정되나?
2. 경북 청송군 부동·파천면 슬로시티
3. 전남 완도군 청산면 슬로시티
4. 국제슬로시티 발상지 이탈리아 오르비에토
5. 슬로관광을 위한 슬로푸드(치비타, 오르비에토)
6. 지역경제와 슬로시티, 청양군은 어떻게 하나?

가슴을 푸르게 적시는 ‘느림의 종’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하네. 사랑도 벗어놓고 미움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전남 완도군에 있는 한 점 섬 청산도. 청산도는 고려 말 나옹선사가 쓴 것으로 알려진 이 시와 가장 잘 어울리는 곳이다. 쉼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쉼을 주고 내려놓을 것이 많은 사람에게는 그만큼의 공간을 내준다.

존재 자체가 보물 같은 청산도는 지난 2007년 12월 아시아 최초 국제슬로시티로 선정됐으며, 2011년 세계슬로길 1호로 공식 인증을 받았다. 2012년에는 미국 방송 CNN이 선정한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33선 중 4위에 이름을 올렸고, 2014년엔 ‘구들장논’이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이는 청산도의 자원이 세계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청산도에서는 느림보 걸음으로 발짝을 떼어야 그 속살을 대할 수 있다. 11가지 슬로길 코스 모두에 역사와 전통, 섬의 고유문화와 갖가지 이야기가 숨어 있다. 1코스에서 11코스까지 어느 길을 가도 아름다움과 여유로움이 가득하다.

6코스를 걷다보면 폐교된 중학교를 되살린 ‘느린섬 여행학교’를 만난다. 이곳엔 ‘느림의 종’과 ‘느림우체통’이 있다. ‘느림의 종’이 어떤 소리를 내는지 ‘뗑그렁!’ 울려본다. 가슴 속으로 푸른 종소리가 번지면서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듯 즐거워진다. 몇 발짝 걸음을 옮겨 ‘느림우체통’ 쪽으로 가면 1년 후에 받아볼 편지를 1년 전에 부칠 수 있다.

느린섬 여행학교 안에 (사)슬로시티 청산도 주민협의체가 있다. 이 협의체는 청정하고 아름다운 자연, 섬 고유의 전통문화, 시간과 정성이 깃든 먹을거리를 기반으로 주민중심의 느리게 살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또한 느림을 만끽할 수 있는 다양한 축제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한국 최고의 슬로시티로서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청산도 주민협의체는 지난달 16일 경북 청송에서 개최된 ‘제1회 국내슬로시티 주민협의회 활동사례 경진대회’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이날 정일영(58세) 사무국장은 ‘슬로시티와 주민참여’라는 주제로 그 동안의 사업성과를 발표, 큰 박수를 받았다.

섬 곳곳 관광객 유인요소 가득
청산도를 다녀가는 한해 관광객은 34만 명을 넘어선다. 완도항에서 여객선을 타고 들어온 방문객들은 슬로길을 따라 섬 곳곳을 돌며 고요와 행복을 만끽한다.
청산도가 가진 관광객 유인요소 1순위는 영화 ‘서편제’와 드라마 ‘봄의 왈츠’ 촬영지다. 두 촬영지는 슬로길 1코스에서 만날 수 있다.

서편제 촬영지는 청산도항에서 해안선을 따라 오른쪽으로 보이는 언덕길에 있다. 이곳에서 주인공 유봉과 송화, 동호 세 사람이 진도아리랑을 부르며 돌담길을 내려오는 영화의 하이라이트 장면이 5분 롱테이크로 촬영됐다. 촬영 당시의 초가집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봄의 왈츠 촬영지인 당리마을 언덕에는 세트장으로 사용된 ‘언덕 위의 하얀 집’이 자리하고 있다. 봄이면 세트장을 배경으로 노란 유채꽃과 청보리가 어우러진 풍광을 자랑한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도락마을 전경 또한 일품이다.

슬로길 2코스에서 보게 되는 ‘초분’은 일종의 풀무덤으로 섬지역의 장례문화를 보여준다. 시신을 땅에 바로 묻지 않고 관을 땅 위에 둔 뒤 짚, 풀 등으로 엮은 이엉을 덮어 두었다가 2~3년 후 뼈를 골라 땅에 묻는 방식이다.

슬로길 3코스에서는 고인돌과 청산진성을 볼 수 있다. 청동기시대 대표적 무덤인 고인돌은 읍리에 있으며, 청산도의 오랜 역사를 말해준다. 남방식 고인돌의 원형을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다.
청산진성은 조선 고종 때인 1866년 첨사진 신설과 함께 축조됐다. 흔적만 남아 있던 것을 2010년 복원했고, 성곽에 오르면 청산도의 아름다운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권덕리에서 청계리로 가는 산길을 오르면 범바위를 만날 수 있다. 청산도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고, 날씨가 좋은 날에는 멀리 거문도, 제주도까지 볼 수 있다.
느린섬 여행학교는 구들장논과 다랭이길이 있는 슬로길 6코스에 있다. 이 학교는 슬로푸드 체험관, 숙박동, 홍보관 등을 갖춘 다목적 복합시설로 폐교된 청산동중학교를 2009년 리모델링 하며 개관됐다.

구들장논은 청산도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인상적인 풍경으로 손꼽힌다. 논바닥에 구들처럼 돌을 깔고 그 위에 흙을 부어 만든 논이며, 자투리땅도 소중히 했던 조상들의 지혜를 헤아릴 수 있다. 혁신적인 관개 시스템인 구들장논은 2013년 1월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됐고, 2014년 3월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됐다.

슬로걷기 축제와 슬로라이프 체험
청산도에서 ‘빠름’은 반칙이다. 천천히 즐기며 걷는 것이 원칙이다. 청산도의 옛 모습이 그대로 간직되기를 원한다면 교통과 숙박의 불편함을 여유롭게 받아들여야 한다.
산, 바다, 하늘이 온통 푸르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청산도. 주민들은 매년 4월 한 달 동안 슬로걷기 축제를 연다. 주제는 ‘느림은 행복이다’이다. 축제는 ‘청.산.완.보’ 하기, 슬로체험 프로그램, 문화예술 프로그램, 홍보이벤트 등으로 구성된다.

청산도에서는 또 다양한 슬로라이프 체험도 가능하다. 느림우체통 편지쓰기, 조개공예체험, 슬로푸드체험, 휘리체험, 양지리 구들장논 체험, 자전거 여행 등이 방문객을 반긴다.
느림우체통은 봄의 왈츠 세트장, 조개공예품 판매장, 범바위 전망대, 느린섬 여행학교, 느린걸음 느림카페에 있다.

조개공예체험은 느린섬 여행학교와 조개공예품 판매장에서 가능하고, 청산도에서 자생하는 천연 빛깔의 조개로 목걸이, 브로치 등 자신만의 기념품을 만들 수 있다.
슬로푸드체험은 느림의 미학(味學)을 맛보게 하며, 청산도에서 나는 청정 식재료를 활용해 다양한 슬로푸드를 직접 만들어 먹어볼 기회를 선사한다.

휘리체험은 얕은 바다에 배로 그물을 친 후 해안에서 마치 줄다리기를 하듯 끌어당겨 고기를 잡는 청산도 전통어로 방식을 경험해보는 것이다.
시간이 부족한 방문객을 위한 자전거 여행도 추천할만하다. 걷는 것과는 또 다른 상쾌함을 느끼게 한다. 신분증을 제시하면 전기자전거를 빌려 탈 수 있다.

<연합취재단 고양·태안·한산·청양신문 이진수기자>

이 기획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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