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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성화·차별화로 전통시장 자생력 길러야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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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성화·차별화로 전통시장 자생력 길러야 ①
  • 박미애 기자
  • 승인 2015.11.09 11:51
  • 호수 1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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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통보(엽전)로 활기 찾은 인천 ‘신기시장’
             [글 싣는 순서]
1. 신기통보(엽전)로 활기 찾은 인천 ‘신기시장’

전국 1500여 개의 전통시장이 시설 낙후와 대형마트 등의 등장으로 경쟁력을 잃어 가고 있다. 이는 곧 매출 하락으로 이어져 시장 상인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
충남도에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66개의 전통시장(상설 48곳, 정기 18곳)이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 5년 사이 매출이 31.5% 급감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청양 또한 다르지 않다. 급감해가는 매출에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으나 난항을 겪고 있고, 시장 상인들은 갈수록 울상을 짓고 있다.
전통시장이 이러한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특화된 전략으로 시장을 운영해야 간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통시장에 테마를 입히고 특성화 시켜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또한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으며, 중소기업청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을 중심으로 글로벌명품시장·문화관광형시장·골목형시장 육성사업 등 전통시장 특성화사업을 발굴·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청양 전통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특유의 특성화와 차별화로 자생력을 키워나가고 있는 전국의 우수한 전통시장 사례를 둘러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전통시장이 지역 경제의 근간으로 더욱 튼튼히 뿌리 내리고 손님들로 북적거리는 시장으로 활성화 시켜나갈 수 있도록 발전 방향을 모색하기 위함이다.
이번호에서는 우수 전통시장 첫 번째 사례로 신기통보로 활기를 되찾은 ‘인천 신기시장(회장 김종린. 인천 남구 주안동 소재)’을 소개한다. 

             [글 싣는 순서]
1. 신기통보(엽전)로 활기 찾은 인천 ‘신기시장’
2. 시장과 예술이 만난 멋진 하모니 
3. 조용했던 시장을 들썩이는 야시장으로 바꿔
4. 온 국민이 단골 되는 매력 넘치는 시장
5. 전통시장, 이야기를 입다 
6. 전통시장이 살아야 지역 경제가 산다

▲ 인근 초등학생들이 신기시장에서 엽전을 이용해 물건을 사고 거스름돈을 받으며 경제활동을 익혀가고 있다.

상인들이 머리 맞대고 살길을 찾다
인천 신기시장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사람들로 북적대던 시장이었다. 그러나 여느 시장이 그렇듯 2000년 들어 주변에 대형마트와 백화점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위기를 맞았다.
이에 시장상인회는 환경개선 공사를 하고 이벤트·할인행사로 명성을 되찾으려 부단히 노력했으나 상황은 여의치 않았다.

그런데 불과 10년 사이 인천신기시장에 점차 사람이 몰려들고 있다. ‘전통시장 부흥의 장’ 이라고 일컬을 정도로 활성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유는 단하나, 외부 환경만 핑계 대지 않고 김종린 시장상인회장을 비롯한 상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살길을 찾았기 때문이다.

김종린 회장은 시장이 위기를 맞았을 때 대형마트를 무작정 따라 하는 것은 경쟁력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 대신 전통시장의 고루한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짜냈다.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시장이 아니라 쇼핑, 관광, 그리고 한국전통 체험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만든 것이다.

신기통보(엽전)로 활기 되찾아
그 선두에 ‘신기통보’가 있다. 신기시장은 지난 2013년 조선시대 상평통보를 응용해 전통시장 상품권으로 신기통보를 유통시켰다. 시장에서 결제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엽전 형태의 화폐인데, 엽전 하나당 500원의 가치로 이용되고 있다.

이 엽전 하나가 지역의 명물로 떠오르며 시장 활성화의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김 회장은 “전통시장은 전통시장 시장답게 한국의 전통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다보니 생각한 게 바로 엽전이었죠. 전통시장의 향수와 재미를 고객들에게 전해보자라는 생각에서였어요”라고 전했다.

▲ 외국인들에게 신기시장은 한국 전통문화를 배우고 흥미로운 체험과 재미가 가득한 곳이다.

더불어 김 회장은 해외 관광객 유치에 열을 올렸다.
“인근 주민 중 시장에 오는 사람들은 정해져 있잖아요. 또 시장이 활성화 되면 인근 고객은 저절로 더 오게 돼 있으니까 일단 외부 고객유치에 눈을 돌렸어요. 특히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문화를 보여주자 싶었죠.” 김 회장의 설명이다.

이에 시장이 인천공항과 가깝다는 지리적 이점을 이용, 인천공항 측과 협의를 했다. 적게는 2시간에서 많게는 12시간이 넘게 공항에서 기다려야 하는 환승고객들을 상대로 신기시장을 소개하겠다는 취지에서였다.
“시장상인들은 돈을 벌고, 환승 고객들은 지루할 틈 없이 시장에서 다양한 문화도 체험하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쇼핑도 하니 일석이조라는 생각에서였어요.”

다행히 인천공항 측도 긍정적으로 호응해줘서, 작년부터 매일 오후 4시 환승고객을 위한 리무진이 운행되고 있다. 환승고객들이 리무진을 타고 편하게 시장에 방문하면 시장 측에서는 서비스로 1인당 엽전 6개씩(3000원)을 나눠준다. 이 엽전으로 외국인들을 돈을 보태서 물건을 사기도 하고 기념 화폐로 간직하기도 한다.

“솔직히 3천원으로 시장에서 물건을 사기란 부족하잖아요. 이것을 미끼로 했죠. 적당량의 엽전을 전해주면 자신의 돈을 보태 무언가를 사도 사지 않을까 싶어서요.”
또 한국 전통문화의 이해와 관심을 높이기 위해 전통문화체험관을 마련해 자개공예, 민화채색, 원목공예 등 다양한 한국 전통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준비했다. 전통 한지와 닥종이를 이용한 공예품 체험과 전통 한복 입어보기 체험은 외국인 관광객들은 물론이고 일반 고객, 어린이들까지 인기가 좋다.

엽전과 한국전통, 외국인 유치라는 김 회장의 생각이 적중에 이제 인천신기시장은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꼭 들러야 하는 외국인 관광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거기에 이것저것 끼워주는 시장의 인심 ‘덤’문화를 관광 상품화해서 시장경제 활성화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

첨단 정보통신기술 이용한 시장경영
또 상인회는 더럽고 불편하다는 전통시장의 인식을 해소하고자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적극 유치했다. 실제로 전통시장의 지속적인 경쟁력 확보를 위한 경영 혁신에 초점을 두고 사회공헌활동을 펼치던 SK텔레콤과 지난 2013년 5월 업무협약을 맺고 다양한 ICT를 도입하면서 시장은 큰 변화를 맞게 된다.

먼저 신기시장을 찾아와 주차를 하면 제일 처음으로 무인배송시스템을 볼 수 있는데, 이를 통해 고객들은 쉽게 배송물을 주고받을 수 있다. 무거운 짐이나 생선 같은 냄새나는 물건들을 여기에 맡기면 2시간에 한 번씩 배송차량이 물건을 싣고 직접 가정에 배송해주는 것. 사전에 정보를 입력한 고객은 무인택배시스템에 전화번호만 입력하면 배송의 발송부터 도착까지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 다음 결제시스템을 보완했다. 시장 상인들은 마이샵이라는 결제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는데, 이것이 일반적인 포스기기의 결제도 수행할 뿐만 아니라 우수고객에게 할인쿠폰이나 행사정보를 문자 메시지로 전송까지 할 수 있다. 또 전국에서 유일하게 OK캐쉬백포인트도 1%나 적립되는 시장으로 고객들의 각광을 받고 있다.

거기에 주부들이 전통시장에 오면 힘겨워 하는 것 중 하나가 아이들을 맡을 곳이 없다는 것을 파악하고 주차장 1층에 ICT체험관과 북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ICT체험관에는 교육용로봇 ‘알버트’와 ‘아띠’가 있는데 이를 무료로 체험할 수 있으며, 추억의 게임 DDR댄스머신도 있다. 이에 아이들은 시간가는 줄 모르고 게임을 하다가 엄마가 찾아오면 집으로 가는 등 고객들이 불편해하는 사항들을 적극적으로 개선해 나가고 있다.

▲ 김종린 회장(찬수네 떡방앗간)
생각하고 고민하면 활성화 가능
2002년부터 신기시장상인회를 이끌고 있는 김종린(60세) 회장은 시장 활성화를 위해 갖은 고민과 생각을 거듭했다. 2004년 시장을 협동조합법인으로 만들었고, 그 다음 단계별로 엽전 유통, 외국인 유치 등 시장관광 상품화의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처음에는 반대도 많았지만 지금은 시장 활성화의 일등공신이 됐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김 회장은 “전통시장 여행 관광 상품화를 목표로 잡고 온라인 판매망을 구축, 전국을 상대로 판매망을 넓혀나가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온라인 판매망으로 실질적인 경쟁력을 확보해나가고, 오프라인으로는 여행가는 식의 재미와 즐거움을 주는 시장으로 관리해 나가겠다는 것. 실제로 작년 11월 신기시장은 온라인 판매회사를 차리고 전국을 상대로 영업에 나서고 있다.

이 같은 김 회장의 부단한 노력덕분에 점포수는 150여개 밖에 안 되지만 시장 방문 고객은 전국에서도 순위 안에 들 정도로 번창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시상 상인들의 연령층 또한 30~40대의 젊은 층으로 변화하고 있고, 시장은 활력을 더해가고 있다.

김 회장은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상인들이 먼저 노력해야지 무조건 지자체에 도와 달라 우기는 것은 해답이 되지 못한다. 구체적인 사업방안을 토대로 서로 매칭 되는 도움을 바라는 것이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된다”며 시장 상인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또 “장기적인 계획 아래 기초부터 탄탄히 해나가야지 근시적 시야로 예산을 투입해봐야 예산 낭비하는 꼴 밖에 안 난다”며 “아무것도 없던 신기시장도 이만큼 발전을 이뤘다. 고민하고 궁리하다보면 안되는 게 없더라. 희망을 잃지 말자”고 덧붙였다.

이 기획기사는 충남도의 지역언론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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