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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기획 - 지역경제 활성화의 대안 ‘슬로시티’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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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기획 - 지역경제 활성화의 대안 ‘슬로시티’②
  • 이진수 기자
  • 승인 2015.11.02 17:00
  • 호수 1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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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 슬로시티에서는 ‘느림’이 강점이다
전통과 자연환경의 조화에서 지역브랜드 도출
             [글 싣는 순서]
1. 슬로시티란 무엇인가? 어떻게 선정되나?
2. 경북 청송군 부동·파천면 슬로시티

주문 후 1분이 채 안 돼 나오는 맥도날드 햄버거가 유럽에 상륙하자, 그 저항으로 시작된 슬로푸드 운동. 곧 이어 음식 뿐 아니라 인간의 삶 자체를 느리게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운동이 시작된다. 바로 슬로시티 운동이다. 슬로시티 운동은 1999년 이탈리아의 소도시 그레베 인 키안티에서 시작됐다. 현재는 유럽을 중심으로 30개국 200개 도시가 슬로시티로 가입돼 있으며, 국내에서도 11개 도시가 슬로시티에 동참하고 있다. 현재 국내의 일부 지자체들은 슬로시티 가입을 위해 힘쓰고 있다. 관광객 유치에 큰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청양군 또한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여섯 번의 기획기사를 통해 슬로시티란 무엇이고 이것이 지역경제 활성화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는지 모색해 본다.

             [글 싣는 순서]
1. 슬로시티란 무엇인가? 어떻게 선정되나?
2. 경북 청송군 부동·파천면 슬로시티
3. 전남 완도군 청산면 슬로시티
4. 국제슬로시티 발상지 이탈리아 오르비에토
5. 슬로관광을 위한 슬로푸드(치비타, 오르비에토)
6. 지역경제와 슬로시티, 청양군은 어떻게 하나?

경북 청송군으로 차를 몰다보면 안동·영덕·포항·의성 어느 방향에서 진입해도 급커브와 급경사가 이어지는 산길을 꽤나 긴 시간 달리게 된다. 고갯길을 넘지 않아도 되는 곳은 북쪽 영양군에서 들어가는 길뿐이다.
고속도로 제한속도를 넘나들며 달리던 운전자는 안동을 지나 914번 지방도를 타고 청송으로 향하면서 속도를 많이 떨어뜨려야 한다. 마음이 조급하거나 성급하게 운전하는 사람이라도 시속 50㎞을 넘기기 어려운 언덕길을 30분 넘게 가야만 ‘슬로시티 청송’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다.

청송군의 인구는 2만7000여 명. 군청이 있는 청송읍은 5000명 남짓으로 전국에서 가장 인구가 적은 군청 소재지다. 그래선지 군청과 읍사무소 인근 도로도 2차선이 대부분이고 교통신호등을 보기 어렵다. 사거리에서 서로 양보하지 않으면 안 되는 곳, 군 외곽이든 읍내든 천천히 운전해야 하는 곳이 바로 청송이다. 842.68㎢ 면적의 80% 이상이 산림지다. 청송군은 ‘느릴 수밖에 없는 곳’이다.
지난 2010년 청송군 파천면과 부동면은 슬로시티 국제실사를 받았고, 이듬해 주민설명회를 거쳐 국내에서 9번째 국제슬로시티로 지정됐다.

▲ 파천면에 있는 송소고택(고장). 연간 7만 명이 넘게 다녀간다

문화유산과 자연환경 고스란히 보존
산림에 둘러싸여 고즈넉하다는 말이 잘 어울리는 곳이 청송군이지만, 국제슬로시티 청송주민협의회 사무실이 있는 파천면은 특히 자연과 전통문화의 향기가 어우러진 곳이다. ‘슬로시티 청송’ 콘텐츠의 핵심이자 청송의 자랑거리인 ‘송소고택’이 자리하고 있어 더 그렇다.

송소고택은 조선시대 영남의 대부호 ‘청송 심부자’ 일족의 유택이다. 조선 영조 때 만석의 부를 누린 심처대의 7대손 송소 심호택이 지은 99칸의 저택으로 1880년경 건립됐다.
살림 공간, 휴식 공간, 작업과 생산 공간을 별도로 둔 전통적인 양반가의 건축양식을 잘 보여주고 있으며, 안채와 바깥채를 가르는 담장에 구멍이 있어 안주인이 사랑채에 손님이 드나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조선시대 민간 건축물의 가치가 높은 까닭에 국가문화재로 지정됐으며, 강릉 선교장보다 원형 보존이 더 잘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요즘은 심부자의 후손이 관리하고 있으며, 한옥 숙박체험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송소고택은 또 연중 3~4회 고택음악회가 열리는 등 주민과 관광객이 어우러지는 자리가 되고 있다.
파천면에는 송소고택뿐 아니라 평산신씨종택, 서벽고택, 사남고택 등이 있고 자연환경이 수려한 참소슬마을이 있다.

또 청송한지, 천연염색체험, 전통한옥 숙박체험 등을 연계한 ‘한(韓)’문화 체험코스와 전통된장 생산 등 우리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곳이다.
파천면 슬로시티가 송소고택과 같은 전통문화 콘텐츠를 품고 있다면, 부동면 일원은 주왕산 국립공원으로 대표되는 자연환경이 큰 자산이다. 청송이 슬로시티로 지정되는 데 든든한 배경이 되기도 했다.

특히 주왕산국립공원 주산지(조선시대 농업용으로 축조된 저수지) 근처는 원시림이 잘 보존돼 생태계가 풍성하다. 매년 수려한 풍광을 촬영하기 위해 많은 사진작가들이 모여든다. 
국제슬로시티 청송주민협의회 심재환(59세) 사무국장은 “청송은 유무형의 전통문화와 자연환경이 훼손되지 않고 잘 보존돼 있다. 자연, 문화, 지역농업을 기반으로 한 로컬푸드까지 국제슬로시티 최적지”라고 강조했다.

또 “송소고택의 한옥숙박체험은 전국 최고 수준이다. 조선시대 민간 건축물이 이처럼 잘 보존된 곳은 거의 없다. 외국인도 만족할 정도로 내부 편의성이 좋다”는 자부심을 보였다.

이 기획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청송 이미지 개선과 브랜드 제고 효과 
심재환 국장은 “농업 외의 지역 산업이 사실상 없는 상황에서 느리게 살 수밖에 없는 조건을 역발상으로 승화시켜보자. 이것이 청송 슬로시티 추진 동기였다”며 “자연환경과 전통문화가 잘 어우러져 슬로시티에 선정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청송은 국내 슬로시티 중 후발주자이지만 국제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6월 19일 슬로시티운동 발원지인 이탈리아에서 개최된 국제슬로시티총회에서 청송군은 국내 11개 슬로시티 지역 최초로 ‘2015 슬로시티어워드’를 받는 기쁨을 누렸다.

슬로시티어워드는 국제슬로시티 지역의 환경기반 시설, 삶의 질, 지역 경제, 지역사회 참여, 사회적 통합 등 8개 분야에서 모범적인 슬로시티 운동을 추진해온 도시에 수여하는 상이다.
청송군 슬로시티 업무를 보는 이진규 주무관은 “그간 추진해온 각종 슬로시티 운동이 국내를 넘어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는 데 지역민들의 자긍심이 크다”며 “앞으로의 슬로시티 운동 확산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청송이라는 지역명에 자연스레 따라오던 ‘청송감호소(교도소)’라는 이름도 옛말이다. 21세기 청송을 대표하는 브랜드는 이제 ‘국제슬로시티 청송’이다.

슬로시티는 사업 아닌 운동
심재환 사무국장은 “자연환경과 조건만 좋은 것으로 슬로시티어워드를 수상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국내 다른 어떤 지역보다도 주민의 슬로시티 추진 열성이 높은 곳이 청송”이라고 말했다.
청송의 주민 참여는 타 지역보다 높은 편이다. 그러나 국내 슬로시티 운동이 순수 민간에서 시작한 것이 아니라 각 지자체 주도로 이루어진 데에 따른 한계도 인식하고 있다.

심 국장은 “슬로시티는 사업이라기보다 운동이다. 당장 이걸로 돈을 얼마 벌어들이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지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 개발을 하면서도 지역공동체를 온전히 유지 보존하는 것”이라며 “느린 삶을 실천하며 빠른 도시생활의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주민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이 중요하다. ‘왜 슬로시티인가’를 우리 스스로 인식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산촌 슬로시티의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해 청송 출신 젊은이들이 귀농 귀촌해 대도시에서 익히고 경험한 것들을 고향에 조화롭게 풀어놓았으면 한다”는 바람도 전했다.

<연합취재단 고양·태안·한산·청양신문 이진수기자>

이 기획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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